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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1화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사랑과 미움은 한끝 차이라고 했던가.

그렇게 화를 내면서도 그녀를 상처주기 아까워 그는 젖은 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었다. 그가 내뿜는 뜨거운 입김이 그녀의 차가운 피부에 흩뿌려져 간간이 떨렸다.

그의 목소리는 허스키했고 무력감을 띠고 있다.

그는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말투로 그녀에게 구걸했다.

“연희야, 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줘. 넌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고, 그 영상은 네가 사람을 시켜 합성한 것이라고 말해줘. 연희야, 빨리 말해. 말해봐..."

박연희는 차가운 타일에 몸을 기대었다.

그녀는 그저 우스울 뿐이다.

조은혁, 당신이 아프다고?

이런 아픔을 박연희는 일찍이 천만 번을 겪었다는 걸 이 사람은 알고 있을까? 박연희가 아직 어리숙한 소녀였을 때, 그녀가 조은혁의 몸에 있는 향수 냄새를 처음 맡았을 때, 그의 목에 있는 키스 자국을 처음 보았을 때, 박연희는 지금의 조은혁보다 천 번을 더 아팠다. 그건 믿음의 붕괴였다.

그런데 이게 뭐라고...

그녀는 그저 그에게 안겨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야 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인 것 같았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엎드려 조용히 물었다.

“말해, 그 사람 누구야?”

“그냥 호스트예요.”

“당신은 찾을 수 없을거예요. 제가 그에게 10억을 주고 이미 고향으로 보냈거든요.”

...

조은혁은 그녀의 목을 졸랐지만 목소리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알아서 찾아볼게. 박연희, 내가 그 사람 찾아내면 꼭 진상을 캐낼거야. 그리고 그가 널 만진 곳마다 다 박살내 버릴거야.”

한편, 심씨 집안의 심경서는 갑자기 목이 시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

늦은 밤.

조은혁이 박연희를 데리고 떠났다. 그들은 옷이 다 젖었는데 김 비서가 옷을 가져다 주었다.

문이 열렸고 조은혁의 얼굴은 어두었다.

김 비서는 한 마디도 못했다.

그녀는 큰일이 났다는 것을 예감하고는 한 마디도 묻지 않았다.

김 비서가 문밖에서 30분가량 기다린 뒤, 스위트룸 문이 다시 열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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