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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화

여름은 바지를 혼자 벗을 힘도 없어서 결국 최하준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침대로 돌아오자 여름은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갔다.

최하준은 속으로 웃었다.

‘그간 그렇게 대놓고 사람 유혹하는 시늉을 하더니 이렇게 숙맥이었단 말이야?’

******

1시간 뒤 최하준은 간병인을 불러주었다.

그러나 여름은 이미 잠이 들었다. 최하준은 다음 날 아침 소송이 있어서 밤에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그래서 간병인에게 몇 마디를 부탁하더니 떠났다.

여름은 한밤중에 깨어났다. 소파에는 웬 40대 부인이 앉아 있었다.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간병인이 깨어나서 말했다.

“선생님께서 사모님을 보살펴 달라고 절 부르셨어요.”

“아, 네.”

여름은 잠시 어리둥절했다.

불러달라고는 했지만 정말 간병인을 불렀을 줄이야. 왠지 모를 실망감이 느껴졌다.

어쨌든 혼인신고도 한 부부인데, 남아서 돌봐주면 좋을 것을⋯.

그러나 여름은 바로 이해했다. 두 사람은 그저 계약 결혼 관계일 뿐 최하준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어제 병원에 데려다 놓고 밥을 먹여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간병인은 역시나 베테랑이라서 여름이 아무 말 없는 것을 보더니 웃었다.

“선생님이 정말 자상하시더라고요. 밤에 11시 넘어서야 가시면서 저더러 밤에 자지 말고 잘 돌봐달라고 부탁하셨어요. 병원 주방장에게도 따로 영양가 있고 깨끗한 음식으로 세 끼 잘 차려달라고 하고 가셨어요.”

여름은 눈을 깜빡였다. 잠이 덜 깨서 아직 꿈을 꾸고 있나 싶었다. 간병인이 말하는 최하준은 평소 여름이 느끼는 최하준과는 사뭇 달랐다.

간병인이 말했다.

“병원에서 별별 가족들을 다 봐서 제가 좀 아는데 댁의 선생님은 츤데레세요.”

여름은 멍해졌다. 어젯밤 자신을 구해주던 모습은 분명 꽤 다정했었다.

아침.

여름이 검사를 마치고 돌아와 보니 두 사람이 있었다. 최하준과 정해천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정해천의 콧등이 시퍼렜다. 여름을 보더니 바로 무릎을 꿇었다.

“미안합니다. 돈에 눈이 멀어서 여름 씨 디자인을 훔쳐내는 대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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