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억만장자의 모든 챕터: 챕터 1651 - 챕터 1660
1969 챕터
제1651화
“나도 가봐야 해, 회사에 일이 많아서.”예준하는 안도하면서도 오후에 다시 관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회사에 많은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했지만, 주요하게는 관성으로 돌아가면 성소현을 가까이서 지킬 수 있었다.“그래서 몇 시에 도착해? 내가 마중 나갈까?”예준하는 평소 A시를 오갈 때 대부분 전용기를 이용했고, 다른 형제들이 전용기를 쓸 때만 항공권을 끊곤 했다.그런데 성소현이 데리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바로 전용기를 타지 않기로 했다.예준하가 말했다.“비행기 표 사면 캡처해서 보내줄게.”“알았어, 오늘 저녁은 같이 먹자.”예준하는 잔뜩 들떠 있었다.“좋아.”“그럼 난 일하러 갈게.”예준하는 마지못해 대답했다.“그래, 몸 관리 잘하고, 너무 무리하지 말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말만 해.”“알았어. 지금까지는 투자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전에 하예정이 판매 시장을 관성에만 둘 수는 없고 밖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둘은 의논을 마친 끝에 함께 인근 도시로 가서 시장을 둘러보고 땅을 구할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었다.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다들 똑똑한 사람들이잖아. 일해. 이따 저녁에 보자.”통화를 마친 예준하는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에 다시 집어넣고 웃으며 돌아서서 병실로 가려던 찰나, 부모님이 안에서 나오는 걸 보고 다가가 말했다.“아버지, 어머니, 돌아가시려고요?”“우린 이만 가려고. 너는 여기서 형 곁에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해. 네 형수도 우리가 보살필 필요 없었어. 네 형이 알아서 다 해.”예애정의 눈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대단한 큰며느리는 한 번에 아들딸을 같이 낳았다. 모연정이 쌍둥이를 낳았다는 소식에 시어머니인 그녀는 웃음이 나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드디어 손자 손녀가 생겼다.부부는 매일 며느리와 두 아기를 보러 병원에 다녀갔다.남우현 부부와 모씨 가문 사람들도 하루에도 몇 번씩 병원에 오는데, 남우현의 아내와 김계화는 엄마로서 병원에 남아 예준성과 함께 모연정을 돌봐 주었다. 예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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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2화
막내아들이 마음에 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예애정도 더 이상 결혼을 재촉하지 않지만, 예준하는 감정적인 부분에 대해 부모님과 좀처럼 얘기하지 않았고 주로 큰 형과 이야기하는 편이라 예애정은 큰아들 예준성으로부터 소식을 전해 듣고 있었다.성소현의 사진을 보고 큰아들과 며느리를 통해 성소현에 대해 알게 된 그녀는 성소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하지만 예준하가 아직 성소현을 사로잡지 못했기에 예애정도 아무렇게나 그녀를 찾아가서 놀라게 할 수는 없었다.성소현이 놀라게 될까 봐 함부로 도망가서 성소현을 귀찮게 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예준하의 잘생긴 얼굴이 살짝 붉어지며 솔직하게 말했다.“저 돌아오고 지난 며칠 동안 몸은 집에 있었지만 마음은 관성에 있었어요.”매 순간 성소현을 떠올리며 하루가 일 년 같다는 말을 체감하고 있었다.예애정은 큰 소리로 웃더니 친구처럼 막내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준하야 힘내! 엄마가 마음속으로 응원할게.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전화만 해. 엄마가 바로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서 너 대신 아내를 찾아줄게.”“엄마 아들이 그렇게 쓸모없는 놈이에요? 제 아내는 제가 사로잡아야죠.”“그래그래, 네가 직접 나서는 게 중요하지. 이런 건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없어. 경험이 없으면 네 형수한테 요령 좀 물어봐. 네 형수가 예전에 소설을 썼는데, 책 속 주인공들이 아내 꼬시는 걸 잘하더라. 형수한테 요령을 물어보면 분명 도움이 될 거야.”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난 엄마가 형한테 도움 청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네 형의 방법은 따라 할 수가 없어. 