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가 자리에 앉자, 연회장의 불빛도 어두워졌다. 이때 백채원은 목소리를 낮추며 협박했다.“김민아, 당신 너무 날뛰지 않는 게 좋을 텐데.”“네? 내가 뭘 했다고 날뛴다는 거죠? 난 당신이 상간녀란 것을 밝히는 거야말로 날뛰는 건 줄 알았단 말이에요.”어두컴컴한 불빛이 백채원의 얼굴을 비추자 그녀의 안색을 무척 창백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김민아는 오히려 즐겁게 웃었다.“난 당신이 화가 나면서도 나를 어떻게 할 수 없는 모습 보기 좋아해요. 백채원 씨, 당신이 한 그 일들, 난 이미 증거를 준비했어요. 만약 또 나를 건드리고 나와 지아를 도발한다면, 나는 그 증거들 공개할지도 몰라요. 내가 만약 당신이라면, 지금 이도윤 씨를 얻은 이상, 밖에서 소란을 피우지 않고 조용하게 있었을 거예요. 사람이라면, 사람 같은 짓을 해야죠.”백채원은 눈을 부릅뜨고 더는 말을 하지 못했다.소지아는 이도윤과 헤어진 후 이렇게 짧은 시간에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남들 눈엔 그들이 서로 낯선 사람처럼 보였다.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표정은 똑같이 차가웠고, 남들이 10억, 20억을 부르든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았다.아무튼 남이 떠들썩하든 말든 그들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경매가 막바지에 이르자, 우 사장은 직접 무대에 올라 사회를 맡았다.“다음은 역사가 아주 유구한 경매품인데, 이미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죠.”대형 스크린에 고풍스러운 정원을 가진 고택이 나타났다.소씨 고택은 소씨 집안 조상님이 지은 것으로, 후에 다시 리모델링하여 역사를 보존한 동시에 또 새로운 스타일을 추가했다. 가장 관건적인 것은 이 고택의 지반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이는 현재 시내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에 있어, 스스로 안에서 살든 내놓아서 비즈니스를 하든 모두 괜찮았다.소지아는 그 익숙한 정원을 바라보았다. 매화는 이미 꽃망울이 맺혀 머지않아 필 것이다.그녀는 소계훈이 나무 밑에 약초를 많이 묻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시집가서 아이
김민아는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 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얄미운 사람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당신은 그녀의 남자를 빼앗아 사모님의 자리에 올라갔는데, 이것으로 아직 부족한 거예요?”백채원은 콧방귀를 뀌었다.“그녀만 없었다면 난 진작에 도윤 씨에게 시집갔을 거예요. 소지아가 내 남자를 빼앗았죠.”“백채원 씨 정말 너무 뻔뻔하네요. 기네스 세계 기록을 신청해봐요. 백 년 정도는 아무도 당신의 기록을 깨뜨릴 수 없을 걸요. 난 나 자신이 이미 충분히 뻔뻔하다고 생각했는데, 백채원 씨와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 당신은 정말 이 세상에서 최고로 뻔뻔스러운 사람이니까요.”“김민아 씨, 말 좀 똑바로 했으면 좋겠네요.” 백채원은 두 손으로 가슴을 안고 차갑게 협박했다.“에이, 화 났어요?” 김민아는 항상 사람을 화병 나게 죽게 하는 능력이 있었다.“지금 화난 사람은 내가 아닐 텐데요.”김민아의 표정은 담담하여 도탄에 빠진 소지아와 선명한 대조를 이루었다.소지아는 이미 가격을 1000억으로 불렀고 이도윤은 그녀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지금 그는 500억만 더 추가하면 순조롭게 소씨 고택을 따낼 수 있었다.우 사장은 이도윤이 카드를 들지 않는 것을 보고 그제야 조심스럽게 물었다.“다른 가격은 없나요?”“1000억 한 번.”이도윤의 바지 주머니 속의 핸드폰은 또 한 번 끊임없이 진동했다.“1000억 두 번.”김민아도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이것은 이미 고택의 다툼이 아니라 두 여자가 이도윤의 마음속에 있는 지위의 전쟁이었다.그의 바지 주머니의 핸드폰은 다시 한번 진동했다.“1000억…….”우 사장은 이미 망치를 들어올렸고, 이때 이도윤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1500억.”소지아의 몸은 가볍게 떨렸다. 그녀는 자신이 여지없이 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백채원은 입가를 구부리고 웃으며 승리자의 미소를 지었고, 눈을 흘기며 김민아에게 말했다.“내가 말했죠, 내가 원하는 것이라면 도윤 씨는 모두 나에게
