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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6화

떠날 계획을 마친 민아가 어떻게 준비를 안 할 수 있겠나.

민아는 나중에 화가 난 세찬이 계좌를 동결할까 봐, 모아두었던 돈을 개인적으로 조금씩 이체하거나 사람을 찾아 현금으로 바꾸었고, 고향 집에 송금하는 등 잔액을 줄이고 있었다.

세찬은 매우 호탕하게 지아의 계좌로 6억을 보냈다.

민아는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하룻밤에 6억이라니, 내 가치가 꽤 높네.’

세찬은 이런 쪽에 요구가 높았다. 민아를 고를 때도 진작 민아의 몸 사이즈를 재어보고 며칠 동안 테스트해 보고 나서야 손을 대기 시작했다.

겉으로는 잘 포장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 껍질을 벗겨낸 후 세찬이 얼마나 악마처럼 지저분한 사람인지 민아만이 알고 있었다.

그래도 민아가 임신했다는 걸 안 뒤로 양심껏 건드리지 않았고 따지고 보면 몇 개월이 지난 시간이었다.

세찬이 조급하게 침대에 눕히자 민아는 다소 불편했다.

“아직 안 씻었는데...”

“하고 씻어.”

민아의 머리카락이 새하얀 이불 위에 흩어져 있었고, 세찬의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예전에는 민아가 침대에서 자신에게 잘 맞춰줬는데 지금은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왠지 모르게 마음이 조금 아팠고 손의 움직임마저도 훨씬 부드러워졌다.

“그동안 다른 사람 만난 적 없어요?”

민아가 묻자 세찬은 그런 질문이 불만스러운 듯 차가운 눈빛으로 민아를 훑어보았다.

“아무나 내 침대에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아?”

세찬은 반지를 다시 민아의 손에 끼워주며 손가락 끝에 입맞춤을 했다.

대단한 집안도 아니고 피아노를 배운 적도 없지만 다리만큼이나 그 손이 설명할 수 없이 세찬을 매료시켰다.

“악보 기억나?”

세찬은 입술을 귓불로 옮기며 물었다.

미친!

민아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이 미친 남자는 1년 전부터 민아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고, 아무런 기초도 없었던 민아는 매일 잠들기 전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모자라 악보까지 외우게 했다.

임신한 동안 겨우 잠잠해졌나 싶었는데 세찬이 또 이런다.

“아니요, 기억 안 나요.”

“휴가 줄 테니까 10곡만 외워.”

“알았어요.”

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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