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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유월영과 현시우는 거의 동시에 한 명은 뒤로, 한 명은 똑바로 허리를 펴고 서서 거리를 두었다. 하지만 시선은 다시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몇 초간 침묵했다. 오렌지꽃 향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유월영은 현시우의 목젖이 미끄러지는 것을 보자 두 사람 사이에 더욱 야릇한 분위기가 더해졌다.

그녀의 머릿속에 문득 고등학교 시절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모의고사 전, 유월영은 현시우에게 과외해주기로 약속했고 두 사람은 사람이 없는 음악 교실로 갔다.

그녀는 문제집을 풀었고 현시우는 소설책을 골똘히 읽고 있었다. 가늘게 늘어뜨린 속눈썹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 그의 옆모습은 약간 현실감이 없이 잘생겨 보였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로 다가갔다.

입술에 닿자마자 그는 그녀의 턱을 잡고 그녀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의 시선은 계속 책에 꽂혀있었고 입가에는 알 듯 말 듯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나랑 같이 공부하자더니, 이런 걸 공부하려고 한 거야?”

처음으로 그에게 입 맞췄지만 그가 별 반응이 없이 놀리자 유월영은 바로 책을 집어 들며 화를 냈다.

“실수로 닿은 거라고! 내가 지우개를 가져오려다 그런 거잖아! 네가 내 지우개 가져갔잖아!”

유월영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다시 소리 질렀다.

“그러게 왜 남의 지우개를 가져가고 난리야!”

현시우는 책을 내려놓고 웃을 듯 말듯 그녀를 보다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그가 왠지 뽀뽀할 듯한 강렬한 예감이 들어 그만 얼굴이 달아올랐다.

그에게 문제집을 던져주고 그녀는 화장실을 핑계로 황급히 자리에서 도망갔다.

...

그때는 정말 고의였지만 이번에는 정말로 고의가 아니었다.

현시우는 먼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어갔다.

“방금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고 했어?”

유월영은 아로마 디퓨저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냄새를 맡은 적 있어. 전에 영안에서 소은혜가 나를 숲에 버린 그날 밤 내가 구조됐을 때 서지욱 씨의 비서가 내가 잠을 못 잘까 봐 아로마 오일 넣은 가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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