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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최고급 VIP 병실이었지만 주룩주룩 내리는 빗소리가 유선우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는 휴대전화 사진첩을 열어 조은서가 베개에 엎드려 있는 사진을 보았다.

함은숙의 말이 유선우의 머릿속에서 메아리치기 시작했다.

“결혼 생활을 시작하고부터 밤마다 그 아이를 노리개처럼 갖고 논 건 너 아니니? 그 아이가 예뻐서인가? 아니면 억눌렀던 너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었기 때문인가...”

유선우는 함은숙의 말을 부인할 수 없었다. 이 사진이야말로 가장 좋은 증거였다. 결혼 생활 3년 내내, 유선우는 조은서를 미워하면서도 그녀와 잠자리를 가지는 것은 마다하지 않았다. 조은서를 3년 동안 괴롭힌 사람은 바로 유선우 자신이었다.

밖에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유선우는 옷을 입기 시작했다...

비 오는 밤, 검은색 롤스로이스 한 대가 별장으로 들어섰다.

차가 멈춘 뒤에도 와이퍼는 계속해서 작동했다. 차 앞에 있는 금빛 여신 마크가 빗속에서 울고 있는 것 같았다.

유선우는 하얀 셔츠를 입고 운전석에 타고 있었다. 어두운 밤에도 눈이 부셨지만 도우미들도 모두 잠든 깊은 밤이라 아무도 그를 맞이하지 않았다. 고개를 들어 2층을 보니, 소등된 상태였다.

유선우는 가만히 앉아있다가 비속에 고요한 별장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왜 집에 돌아왔는지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그저 빨리 조은서를 만나고 싶었다.

유선우는 심지어 지난 3년이 꿈이기를 바랐다. 당장이라도 위층으로 올라가서 조은서의 귀에 대고 미안하다고 하고 싶었다... 그리고 꿈에서 깨어나면 조은서에게 그녀의 인생을 돌려주고 싶었다.

유선우는 의자에 기대어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제 와보니 조은서의 털끝 하나 건드리는 것조차 죄악인 것 같았다.

새벽 4시, 유선우는 차에서 내려 별장으로 들어갔고 방안은 매우 조용했다. 가을밤의 비는 기온을 최저로 낮추었고, 달랑 셔츠 하나 입은 유선우는 온몸이 오싹하고 추웠다.

2층 안방은 오히려 따뜻했다.

조은서는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곤히 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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