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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배인호가 찾아오다

전화를 끊고 박정환에게 가려는데 서란의 친구가 내 옆을 지나가며 어깨를 일부러 세게 부딪쳤다.

“거기서!”

나는 도저히 참아 줄 수 없어 그녀의 팔을 잡고 차갑게 말했다.

“눈이 없어? 사과해.”

나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친구들이 달려와 그녀를 불렀다.

“유정아!”

유정은 친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나의 손을 힘껏 쳐냈다.

“아줌마, 나 왜 잡아요?”

그녀는 서란과 같은 나이일 텐데 날 아줌마라고 부르는 것이 무슨 뜻인지 알 것 같았다.

“왜? 무슨 일이야?”

유정의 친구가 물었다.

“이 늙은 여자가 바로 서란을 자살하게 만든 사람이야.”

유정은 직접적으로 나에게 책임을 돌렸다.

그녀의 친구도 나를 보는 눈빛이 적대적으로 변했다. 나는 기가 차서 웃었다.

“내가 서란을 자살하게 했다고? 잘못한 게 없으면 왜 자살하겠어? 읽은 책들은 다 개들 먹이로 줬나 봐? 예의도 윤리 의식도 없어?”

“란이는 계속 당신 남편을 거절했어!”

유정은 분노하며 말했다.

“그쪽 남편이 계속 매달린 건데 왜 남편한테는 뭐라고 안 하는데? 다시 말해서 그쪽 부부 사이에 아무 감정 없이 그저 이익 관계라는 거 다들 알고 있어. 늙은 여자가 남편 사랑 못 받으니깐 마음이 비뚤어진 거 아니야?”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박정환은 내가 다른 사람과 싸우고 있는 것을 보고 다가왔다. 그는 나의 옆에 서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유정은 박정환을 보며 잠시 놀라는 것 같았다. 저 나이 때 여자애들은 당연히 잘생긴 남자에게 쉽게 끌린다. 아까 연주할 때도 나를 보며 옆에 있는 박정환을 쳐다보았다. 사람이 모여 있는 상태였으니 그녀는 나와 박정환이 모르는 사이인 줄 알았나 보다.

“두 동생이 친구를 위해 싸우고 있어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그 친구는 오빠도 알 거예요. 요즘 배인호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그 여자요.”

박정환은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며 불쾌한 눈빛을 하고 나의 손을 잡았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이런 것들이랑 무슨 말을 해?”

그의 말에 격분한 유정은 우리 앞을 막으며 당당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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