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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회색 시멘트벽은 햇빛을 받아 약간 뜨거웠다. 유월영은 옷을 사이에 두고 열기가 느껴졌다.

유월영은 고개를 돌린 채 말했다.

“난 아무것도 대답한 적이 없어요. 당신 마음대로 정하지 마세요.”

연재준은 아랑곳하지 않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처음 방문하면서 빈손으로 가면 안 되는데. 나랑 같이 마을에 있는 백화점에 가서 부모님께 맞는 선물을 같이 골라주면 되겠다.”

“...”

“자기. 처음 부모님 뵙는 자리인데, 나 좀 도와줘.”

“...”

유월영은 가만히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그의 자기야 소리에 마음이 동했는지, 아니면 그가 고개를 숙여 바라보는 모습에 정신 차리지 못한 건지, 그녀는 얼떨결에 그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래도 관광지인지라 마을에는 고급 브랜드들이 들어선 백화점이 있었다. 백화점으로 들어가기 전, 연재준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을 보고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를 대할 때처럼 그렇게 편안한 표정이 아니었다.

유월영은 무의식적으로 그의 핸드폰 액정을 보았지만, 그는 이미 전화를 끊은 후였다. 그리고는 4천만 원 이체해 주면서 말했다.

“자기. 우선 네가 좀 골라줘, 전화 좀 받고 올게.”

“그래.”

유월영은 돌아서서 백화점에 들어가면서, 그가 “아버지”라고 부르는 걸 들었다.

‘연 회장님 전화네.’

혼자 백화점에 들어간 유월영은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그냥 돌아보기만 했다. 그러다 반지를 빼내려고 시도했지만 빠지지 않았다.

그녀는 명품 매장에 가서, 어머니를 주려고 작은 지갑을 샀다. 그러고는 매장 직원에게 혹시 이 반지를 어떻게 빼야 되는지 아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매장 직원은 반지를 보자마자 놀라 소리 질렀다.

“어머! 이게 얼마 전 실시간 검색에까지 올랐던 그 비싸게 팔린 ‘에로스’잖아요!”

유월영은 멍하니 있었다.

‘ 뭐?’

매장 직원은 소문으로만 듣던 반지의 실물을 보고, 유월영이 가격을 모르는 눈치이자 감탄을 하면 설명했다.

“모르세요. 이게 ‘에로스’인데, 며칠 전 홍콩 크리스티즈 경매장에서 600억에 낙찰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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