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원수와 사랑에 빠져버렸다: Chapter 71 - Chapter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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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장
온연은 위층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목정침의 방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고, 임집사는 그런 그녀가 반응할 새도 없이 방문을 열어 젖혔다. 반사적으로 눈을 피하려고 하였다. 만약 여기서 무언가 선정적인 장면을 마주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도련님, 사모님께서 몸이 안 좋으십니다. 쉬셔야하니 바깥분께서는 객실로 이동해 주셔야 할 듯합니다.”임집사의 말투는 위엄을 나타내는 듯하였다. 목정침은 창가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담담한 채 온연을 힐끗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연연이 임집사에 쏘아붙였다.“누구더러 바깥사람이래?! 오빠 지금 담배 피우고 있잖아요? 몸이 안 좋으시면 객실에서 주무세요. 언니, 어떠세요?”온연은 대꾸없이 그저 목정침을 쳐다볼 뿐이었다. 임집사가 온연을 방 더 안쪽으로 향하도록 살짝 밀쳐내었고, 온연은 자신이 계속 이렇게 억울하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이혼하기 전까지 넌 이 방에서 잘 자격이 없으니 네가 나가도록 해.”강연연은 입술을 삐죽이더니 목정침의 뒤로 가 그의 목을 감싸 안으며 애교를 부려댔다.“오빠~ 전 그래도 언니 위해서 한 말인데, 언니 얘기하는 것 좀 들어보세요.”목정침은 손에 쥔 담배꽁초를 비벼 끄고는 얇은 입술을 가볍게 열었다.“객실로 가.”강연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들으셨죠? 오빠가 객실로 가라고 하시네요.”임집사는 본래 남의 일에 참견하기 싫어했으나 참을 수 없었는지 무어라 말을 하려 입을 열 찰나였다. 목정침이 다시금 말했다.“너 말이야.”강연연이 한껏 굳어진 기색으로 어색한듯 애교를 부려왔다.“어떻게 그래요~ 혼자 자기 무섭단 말이에요. 같이 자요, 네?”목정침은 그런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는 일어서서 실소를 내뱉으며 말했다.“네가 세 살짜리 아이라도 되나?”그 말을 들은 강연연은 바람이 빠진 공이라도 되는 냥 심드렁히 자리를 떴고, 입구를 나서면서 온연과 일부러 부딪히기까지 했다. 그와 함께 임집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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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장
온연의 침묵은 목정침에게 긍정으로 여겨진 듯하다. 그의 눈 밑 노여움은 더욱 짙어졌고, 주먹을 쥐었다 풀더니 결국은 문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얼마 있지 않아 차 한 대가 저택을 떠나는것을 확인하였고 온연은 침대를 등지고 차가운 바닥에 앉았다. 무릎을 끌어안고는 얼굴을 파묻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외로움이 조금이라도 덜 해질 것 같았다.유씨 아주머니는 3일이 지난 후 돌아오셨다.“연아, 어떻게 도련님은 설에 출장을 가셨다니? 너도 아무 말없고… 일은 조금 쉬엄쉬엄 했어도 돼잖아, 너 혼자 얼마나 썰렁했겠어……”대꾸 없이 그저 쇼파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갑자기 핸드폰의 알람이 울렸다. 임립이 보낸 설 축하 메시지였다. 그저 웃는 이모티콘을 하나 보내고는 곧 사직서를 첨부하여 전송하였다. 핸드폰을 툭 내려놓고는 잡지로 시선을 돌렸다. 내일 해성에서 그림 전시회가 있을 예정이었다. 온연은 가고 싶었고, 이미 가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였다. 발걸음이 닿는 대로 여행하고 싶었다. 유씨 아주머니께는 외출한다고만 말하였다. 그녀가 몇 일 만에 돌아올지도 모른 채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에게 마음을 잘 추스리라 하고는 별 말이 없었다.온연은 옷이 많지 않았다. 트렁크 속 짐은 옷 두벌이 다였고, 이렇게 떠나면 거의 전재산을 챙겨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에 올라탄 후에는 핸드폰을 아예 꺼버렸다. 이렇게 마음대로 집을 나선 것은 처음이었다.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좋아하는 것을 쫓고 싶었다. 하물며 목정침도 그녀를 찾지 않을 테니까……해성에 도착하니 저녁 8시가 넘은 상태였다. 온연은 호텔을 예약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가 다 되어서야 눈을 떴다. 전시회에 관한 잡지를 꺼내 기본적으로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이 전시될 예정이었다.온연의 사직은 갑작스러웠으나, 그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었다. 인생은 짧다, 끝까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다. 날이 밝아왔고, 온연은 하루 종일 전시장을 돌아다녔다. 그림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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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장