인해로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유명했다. 널찍한 아스팔트 길 양쪽에 가로등이 밝은 불빛을 반짝이며 마치 천국으로 가는 길처럼 보이지 않는 곳까지 뻗어 있었다.소지아는 차창을 내려 바닷바람을 쐬었다.쌀쌀한 바닷바람이 패딩을 뚫고 불어와 그녀의 온몸을 차갑게 만들었다.김민아는 핸들을 잡으면서 그녀를 일깨워주었다.“감기에 걸릴라.” “조금만 더 쐴게.” 소지아는 차창에 엎드려 팔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자유로운 바람을 느꼈다.“민아야, 내가 죽으면 너 내 유골 바다에 뿌려.”김민아는 바로 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길가에 세웠다.“지아야, 밤중에 이런 농담하지 마. 하나도 안 웃겨.”소지아는 차문을 열고 차에서 내려 바다냄새가 나는 바람을 만끽했다.“난 원래 고택을 산 다음, 내가 죽을 때, 네가 날 우리 집 정원의 그 매화나무 아래에 묻으라고 하고 싶었어. 나도 거기서 자랐으니 이제 거기로 돌아가야 하잖아. 어차피 우리 아빠는 평생 나와 그 약초들을 볼 수 없을 테니까. 그런데…….”소지아는 여기까지 말할 때 멈추었다.“그는 나에게 이 기회를 주지 않았어. 아무튼 됐어, 어차피 죽으면 모두 먼지로 변하는 거니까 어디에 묻혀도 별 차이가 없겠지.”김민아는 이미 그녀를 안고 울음을 터뜨렸다.“왜 차이가 없어? 네가 소씨 집안에 묻혀야 내가 널 만나고 싶을 때 찾아가서 제사를 지내줄 수 있잖아. 네가 바다에 묻히면, 내가 잠수라도 배워서 널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니니?”소지아는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너도 참, 엄청 귀엽다니까.”“지아야, 봐봐, 넌 웃는 게 정말 예뻐, 많이 좀 웃어.”“좋아.” 소지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 나도 많이 터득했어. 인생은 바로 이렇다는 것을. 얻고 싶은 무언가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수록 더욱 얻기 어려워.”“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난 전에 그렇게 전심전력으로 한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었기에 글 속에만 존재하는 그 감정을 체득했어. 지금은 모두 바람을 따라
김민아가 사장님의 곁으로 달려가 주문을 더 하는 틈을 타서 소지아는 방금 김민아가 그녀에게 몰래 찍어준 사진을 프로필 사진으로 바꾸었다.그녀는 바다 사진 한 장을 찍은 다음 ‘머나먼 곳’이라는 글과 함께 sns에 올렸다.소지아는 지금 그녀의 집 아래에 차 한대가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 이도윤은 소지아가 연회에서 떠나는 그 뒷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녀가 기부한 1000억 원을 생각하면, 마치 그녀가 건물에서 뛰어내린 날처럼 그의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그는 답을 원했다.소지아와 김민아는 줄곧 돌아오지 않아 그는 이렇게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진환이 입을 열었다.“대표님, 사모님은 아직 바비큐를 드시고 있어서 조만간 돌아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그녀는 어디에 있지?”“보아하니 인해로에 있는 것 같습니다. 사모님 방금 sns를 올렸습니다.”이도윤은 가장 빨리 휴대전화를 켰는데, 그의 sns는 여전히 민백현이 올린 링크였다. ‘충격! 계란후라이를 자주 먹으면 뜻밖에도 이런 병에 걸리다니.’그리고 시간은 한 시간 전이었다.“언제 올렸지?”“22분 전에요.” 진환은 이도윤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지는 것을 보고 목소리도 점점 작아졌다.“대표님은 보이지 않는 겁니까?”이도윤은 휴대전화를 꽉 쥐고 이를 갈며 말했다.“날 삭제했군.”이것은 매우 뻘쭘한 상황이었다. 보스를 삭제하고 자신을 삭제하지 않았다니. 진환은 또 조심스럽게 그에게 일깨워주었다.“사모님은 또 새로운 닉네임과 프로필 사진을 바꾸었습니다.”이도윤은 이미 그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았다.소지아의 프로필 사진은 이미 그녀 본인으로 바뀌었다. 어두컴컴한 가로등 아래, 부드러운 불빛은 그녀의 희미한 옆모습을 그려냈고, 바람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하늘하늘하게 불었다. 그녀의 입가의 미소는 오히려 유난히 부드럽게 만들며 성숙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사진이었다.이도윤은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어루만졌지만, 차가운 스크린밖에 느낄 수 없었다.그녀는 죽더라도 커플
