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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54장

발걸음 소리가 들려서 인지 아이는 뒤돌아 섰다.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인형같이 이쁜 애기가 투명하고 순수한 눈으로 소만리를 쳐다봤다.

순수한 애기의 눈을 보자 소만리 마음속의 분노가 사그러졌다. 분노가 사라지자 말로 표현하지 못할 친절함과 흐뭇한 마음이 생겼다.

소만리는 갑자기 울컥해지면서 마음이 약해졌다..

내 애기가 아직 살아 있다면 이렇게 귀여운 아이로 자랐겠지…?

그야 기모진의 유전자를 가졌으니 나쁠 일이 없지.

소만리는 허리를 숙여 손으로 애기의 얼굴을 감싸며 “ 귀염둥이, 이름이 뭐에요?”라고 물었다.

애기는 눈을 깜박깜박하고 서툰 말로 “엄마랑 아빠는 저를 군군이로 불러요.”라고 답했다.

엄마. 아빠.

이 두 단어가 가시마냥 소만리의 가슴을 찔렀다.

하늘 나라간 우리 딸도 자기의 엄마,아빠를 부를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지금은……

멀리서 소만리가 자기 아들이랑 같이 있는걸 본 다급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 만리야. 지금 뭐하는거야. 나 건드려도 되지만 나랑 기모진의 아들은 건들지마!!!”

소만영의 목소리가 유난스럽게 컸다. 굳이 자기랑 기모진의 아들이라고 강조하면서…

소만리는 이 아이를 해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근데 다급해진 소만영의 말을 들으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소만영의 뻔뻔함과 잔인함을 배울 필요 있다고 생각했다.

애기는 “엄마” 하면서 곧바로 소만영에게 안겼다.

소만영은 걱정하는 척을 하면서 애기를 위 아래로 샅샅이 훑으며 말했다. “ 우리 군군이 어디 안다쳤지.”

소만리는 코웃음을 쳤다. “ 소만영, 너 연기 진짜 늘었다. 이러다 연기대상 타겠는데?”

“만리, 넌 애가 어떻게 그렇게 잔인할수 있니.”

소만영은 피해자인척 억울한 표정으로 소만리를 보며 말했다. “ 3년전, 넌 나의 남자친구를 뺏어갔고 나랑 모진이의 첫번째 아이도 죽였어. 근데 왜 3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아들을 해치려고 하는거야. 비록 난 너랑 같은 피를 공유하는 친언니는 아니지만, 난 나름대로 너한테 잘해줬잖아. 도대체 왜 이러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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