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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박예찬은 단어선택에 무척 신중을 기했다. 외할머니라고 직접 말하지 않고 단지 혈연적인 할머니라고만 말했다.

박민정은 아이가 인터넷에서 한수민을 안 게 틀림없다는 걸 알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사이 박예찬이 다시 말했다.

“엄마, 할머니가 엄마를 나쁘게 대하면 난 할머니로 인정 못 해요. 감히 엄마를 괴롭히면 나한테 말해요. 내가 지켜줄게요.”

영상 반대편에서 진지함이 가득한 예찬이를 보며 박민정은 마음속으로 안도감을 느꼈다.

“걱정하지 마, 엄마는 엄마 스스로 지킬 수 있어. 다른 사람한테 괴롭힘 안 당해.”

박민정이 다시 당부했다.

“요즘은 하랑 이모 말 잘 듣고 절대 이모 성가시게 굴지 마.”

조하랑은 옆에서 이 말을 들으며 얼굴을 붉혔다.

사실 예찬이를 성가시게 구는 건 자신이었고, 예찬이가 없었다면 어른들의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도 몰랐을 것이다.

심지어 아빠도 예찬이 때문에 그녀에게 잘해주고 있었다.

“걱정 마, 예찬이는 어른들보다 더 어른스러워.”

조하랑이 다른 말을 하려던 찰나 누군가 방 문을 두드렸고 그녀는 예찬에게 전화를 끊으라고 말해야 했다.

걸어가 문을 열자 병원에서 막 돌아온 듯 먼지가 쌓인 흰 가운을 입은 김인우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무슨 일이죠?”

그가 옷도 안 갈아입고 온 것을 본 조하랑은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 싶었는데 김인우가 이렇게 말했다.

“할아버지가 웨딩 사진 찍으러 가자고 하셨어요.”

“우리 이제 겨우 약혼했는데 이렇게 빨리 웨딩 사진을 찍어요?”

조하랑은 전혀 가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약혼을 하고 결혼까지 하려면 반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황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웨딩 사진을 찍고 보정하는 데 보름 이상 걸릴 테니 할아버지가 설 전에 하는 게 좋다고 하셨어요.”

김인우도 짜증스러운 눈빛이 가득했다.

그는 조하랑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가 곧 자신의 아내가 된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았다.

대체 할아버지는 뭘 보고 그러시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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