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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유남준은 문득 가슴이 답답해졌다.

그는 수중의 서류를 내려놓고 서다희에게 분부했다.

“CEO 한 명 영입해!”

서다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대표님 말씀은?”

“나 한동안 좀 쉬어야겠어.”

유남준이 대답했다.

“중대한 일 아니면 나한테 보고할 필요 없어.”

대기업에서 CEO를 영입하는 건 흔하디흔한 일이지만 서다희는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

유남준이 이 자리에 앉고 나서부터 모든 일을 직접 해나갔고 본인에게 일말의 휴식시간도 허용하지 않은 채 오직 일에만 몰두했으니까.

그런 그가 지금 집행권을 내려놓겠다고 한다.

서다희는 한참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영입하겠습니다.”

서다희가 나간 후 유남준은 서류를 계속 들여다봤지만 머릿속엔 온통 박민정뿐이었다.

그는 달갑지 않았다. 전혀 달갑지 않았다.

이 몇 해 동안 열심히 일하고 밤낮없이 돈 번 이유가 뭣 때문인데?

박씨 일가에 사기당한 빈자리를 채우려고, 금전적인 빈자리뿐만 아니라 이미 짓밟힌 자존심도 다시 세워야 했다!

수천억의 재산은 유남준에게 큰 액수가 아니다!

하지만 이 수천억 때문에 그는 상류층에서 온갖 굴욕을 당했다.

뭇사람들은 그가 여자에게 빌붙어 신분 상승하려다가 바람맞은 바보라고 했다!

수천억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의 아내까지 얻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금 그에게 차려진 건 무엇인가?

박민정은 일부러 그를 잊은 척했고 무참하게 그를 버렸다...

여기까지 생각한 유남준은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치며 본인이 직접 가서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리고 박민정이 보는 앞에서 그녀가 가짜 기억 상실이란 걸 까밝힐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박민정을 제대로 징벌할 수 있다.

따끔한 교훈을 안겨줄 수 있다.

유남준이 한창 생각에 잠겨있을 때 노크 소리가 그를 사색에서 깨워줬다.

“들어와.”

사무실 문이 열리고 박민정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오늘 연한 색의 원피스를 입고 맑은 두 눈으로 유남준의 짙은 눈빛과 마주했다.

유남준은 헝클어진 넥타이를 정리하고 옷매무새도 정리했다.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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