진환은 어이 없어 하며 그녀의 호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말하자면, 그 앞잡이도 당신보다 못 생겼는데. 그는 줄곧 표정도 없어서 얼굴을 이렇게 하고 있단 말이에요.”김민아는 또 진환을 따라하기 시작했는데, 진환은 얼른 그녀를 끌고 차에 태웠다. 그리고 김민아는 조수석을 두드렸다.“오빠, 잘 생겼는데, 내가 책임질게요.”진환이 막 거절하려 하자 김민아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내가 개를 엄청 잘 키우는데, 지난번에 난 우리 집 개를 뚱뚱하고 튼튼하게 키워서…….”소지아는 이곳에서 이도윤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녀는 얼른 불안함을 억누르고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민아는…….”이도윤은 담배꽁초를 끄고 또박또박 말했다.“진환이 집으로 데려다 줄 거야.”소지아는 진환이 나쁜 짓을 할까 봐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그녀와 이도윤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그는 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있었고, 작은 눈송이가 부드럽게 그의 곁에서 춤을 추며 매우 아름다운 화면을 이루었다. 그는 소지아를 향해 바라보았다.“얘기 좀 할까?”소지아는 눈빛조차 그에게 주지 않았다.“나 최근에 말 아주 잘 들었는데. 아무런 남자와 접촉하지 않은데다 선배 연락처조차도 지웠어. 그리고 모기도 수컷이라면 난 멀리 도망쳤거든.”“그래서 나까지 지운 거야?” 이도윤은 이를 악물었다.“네 전화는 삭제하지 않았으니 난 여전히 부르는 대로 갈 수 있어.”“소지아.”“날 데려다줄 필요 없어. 택시 잡았으니까.”소지아는 도망치듯 차에 올라갔고, 문을 닫으려 할 때, 남자의 손이 차 문을 막았다. 그의 손목에 있는 수백억짜리 손목시계는 가로등 아래에서 찬란한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이도윤은 키가 아주 컸고, 훤칠한 몸매는 차 옆에 서서 뒤의 가로등 빛을 막았다.흩날리는 눈송이는 가로등 아래에서 춤을 추다 떨어지더니 순간 그의 어깨와 머리에 두꺼운 눈이 쌓였다.그의 긴 팔은 차문 가장자리에 있었고 강한 카리스마는 소지아를 향해 덮쳤다.칠흑 같은 동공은 소지
지금 이 순간, 백채원은 따뜻한 실내에서 두 아이와 놀고 있었다. 이는 한 쌍의 쌍둥이었다. 아들은 이도윤이 직접 지은 이름인 이지윤이고, 딸은 백채원이 지은 이름인 이채나였다.“채나야, 엄마한테 와봐.”이채나는 몸이 약하여 이지윤의 다리보다 튼튼하지 못했다. 요 며칠 이지윤은 이미 땅에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었지만 동생인 이채나는 소파를 부축하고 한걸음한걸음 이동해야 했다.그리고 그녀는 앳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엄마, 엄마.”“그래, 엄마가 안아줄게.”백채원은 바로 이지윤을 바라보았다.“지윤도 엄마한테 와.”이지윤은 돌아서서 그녀를 보더니 즉시 시선을 거두었고, 전혀 걸어올 의사가 없었다. 눈빛 속의 무관심과 담담한은 이도윤과 똑같았다.저번에 이도윤이 그를 데리고 돌아온 후, 이 아이는 자주 밖을 보면서 남은 상대도 하지 않아 성격이 더욱 괴팍해졌다. 가끔 잠들면 그는 엄마라고 한두 번 불렀지만 깨어나면 어떤 간식으로 유혹해도 그는 부르지 않았다.백채원은 의심이 들었다. 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그녀와 친하지 않았다.분명히 여동생과 같은 배에서 나왔지만 전혀 다른 성격이었다.백채원은 눈빛이 그에게 떨어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고, 이때 조수가 들어왔다.“아가씨, 이미 다 처리했습니다. 그쪽 사람들은 이미 매수했으니 곧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백채원은 아이를 옆에 있는 아줌마에게 건네준 다음 와인 한 병을 땄다. 와인 잔에 검붉은 빛깔이 흐르는 것을 보고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소지아가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보고 싶군.”“아가씨, 대표님과 소지아는 이미 이혼했고, 지금 대표님도 아가씨의 말을 그렇게 따르는데 굳이 번거롭게 이런 일을 하실 필요가 있겠습니까?”백채원은 조수를 차갑게 노려보았다.“네가 뭘 알아?”조수는 깜짝 놀라 몸을 떨며 얼른 고개를 숙였다.“네, 죄송합니다.”백채원은 이도윤이 자신에게 잘해주는 것은 사랑과 무관하고 단지 책임일 뿐이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이예린의 죽음이 그로 하여금 소지아를
