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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그가 질투한 것을 인정하다

나는 코웃음을 치고 대답하지 않았다. 배인호는 나의 아파트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말했다.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네. 성격이 점점 더 급해져.”

그는 그렇게 말한 뒤 코트를 벗어 의자에 던져 놓고 내 맞은편에 앉았다. 나는 물었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얘기해요.”

“네 생각을 말해봐.”

배인호는 내게 다시 물었다.

“우리 집안에서 우리 이혼을 동의하지 않으실 거야.”

나도 당연히 배씨 가문에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배인호의 태도가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닐까? 그는 쭉 자기 고집대로 해왔던 사람인데 누가 반대해도 듣지 않고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것이다. 전생에서 그의 미친 듯한 행동들은 내 기억 속에 깊이 자리 잡혀 있었다.

당연히 나도 미쳐있었고, 이우범도 미쳐있었다. 모두가 서란을 에워싸고 있었다. 나는 왠지 지금 그가 전생에서만큼 서란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이우범도 은연중에 내게 그런 느낌을 주었다.

“인호 씨, 서란을 위해서 집안에 반항도 못 해요?”

나는 그의 눈을 보며 말했다.

“서란이 이렇게 쭉 세컨드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세컨드 아니야.”

배인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세컨드라고 말한 것이 분명 불쾌했을 것이다.

“그럼, 뭔데요?”

나는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우리는 아직 이혼하기 전까지 서란이 세컨드가 아니면 천사예요?”

배인호의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도 며칠 전 기사와 댓글들을 보았을 것이다. 대부분 사람의 가치관은 여전히 정의로웠다. 모두 서란을 남의 가정에 끼어든 파렴치한 여자로 보고 있었다.

사실 배인호가 전에 스캔들이 났던 여자들도 인터넷에서 욕을 먹었지만, 그 여자들은 대부분 연예인이기에 루머에 대한 면역력이 상대적으로 높을 것이다. 그러나 서란은 달랐다. 처음 이런 인터넷 폭력을 당하는 것이다. 자살을 선택한 것도 한편으론 어머님께 증명해 보이고 싶었겠지만, 또 한편으론 확실히 욕들을 견디기 힘들었을 것이다.

“인호 씨, 예전에 나는 당신의 쿨하고 직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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