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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발바닥에 힘을 가하는 순간 바닥이 산산조각이 났고, 그는 전광석화처럼 길 한복판에 나타나 아이를 끌어안았다. 그러고 나서 발끝으로 보닛을 살짝 밟고 반작용을 이용해 깃털처럼 가볍게 뒤로 물러난 뒤 천천히 착지했다.

이 모든 게 단 2초 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민혁이 아이를 내려놓는 순간 이를 목격한 행인들이 경악한 얼굴로 감탄을 내뱉었다.

이때, 한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 뛰어와 아이를 품에 안고 살펴보기 바빴다.

반면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아이를 보고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이민혁을 향해 다가갔다.

“어?”

“당신은...”

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이민혁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런 우연이 있나요?”

“죄송해요, 대표님. 제가 한눈파는 바람에... 다 제 탓입니다. 혹시 다치진 않으셨나요?”

남지유는 조마조마한 얼굴로 제 자리에 서 있었다.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아요.”

이내 아이의 곁으로 다가가 꼼꼼히 살펴보고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여자한테 물었다.

“괜찮으세요?”

“네, 감사합니다. 제가 매장에서 결제하는 사이에 혼자 밖으로 나왔나 봐요.”

아이의 어머니도 놀란 마음이 진정이 안 되는 듯 말까지 더듬었다.

이민혁이 미소를 지었다.

“괜찮으면 다행이네요.”

이때, 사람들이 슬슬 몰려오기 시작했고 하나같이 호기심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왜냐하면 방금 목격한 장면은 당최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민혁은 남지유를 향해 말했다.

“일단 자리를 옮기죠.”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혁은 남지유의 차에 올라탔고, 두 사람은 현장을 떠났다.

차 안에서 남지유는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백미러를 힐끔거리자 이민혁은 입에 담배를 문 채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는 감히 찍소리도 내지 못했고, 둘은 그렇게 가는 길 내내 침묵을 유지했다.

한참이 지나서 남지유는 참다못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어디로 모셔다드릴까요?”

“음?”

이민혁은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생각에 잠겼다.

“잠깐 묵을 수 있는 곳 좀 알아봐 줘요.”

“혹시 따로 요구하는 게 있을까요?”

남지유가 물었다.

이민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낼 수 있는 곳이면 돼요.”

“그렇다면 회사에 소속된 곳도 괜찮아요?”

“물론이죠.”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이고 곧장 근처 고급 별장 단지로 향해 차를 돌렸고, 어느 한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이민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여기가 회사에 소속되어 있다고요?”

남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KP에서 샀어요.”

“돈을 아주 막 쓰네요.”

차에서 내린 이민혁은 눈앞에 우뚝 솟은 고급 별장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단독 주택 형식으로 이루어진 별장이 쭉 늘어선 단지는 딱 봐도 상류층 인사들이 드나드는 곳으로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았다.

남지유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더니 얼른 말을 보탰다.

“들어오시죠.”

이민혁은 남지유를 따라 별장으로 들어섰다. 거실만 70평이 넘는 듯싶었고, 안에 진열된 가구들은 전부 명품에 속했다. 인테리어 또한 예술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다.

이런 면에서 문외한인 그마저 감탄을 금치 못했고, 보기만 해도 기분이 흐뭇했다.

“나쁘지 않네요.”

이민혁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남지유는 이민혁을 소파에 앉히고 원두를 갈아 커피 한 잔 내려서 가져갔다.

이민혁은 한 모금을 마시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차로 부탁해요.”

“알겠습니다, 대표님.”

남지유는 즉시 차를 한 잔 준비해서 다시 찾아왔다.

이민혁은 주변을 둘러보며 물었다.

“회사에서 별장은 왜 샀죠?”

남지유는 서둘러 해명했다.

“투자인 셈이죠. 총 20채의 건물을 샀는데 이 별장만 인테리어했어요.”

“아, 투자군요. 그렇다면 난 할 말이 없네요. 다들 전문가시니 알아서 하겠죠.”

이민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무심하게 말했다.

남지유는 고상한 자세로 옆에 앉더니 나지막이 말했다.

“현재까지는 투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죠. 벌써 집값이 10% 상승했어요.”

“좋네요.”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남지유는 말을 이어갔다.

“인테리어를 마친 별장은 회사에서 중요한 손님들을 접대하는 곳인데, 평소에는 제가 살고 있죠.”

말을 마친 남지유는 이민혁을 흘끔 쳐다봤다.

이민혁은 개의치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비워두면 뭐 해요? 아주 잘했어요.”

남지유는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 뭐 좀 드실래요? 제가 요리에는 그래도 일가견이 있거든요.”

“아,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이민혁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남지유는 활짝 웃었다.

“잠깐 앉아 계시면 국수 한 그릇 말아드릴게요.”

이민혁은 고개를 끄덕였고, 남지유는 소파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에 있는 자기 방에 들어서자 남지유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떨림을 주체하지 못했다.

운이 좋아도 너무 좋은 게 아닌가?

KP 컨소시엄 대표랑 같은 집에 사는 날이 올 줄이야! 설마 하늘이 그녀에게 준 기회란 말인가?

한참이 지나서 흥분을 가라앉힌 그녀는 심호흡하고 옷장을 열고 원피스로 된 잠옷으로 갈아입었다.

비록 노출이 심한 편은 아니지만 움직일 때마다 살짝 노출되는 부분이 있기에 겉보기에 얌전하면서도 꽤 유혹적이다.

남지유는 거울 앞에서 한 바퀴 돌더니 입술을 깨물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거실에 도착해서 아무렇지 않게 이민혁과 인사하고는 곧장 주방으로 걸어갔다.

오픈식 주방이라 거실에서도 훤히 보였다.

남지유는 우아한 모습으로 능수능란하게 야채를 씻고 다듬기 시작했고,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였다.

이민혁의 시선은 주방 너머로 남지유의 뒷모습에 닿았고,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남지유는 국수 한 그릇을 가져와 이민혁 앞에 놓았다.

그녀가 허리를 굽히는 순간, 뽀얀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이때, 이민혁이 문득 말했다.

“여기 뭐 있는 것 같은데...”

그러고 나서 남지유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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