그녀가 정신 차릴 새도 없이 목정침이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그녀의 입술을 막아왔고, 약간 쉰 듯한 목소리가 서로의 입술 사이로 번져갔다.“내 허락 없이 떠나지마, 내 시야에서 벗어나지 말라고.”온연은 그저 그림을 보러 온 것이라 해명하려 했으나 목정침의 상태가 신경 쓰였다. 그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고, 상태는 매우 심각한 듯했다. 그의 의식은 점점 흐려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입술은 온연이 질식하기 직전 에야 떨어졌다. 온연이 불안정한 호흡을 헐떡거리며 말했다.“이러지 마요… 아픈 것 같으니까 우리 병원부터 가봐요.”그는 온연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아랑곳 하지 않았다. 온연의 머릿속이 안개로 가득찼다. 그가 일어난 후 자신을 더럽게 여길까봐 두려웠다. 한차례 폭풍우가 몰아친 후, 목정침은 기절한 듯 잠이 들었다. 온연의 몸을 압박한 채였다. 숨이 막혀왔다. 몸이 무너지는 듯했다.힘이 조금 돌아오자 온연은 조심스레 그를 몸에서 밀어내며 잠자기 편한 자세로 고쳐주었다. 목정침의 열은 아직도 가시지 않은 듯했다. 온연은 아직 남은 감기약을 찾아 꺼내들었다. 그를 보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으나 곧 약을 물고는 그의 입으로 넘겨주었다. 물까지 같은 방식으로 그에게 넘겨주고는 온전히 삼키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몸을 일으켰다. 극도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방을 치우는데, 침대 시트 위 붉은 것이 온연의 눈에 들어찼다. 온연의 머리가 띵 하고 울리는 듯했다.그래, 3년 전 심개와의 그날 밤. 그녀는 다음날 잠에서 깬 후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오늘과 비교하니 확연히 달랐다. 그러니까…… 그 날 심개랑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거지? 다만 어려서 아무것도 알지 못했을 뿐……마음속이 어떤 느낌인지 표현할 수가 없었다.결벽증이 있는 그이기에, 온연은 침대 위 혈흔을 깨끗이 치운 뒤 그 자리가 바람에 다 마르고 나서야 누울 수 있었다. 이튿날 눈을 뜨자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목정침이 눈에 들어왔다. 재떨이는 이미 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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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장
온연은 고통을 참으며 침대에서 일어나 옷가지를 챙겨 욕실로 들어섰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니 목정침은 이미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 챈 그의 눈빛은 침울했고, 얼굴빛마저 차가워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돌아가는 비행기 안, 졸음이 몰려왔지만 온연은 잠들 수 없었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목정침과 부딪히기라도 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온연이 몰래 해성에 온 일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다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저택으로 돌아온 뒤 목정침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욕실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것이었다. 온연은 목소리를 낮춘 채 유씨 아주머니께 물었다.“목정침, 언제 돌아온 거에요?”아주머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저택에 오신 적 없어, 오늘 돌아오셨는 걸.”온연은 머리가 아팠다. 임립에게 그렇게나 빨리 사직서를 제출하지 말았어야 했다. 틀림없이 임립이 몰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전한 듯하다. 지금의 그녀와 목정침의 관계라면 그녀가 떠떠난 것을 알았더라도 목정침이 일을 놓으면서까지 그녀를 찾지는 않았을 것이다. 온연은 문득 독감에 걸린 그가 떠올랐다. “아, 방에 시트도 갈고, 이불도 바싹 말려야해요. 당분간은 음식도 싱겁게 조리 해야겠어요.”“그래, 근데 연이 너 안색이 안 좋은데, 도련님이랑 또 무슨 일 있었어?”온연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차가운 손이 온연의 뺨을 쓸어내렸고 그녀는 곧 도망치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경험자인 유씨 아주머니는 그녀의 걸음걸이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유씨 아주머니의 얼굴에 웃음기가 서렸다.방으로 돌아오니 욕실에서는 부슬부슬 물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눈송이가 흩날리는 오후에 노곤함이 밀려왔다. 그림에 관련한 책을 몇 권 집어 아래층 쇼파로 향했다. 웅크려 앉아 몇 장 읽으니 이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눈을 뜨니 저녁 7시가 다 되어갔다. 그녀의 머리 위 불빛들이 어두웠고 한눈에 봐도 저택 전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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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장
