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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육경환은 마치 희망이라도 본 듯 모든 걸 포기할 각오로 소원의 손목을 꼭 잡았다.

“소원아, 나 안 믿는 거 알아. 근데 나 정말 후회해. 네가 떠난 그날부터 뼈저리게 후회했어. 그때야 발견했지. 너를 원망하는 것보다 너를 사랑하는 게 더 많았다는 걸.”

육경한은 고통스러운 눈빛으로 이렇게 말했다. 마지막 남은 핑계가 얼마 남지 않은 원망이었지만 진실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의 원망은 애초부터 모래성에 쌓아 올렸기에 진실의 공격을 받은 순간 그대로 와르르 무너졌다.

하지만 소원은 더 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사랑한다니, 육경환이 지금 사랑한다고 말하고 있다. 참으로 우스웠다.

그녀에게 육경환은 그녀의 명예를 짓밟고 그녀의 회사를 무너트리고 그녀의 가족을 핍박해 죽게 만든 사람일 뿐이다. 나쁜 짓이란 나쁜 짓은 다 한 육경환이 매 순간 지옥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지금 감히 ‘사랑’을 거론하다니. 소원은 육경환에게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묻고 싶었다.

소원은 파도처럼 밀려오는 원망을 꾹꾹 누른 채 덤덤하게 말했다.

“대표님, 기회를 원한다고요? 뭐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육경한은 머리가 하얘졌고 너무 흥분한 나머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소원이 전시 센터 대문 앞을 가리키며 말했다.

“대표님, 저기 보여요? 저기는 전시 센터에서도 유동 인구가 제일 많은 곳이죠. 저기 가서 기회 줄 때까지 무릎 꿇고 있어요. 어때요?”

육경한은 소원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향한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거기는 전시 센터의 랜드 마크인 조각상이 세워져 있었다. 하여 중요한 회의나 경매, 그리고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사람이라면 꼭 지나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육경한은 그냥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뉴스에 날 정도인데 무릎을 꿇고 있는다면 더 대박일 것이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얼마나 큰 파문을 일으킬지 알 수 있었다.

육경한의 표정을 살핀 소원의 입가에 조롱의 미소가 걸렸다.

“대표님, 조금 전만 해도 후회한다고 그러더니, 이제 그 후회가 얼마나 싸고 우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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