길에서 그녀는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모두 생각해봤는데 그냥 자존심을 버리고 백채원에게 협조하면 된다.사실 어렵지 않았다.죽는 것과 비하면 그깟 자존심이 뭐라고?이것은 소지아가 처음으로 블린시트에 들어온 것이었는데, 안의 인테리어는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파란색 아치형의 문, 말발굽 모양의 창문, 회색의 흙으로 만든 벽, 그리고 흰색 커튼은 바닷바람에 더욱 신비롭고 낭만적으로 보였다.애석하게도 이 집의 주인은 백채원이었다.소지아는 하인의 안내로 거실로 갔다. 넓고 밝은 거실에는 커다란 창문이 있었고, 제각기 다른 각도에서 바다를 똑똑히 감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백채원을 보기도 전에 누군가 자신의 다리를 잡고 있는 것을 느꼈다. 바로 며칠 동안 보지 못했던 이지윤이었다.“엄마.” 그의 발음은 전보다 좀 더 좋아졌고, 앳된 목소리는 귀에 착 달라붙었다.아이의 눈은 마치 하늘의 별처럼 초롱초롱했다. 소지아도 다시 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익숙한 느낌이 좀 더 많아졌다.이지윤은 소지아를 향해 두 팔을 벌렸고, 앵두처럼 작은 입에는 군침이 줄줄 흘렀다.“엄마, 안아줘…….”소지아가 그의 머리를 어루만지려 할 때, 집안의 아줌마가 다급히 와서 이지윤을 안고 갔다.“어머, 도련님, 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세요. 이따가 사모님이 중요한 일이 있단 말이에요.”강제로 끌려간 이지윤은 매우 불만스러워하며 바로 목을 놓아 울었고, 팔은 소지아를 향해 뻗었다.“엄마, 엄마.”소지아의 마음도 따라서 아프기 시작했다. 그녀는 뜻밖에도 백채원의 아들에게 이렇게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었다니.백채원은 2층에서 천천히 내려왔는데, 멀리서 이지윤의 목소리를 들었다.“지윤아, 너 드디어 엄마를 부를 수 있게 되었구나. 엄마가 이따 같이 놀아줄게.”이지윤은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여전히 소지아의 방향을 바라보았다.백채원은 스스로 소파에 앉았고, 하인이 와서 비위를 맞추며 물었다. “사모님, 뭘 드시겠어요?”백채원은 오른손으로 고개를 받쳐들고 나른하게 소지아를
백채원은 소지아가 반항할 줄은 정말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녀가 방금 한 헤어스타일은 이렇게 망가졌다.그래서 그녀는 화가 나서 그 자리에서 비명을 질렀다.“아! 이 천한 년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아직 아무도 감히 나에게 이런 짓을 한 적이 없단 말이야!”소지아는 뒤로 물러섰고, 백채원은 얼굴에 가루가 묻어 일시에 소지아가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보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팔을 마구 허우적거렸다.바람을 느끼자 그녀는 앞으로 걸어갔지만, 슬리퍼가 밀가루 반죽을 밟는 바람에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백채원 씨, 나도 여태껏 이런 대접받은 적이 없었어요. 당신만 응석받이로 키운 공주이고, 난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날 짓밟는 거죠?”소지아는 그녀가 얼굴에 반죽이 묻은 틈을 타서 먼저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고, 또 몇 발 세게 걷어찼다.“이 뺨은 내 죽은 아이를 위해서이고, 이 뺨은 내 끝난 혼인을 위해서예요.”“아, 죽여버릴 거야! 이 천한 년! 여봐라, 너희들은 멍청하게 거기 서서 뭐하는 거야!”백채원은 소지아에게 뺨을 맞고 또 발로 걷어차여 이미 화가 나서 정신이 없었다.주방에는 하녀 한 명밖에 없었는데, 이미 놀라서 그 자리에 멍해졌고, 다른 하녀들이 달려와 백채원을 구하려할 때, 소지아는 전부터 노리고 있던 날카로운 칼을 손에 쥐었다.“다들 가까이 오지마!”얼굴에 온통 밀가루 범벅이 된 백채원은 눈을 뜰 수 없었지만 목에 쌀쌀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계속 움직이면 당신 죽여버릴 거예요!”백채원은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그동안 자신에게 당하기만 했던 소지아가 갑자기 이렇게 용맹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백채원은 침을 삼키며 말했다.“소지아, 당신 감히 나를 건드리면 도윤 씨가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소지아는 차갑게 웃었다.“그는 지금까지 날 가만두지 않았어요. 백채원, 왜 당신은 자꾸 나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 하는 거죠? 지금은 소씨 집안 고택까지 빼앗으려 하다니. 난 당신과 아무런 원수도 없는데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