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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어머님이 나 대신 나서시다

나는 정아의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기회 없다고 이미 말했어. 난 너희 오빠하고 남녀 사이에 그런 감정이 없어. 그러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는 그만둬!”

정아는 머리를 잡고 불쌍하게 대답했다.

“만나 보기도 전에 아무 느낌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어? 지영아, 날 믿어봐. 우리 오빠 진짜 좋은 남자야. 만약 너랑 만나면서 너한테 못되게 굴거나 바람이라도 피우면 내 손에 죽을 거야! 약속할게!”

박정환은 확실히 좋은 남자였다. 집안과 외모 모두 출중했고, 인품과 성격 면에서도 참으로 좋은 사람이다. 만약 감정이 억지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라면 나도 그와 잘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도 없었고, 감히 시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만약 서로 알아간 끝에 나와 맞지 않는다고 느껴 헤어지기라도 하면 나와 정아의 사이까지 영향을 미칠 수도 있었다. 정아의 친오빠인 만큼, 백 퍼센트의 확신 없이는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정아야, 내 걱정은 하지 마! 난 그래도 결혼이라도 한번 해봤지만, 넌 남자친구도 없잖아! 빨리 네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라고!”

나는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어떤 남자가 좋은데? 안정적인 남자는 어때? 내가 우리 아빠한테 알아봐 달라고 할까?”

자신의 얘기를 꺼내자, 정아는 시선을 피하며 움츠러들었다.

“됐어! 난 카르페 디엠이야! 결혼은 나의 자유로운 영혼을 구속할 뿐이라고.”

갑자기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고 나를 보며 말했다.

“지영아, 나 술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적당히 마셔.”

나는 어쩔 수 없이 한마디 당부했다.

“알겠어!”

정아는 백을 들고 서둘러 빠져나갔다.

그녀가 떠나고 난 뒤 나는 위층에 올라가서 계속 물건을 정리했다. 재판이 열리기 전에 나는 청담동에서 나가고 싶었고, 행동으로 나의 결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옷과 액세서리가 너무 많아 캐리어 5개에 넣어 챙긴 뒤, 첼로와 악보를 챙기기 위해 연습실로 향했다.

악보를 찾고 있다가 나는 먼지가 쌓인, 오래된 나무상자를 발견했다. 안에는 내가 작곡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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