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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절친의 열쇠

한 바퀴 둘러보았지만 남성용 슬리퍼 하나 나오지 않았다. 그 사실이 나를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심지어 모든 흔적을 다 지워버린 후 우리를 데리러 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시간, 흔적을 지워버리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말 쓸데없는 고생이 아닌가.

이미연은 내 정신이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챈 건지 콩이에게 요즘 간식거리를 꺼내어 주고 대형 스크린의 텔레비전을 켜서 애니메이션을 틀어 준 다음 내 옆으로 와서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녀는 손을 내 손 위에 포갠 후 내 손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

“얘기해 봐.”

순간 뜨끔해진 나는 고개를 돌려 이미연을 보며 경계심을 세운 채 손을 빼냈다.

“뭘 얘기해 보라는 거야?”

“네가 속앓이하는 얘기 말이야.”

부드럽게 얘기하는 이미연은 마치 나를 떠보는 듯했다.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온다. 그런 이미연을 마주하고 있으니 저도 모르게 말투마저 차가워졌다.

“속앓이라니? 무슨 소리야?”

이미연의 입꼬리가 작게 움찔거렸다. 그리고 바로 일어나서 말했다.

“그래 그럼 일단 콩이랑 놀아주고 있어. 가서 맛있는 거 준비해 줄게.”

이미연은 외투를 벗고 옷을 갈아입은 후 주방으로 들어갔다.

전혀 집중할 수 없었던 나는 스크린에 띄워진 애니메이션을 보며 생각이 복잡해졌다.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갑자기 이미연의 휴대폰이 울렸다. 예민하게 오감을 세운 나는 그쪽으로 귀를 기울였다. 그 전화가 마치 신호연이 걸어온 전화일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움직여 주방과 가장 가까운 소파로 가서 앉았다. 이미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통화를 하는 것이 들렸다. 나랑 있을 때는 가식 없는 목소리였지만 지금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화 내용이 잘 들리지 않았다.

심정이 이루어 말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나는 바로 몸을 일으켜 주방으로 갔다. 하지만 내가 주방으로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이미연이 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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