외투를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방으로 들어섰다. 냄새가 배어 있지는 않은 지 다시 한번 냄새를 맡아보았다. 그가 싫어할까봐 두려웠다. 이런 조심성은 그녀가 여덟 살 때부터 쭉 이어졌다. 문을 여는 순간 훅 끼쳐오는 옅은 담배냄새에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무슨일이세요?”목정침은 창가에 서서 설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몸에 잘 어울리는 회색 양복을 입은 뒷모습이 사람을 매료시켰다.“저녁 6시에 우리회사 패션쇼가 있을 거야. 네 작품도 포함되어 있어. 가는 건 네 자유고.”내 작품이라니? 그녀가 내세울 수 있는 것은 그가 조언해준 원고뿐인데, 완제품이 빨리 나온 듯하다. 온연은 흔쾌히 대답했다.“저 갈래요.”목정침은 아무 말이 없더니 곧 손을 입가로 들어올려 기침을 두어 번 하였다. 온연이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감기 아직 다 안 나으셨어요? 약 드시는 거 잊지 마세요.”목정침은 돌아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에는 조롱을 띄운 듯했다.“내가 널 한번 품었다고 네가 뭐라도 되는 듯 생각하지 마. 그 한 번으로 임신을 했을지 아직 모르잖아?”온연의 눈빛에 상처가 가득했으나, 오히려 입은 대꾸했다.“임신했다고 하더라도 온전할지는 몰라요. 최근 저희 둘 다 감기약을 많이 먹었잖아요.”“임신에 대해서 충분히 공부했나봐?”조롱 가득한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온연은 굳이 해명하지 않았다. 해명하고 싶지도 않았다. 힐끗 시간을 확인하더니 그가 말했다.“난 먼저 가서 정리할 테니, 늦지 않는 게 좋을 거야.”그가 돌아서는 순간 온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왜인지 모르겠으나 차가움이든 비아냥이든 그의 눈빛이 점점 무섭게만 느껴졌다. 한 시간 후, 온연은 다시 그를 찾아가 그의 앞에 섰다.“준비 다 된거야?”목정침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과하지 않은 차림새였다. 옅은 하늘색 스키니진이 얇은 다리를 감쌌고 베이지색 니트와 코트, 단화를 신은 채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생머리에 안 그래도 화려한 이목구비에 화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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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장
온연은 그의 두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간간한 아부소리에 귀에 못이 박힐 지경이었다. 후반 웨딩 페어가 시작 되고서는 정신을 바짝 차렸다. 자신의 작품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집중했다. 완제품 제작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따지자면 온연이 ‘친엄마’라 볼 수 있었다.1초, 1분 시간이 점점 흐르고 전시가 막바지에 일렀다. 온연은 점점 의심을 품기 시작했다. 그녀의 작품이 피날레에 서는 것이 가능한가? 그녀는 이제 목정침의 회사 사람도 아니였다. 그가 그녀를 놀리기 위함 이였을까?그때 현장에 흐르던 노래가 신나는 리듬에서 잔잔히 바뀌며 분위기를 압도하였다. 늘씬한 몸매의 백인 모델이 웨딩드레스를 입고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온연은 숨을 죽일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작품이였다. 실로 압도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긴 기장의 드레스였다. 치맛자락은 단연코 과하지 않았다. 온연의 평소 차림도 보수적이었기에 드러냄이 적은 중국풍 치파오를 기본으로 한 디자인이었다. 백색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위해 화이트 글러브와 머리장식을 사용하고, 번거로운 주얼리를 택하는 대신 정교한 자수를 덧대었다.온연은 그녀의 디자인 원고가 너무 함축적이라 여겼기에, 목정침이 점 찍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전시는 곧 막을 내렸고, 온연이 나가려고 일어서는데 웃고떠드는 강연연과 목정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같이 돌아가려는 생각을 접고 혼자 자리를 떴다.길목에서 차를 기다리던 때였다. 목정침의 차가 갑자기 그녀 앞에 멈춰섰다. 온연은 차 안에 강연연이 없음을 확인한 후, 차에 몸을 실었다. 온연은 굳이 왜 강연연과 함께 있지 않냐고 묻지 않았다. 공공장소에서 그는 누구보다 이미지에 신경을 썼기에, 부인이라 알려진 그녀와 돌아가려는 것 일거다. 여러 사람들의 눈에서 벗어난 그가 무엇을 하고싶은지는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도련님, 어디로 모실까요?”진락이 물었으나 대답이 없었다. 고민하는 듯했다. 온연은 슬슬 위가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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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장
