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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나를 처음으로 좋아해 준 사람

“죄송해요, 하도 이혼을 미루니까 전 인호 씨가 저를 좋아하게 된 줄 알았어요. 근데 그런 게 아니네요.”

나는 차분하게 웃어 보였고, 그 어떠한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했다.

배인호의 차가운 얼굴에서는 그 어떠한 감정도 엿볼 수 없었고, 그는 내 맞은편에 앉아 담배만 피우고 있었다.

나는 담배 연기에 숨이 막혀 기침했고, 그걸 본 배인호는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이런 부분은 그래도 신사적이라 생각했다.

1분 정도 지난 후, 나는 배인호가 전화를 받고 서둘러 떠나는 모습을 창문으로 바라봤다.

이때 내 전화도 울렸고, 정아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

“지영아, 뭐해? 여기 밥 먹으러 와!”

그녀는 신비롭게 나한테 말했다.

“여기 오면, 네가 예상치 못한 사람도 볼 수 있을 거야.”

“그게 누군데?”

내가 물었다.

“안 알려줄 거야. 위치 보냈으니 얼른 와. 너 안 오면 집까지 찾아간다.!”

정아는 신이 나서 말한 후 전화를 끊었다.

시간을 보니 때마침 저녁 시간이었다. 나는 집사들한테 저녁은 나가서 먹을 거라고 말해줬고, 차를 운전해 나갔다.

목적지에 도착해 룸 문을 열고 들어가니 세희와 민정이도 함께 있었고, 더 생각지 못한 건 문 바로 맞은 편에 30대 초반인 짙은 눈썹과 큰 눈을 가진, 아주 표준적인 동양형 미남이 앉아있었다.

그는 다름 아닌 박정아의 친오빠, 박정환이었다.

나를 본 박정환은 잠시 깜짝 놀라다가 금세 부드러운 눈빛으로 나한테 인사를 건넸다.

“지영아, 오랜만이네.”

“정환 오빠, 한국은 언제 들어온 거예요?”

나는 마음속의 어색함을 억누르고, 대범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정아 옆으로 가서 앉았다.

“오후에 금방 도착했어. 정아가 굳이 환영파티 한다고 해서 밥 먹으러 오게 된 거야.”

박정환의 목소리는 차분했고, 그는 정아와는 완전히 상반된 분위기를 갖고 있다.

정아의 친언니 박성아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고, 그녀도 웃으며 말했다.

“정아가 자리 만들고, 오늘 돈은 네가 계산해.”

박정환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누가 하든 똑같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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