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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이미 기울어진 마음의 저울

“어찌 됐든 이모에게 먼저 사과하렴. 밤에 혜원이를 한참 찾았단다.”

그의 말이 성혜인의 심장을 사정없이 후벼파는 것 같았다.

“혜인아. 너도 혜원이 상태가 어떤지 알다시피, 의사가 조심하지 않으면 10년밖에 못 산다고 하지 않았니. 널 돕고 싶지 않은 게 아니다.”

성휘는 소윤을 진정시키면서 성혜인의 어깨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성혜인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

작은 움직임이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듯했다.

당황한 성휘의 얼굴에 속상함이 묻어났다.

“이번엔 이모가 너무 감정적이었다. 얼굴이 부었는데, 약 가져다주마.”

성혜인은 병 주고 약 주는 이 상황에 질려버렸다.

“됐어요.”

성혜인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하며 얼굴을 만지던 손을 내려놓았다.

“가볼게요. 혜원이 일어나면 잘 챙겨주세요.”

몸을 돌리는 순간, 소윤의 냉소가 고막을 찔렀다.

“혜원이가 응급실에서 나오기도 전에 가버린다니,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구나. 혜원이가 못 나왔으면 좋겠지? 그래야 성씨 집안의 여식은 너 하나뿐일 테니까. 아니야?”

“소윤!”

도가 지나친 발언에 성휘가 결국 언성을 높였다.

“화가 나서 그런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

반면, 위로 휘어 올라간 성혜인의 입꼬리에서 조소가 느껴졌다.

“제가 혜원이의 쾌유를 빌어도 성씨 집안에서 믿는 사람은 한 명도 없겠죠. 이번 일은 제가 참겠지만, 이번이 마지막이에요.”

말을 마친 성혜인은 조금의 망설임 없이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닫히자, 소윤은 떨리는 손으로 성혜인이 서 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저 애 태도 좀 보세요. 제 아비는 눈에 뵈지도 않네!”

성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반 씨 집안에서 우리에게 2차 파이낸싱 진행하고 싶다는 소식을 들었어. 이게 다 혜인이 덕이야. 확실히 막무가내일 때가 있기는 해도, 어른이라는 사람이 뺨을 때렸으면 안 되지.”

하지만 더 세게 때리지 못한 것이 아쉬운 소윤은 입을 삐죽였다.

성혜인은 정신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얼굴보다는 마음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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