진몽요가 나간 후 온연의 문자 알람이 쉴 틈도 없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기애애하게 문자를 주고받는데 목정침이 단호하게 말했다.“식사에 집중하지?”온연은 재빨리 진몽요에게 인사를 건네고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식사를 이어갔다. 어릴 때 밥을 먹다 말고 장난감을 갖고 놀다 그에게 혼나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목정침의 정신이 일순간 멍해졌다. 지난 시절 그녀와의 추억은 미움뿐만이 아니었을 텐데…… 그런 목정침의 시선을 느낀 온연이 어색함을 내비쳤다.“왜그래요…?”목정침은 그녀의 말에 시선을 거두고는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 모습에 온연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녀와 술을 마신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온연은 몇초간 고민하다 결국 그와 잔을 부딪혔다. 온연이 술을 한모금 마시는데 목정침이 말을 걸어왔다.“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고있나?”그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던 전례가 있었기에 온연은 필사적으로 기억해내었다.“결혼기념일이죠?”답안을 말했음에도 그녀는 어떻게 그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금슬 좋은 부부끼리 나올 법한 주제에 온연이 당황했다. 밖에서 식사를 했기 때문에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들었다.그녀의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 것인지 목정침은 다시금 그녀의 술잔에 술을 따랐다. 온연은 자신의 주량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술을 거부하면 이 흥이 깨지기라도 할까 두려워 결국 잔을 비워내었다. 식사가 다 끝나갈 때 쯤이 되니 온연의 정신은 모호했고 의식마저 흐릿했다. 얼굴마저 벌겋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술자리에 익숙한 목정침의 주량에 이쯤은 끄떡없는 듯했다. 조금의 취기도 없는 듯 그는 곧 웨이터를 불러 계산을 했다. 웨이터가 공손한 태도로 그에게 말했다.“오늘 오시는 걸 사장님께서 미리 아셨는지 돈은 안 받으시겠다고 하십니다.”“다음엔 내가 대접하겠다 전해주게.”목정침은 미소를 지어보이며 대답했다. 백수완 레스토랑은 경소경이 재미로 운영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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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장
가까스로 저택에 도착하였고, 온연은 거의 목정침에게 매달린 모습이었다. 유씨 아주머니는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들고 위층에 따라 올라가려 했으나 마음이 아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사모님은 술을 잘 못하실 텐데……”목정침은 아무 대꾸도 없었다. 그에게 유씨 아주머니가 따뜻한 수건을 건네었다.“저 도련님, 그럼 사모님은 도련님께 맡기고 저는 이만 내려가보겠습니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온연의 얼굴을 살살 닦아내기 시작했다. 온연은 순순히 고개를 들어올리며 말했다.“꺠끗이 닦아… 그 사람이 더러운 걸 얼마나 싫어하는데! 빨리!”목정침은 몸을 움찔 떨었으나 이내 자기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띠었다. 불과 2초쯤 지났을까, 온연이 그를 확 밀어내었다. “하지마… 화장 지워야 해……”신기하게도 그녀는 화장을 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었다. 잔뜩 취한 온연은 그가 끼어들지 못하게 하였고 그는 그녀의 뒤에서 실랑이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다리가 힘이 빠져 푹 내려 앉는 순간 그는 재빠르게 그녀를 붙잡으며 자신도 모르게 부드러운 목소리를 내었다.“착하지, 그만 자러가자……”그녀는 이에 아랑곳 않고 발버둥치며 말했다.“나 아직 샤워도 안했어… 샤워 해야돼, 넌 몰라… 목정침 그 놈은 결벽증이 있어서 내가 샤워 안하면 자기 침대에서 자는 거 싫어한다구……”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정침은 그녀를 번쩍 안아들더니 방 안 침대로 향했다.“괜찮아, 안 싫어.”“나 씻을거야!”온연은 계속하여 발버둥쳤고 목정침은 모처럼 인내심을 가지고는 걸음을 돌려 그녀를 욕실로 데려갔다. 온연은 자리에 서자마자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듯 그의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하였다. 목정침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어렵게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온연 대신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주는데, 물이 채 차지도 않은 욕조에 온연이 비틀거리며 몸을 뉘였다.물이 슬슬 차올랐고 그는 혹시나 물을 먹을까 그녀의 머리를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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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장
오후가 될 때까지도 목정침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온연은 그림 재료를 사러 나서는 김에 진몽요에게 연락하여 그녀를 불러내었다. 그때 호텔 사건 이후, 그녀들은 제대로 모인 적이 없었다. 이대로 서먹해지기는 싫었다.두사람은 한 카페에서 만남을 가졌다. 혼자 그곳에 나온 진몽요에 온연은 의구심이 들었다.“전지없이 혼자네?”진몽요는 한숨을 내뱉었다.“그런 일로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는데, 어떻게 감히 나랑 같이 나올 수 있겠어? 난 진작부터 널 만나려고 했는데 아버지가 걱정 하시더라고. 그래서 집에 있을 수밖에 없었어. 그 놈들 심보가 아주 사나워, 무슨 일이든 나서서 꾸며내려 하는 거 정말 꼴불견이야!”온연은 아무래도 그 일에 대해 해명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하였다.“몽요, 전지랑 나 정말 아무 관계도 아니야. 걔 말 거짓 아니야. 사실 그때 날 부른 것도 너한테 청혼하기 위해서 상의하려고 부른 거였어. 너한테 서프라이즈 하려고.”진몽요가 농담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너가 진짜 걔랑 뭐가 있다하더라도 난 사랑 버리고 우정 택할 거야. 찌질이는 버리고 다른 남자 찾으면 되지. 너야 말로 단 하나뿐이고 내가 제일 지키고 싶은 사람이야.”“…몽요……”가슴속 깊은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웠다. 입을 뻥끗 거리다 이내 다시 침묵했다. 진몽요가 그런 그녀에게 슬쩍 윙크를 했다.“너한테는 목정침이 있잖아? 네가 전지를 눈독 들이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궁핍한 사람이니? 호텔에서 있던 일도 그저 무슨 일인지만 알고 싶었지 너희를 의심하지는 않았어. 목정침 이야말로 간통 잡아내려는 듯 뛰어오던데, 그거야말로 무슨 상황 이였던거야?”“나도 모르겠어.”온연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꾸했다. 그에 진몽요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널 신경쓰는 것 같던데? 전지가 나한테 그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 본적이 없어. 남자애랑 외출하는데도 아무것도 묻지 않더라.”이야기가 여기까지 흘렀음에도 온연은 그들의 프러포즈에 더 관심이 쏠린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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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장
진함은 언짢았으나 아무 소리도 낼 수 없었다. 그녀는 수년 간 재벌 가의 사람이었기에 자기 스스로 공공장소에서의 소란은 허락되지 않았다. 온연은 강연연의 요구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내가 너한테 왜? 어떻게 하면 교양 없는 사람한테 머리 숙이는지 학교에서는 가르쳐주지 않던데? 네 어머니가 지금 옆에 계셔서 망정이지, 난 네가 가정교육을 받긴 했는지 의심스러워.”강연연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테이블 위의 커피를 들어올리더니 그대로 온연에게 끼얹었다. 진몽요는 급히 온연을 뒤로 잡아 끌었고, 뜨거운 온기가 남아있는 커피는 결국 진몽요에게 끼얹어졌다. 진몽요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진몽요는 이 곳이 어디인지도 잊은 채 강연연을 세게 밀쳤다.“한 번 더 뿌려보지 그래?!”진함은 사색이 되더니 이내 소리쳤다.“그만해!”강연연의 근성으로는 진몽요에게 당하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기 시작했다. 진함은 분노로 속이 일렁였다. 주변의 곁눈질로 본인의 체면이 구겨지는 것만 같았다. 다급해진 그녀는 급히 손을 들어올려 강연연의 뺨을 내려쳤다.“그만두라 했지!”쨍쩅한 마찰음과 함께 강연연이 멍해졌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강연연은 억울한 듯 얼굴을 가리며 눈시울을 붉혔다.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엄마…… 엄마가 어떻게 날 때릴 수 있어?”진함은 눈을 질끈 감았다.“온연은 네 언니야! 어쨌든 네가 이렇게 생떼 부리는 건 용납못해, 강씨 가문의 체면을 구기는 짓이야. 알아?!”강연연은 어처구니가 없었으나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었다. 온연은 진몽요의 몸에 묻은 것들을 털어주며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를 떴다. 진함은 그들을 두어걸음 쫓다 이내 발걸음을 멈췄다. 커피 마실 생각이 싹 사라졌다.“집으로 돌아가!”강연연이 볼멘소리를 내었다.“난 안가! 돌아가려거든 먼저 가!”진함은 더 이상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은 듯 발길을 돌렸다. 카페를 나온 온연이 진몽요에게 미안함을 내비쳤다.“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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