걔가 얼마나 독한데. 13살에 벌써 네 형수를 눈독 들여서 뒤에서 얼마나 많은 남자들을 처리해 버렸다고. 그러다가 나중에 네 형수가 형을 만나게 된 거지. 걘 여자 꼬시는 건 몰라. 네 형보다 차라리 선우 걔가 더 나을 거다.”선우는 은서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예준성과 모연정은 바로 혼인신고를 한 케이스였다. 여자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선우가 훨씬 더 경험이 뛰어났다.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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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3화
“이 집은 너무 썰렁해. 두세 명 정도는 들어와서 살아야 사람 냄새 나지.”이경혜는 돌아다니며 지나치게 썰렁한 딸의 집에 대해 불평했다.이씨 가문의 집사가 이틀에 한 번씩 사람을 보내 집을 청소하긴 했지만, 이 작은 저택에는 아무도 살고 있지 않았다.성소현은 누구의 감시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혼자 있는 것이 좋았다.“전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아요.”성소현은 굳이 바꾸고 싶지 않았다.이경혜는 딸을 바라보며 더 이상 얘기를 이어나가지 않았다.“엄마가 저녁에 자선 갈라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니 같이 가자.”“엄마, 나 파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알잖아요. 예정이나 예진 언니 데리고 가요.”이경혜는 또다시 그녀의 머리를 툭 건드렸다.“넌 이제 사업가잖아. 사업가는 사교가 중요한데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어떻게 사업을 해? 네가 관성에서 사업하는 것도 다 네 오빠와 이씨 가문의 위치가 있으니까 네 체면도 서는 거야. 그나마 다행인 건 너희들 다 능력이 되니까 남들 싫은 소리 안 듣는 건데, 관성을 떠나서 다른 도시로 가봐. 누가 널 알아주기나 해? 엄마가 너를 파티에 데려가는 것도 너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야. 예정이도 이런 자리를 좋아하지 않지만 걘 책임감이 있잖아. 의욕도 있고 배우려는 의지도 있으니까 나서서 어울리는 거지. 예정이도 예전에 비해 이젠 자신감이 90% 정도 오른 것 같아. 게다가 전태윤도 파티에 참석하는데 예정이는 당연히 전태윤과 동행하겠지 왜 엄마랑 가겠니? 너는 엄마 딸이잖아.”이경혜는 가끔 딸이 이러는 걸 보면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하지만 이 또한 그들 집안에서 곱게 키워 생긴 버릇이니 어쩔 수 없었다.“예진 언니는? 예진 언니 데려가면 되잖아요.”“예진이 성격 몰라서 그래? 예정이도 못 말리는 애를 엄마가 어떻게 말려. 그리고 예진이는 저녁에 우빈이도 챙겨야 하잖아.”성소현은 입술을 달싹이다 마지못해 응했다.“알겠어요. 같이 가면 되잖아요. 우리 성씨 그룹에서는 뭘 얼마나 기부하는데요?”“저녁에 보면 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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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4화
“예정아, 나 이제 임신해서 출산하려면 아직 8, 9개월이나 남았는데 벌써부터 정남 씨 때문에 돼지가 될 걸 생각하니 머리가 아파.”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복 받은 줄 알아.”그러자 심효진이 말했다.“언젠가 너한테 그 말을 똑같이 할 때가 오길 바란다.”하예정이 우빈의 손을 잡고 돌아오자 우빈은 심효진을 이모라고 부른 뒤 혼자 의자에 올라가 앉았다.심효진은 손을 뻗어 우빈이의 작은 얼굴을 쓰다듬었다.“임신하면 이것저것 간섭하는 것도 많고 자유롭지가 않아. 그래도 우빈이처럼 귀여운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면 그만한 보람이 있을 것 같아.”“혹시 이모 배 속에 남동생이 있어요?” 우빈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그 말을 들은 심효진과 하예정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다가 심효진이 우빈에게 말했다.“우빈아, 이모 배 속에 있는 아기 여동생 아니야?”그녀는 딸을 원했다.우빈은 큰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전 몰라요.”조금 전엔 아이가 본능적으로 한 말이었다.“아직 임신한 지 얼마 안 돼서 아들인지 딸인지 몰라.”하예정은 심효진이 딸을 원한다는 것을 알고 웃으며 말했다.“딸일 수도 있고, 모연정 씨처럼 쌍둥이일 수도 있지.”“모연정 씨 부럽다. 나도 한 번에 아들딸 다 낳고 싶은데 아쉽게도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갔더니 아기집이 하나만 있다더라.”하예정이 말했다.“그럼 하나씩 낳으면 되겠네. 은서윤 씨도 모연정 씨보다 조금 늦게 출산했어. 원래는 은서윤 씨 아기가 모연정 씨 아기보다 더 컸는데, 모연정 씨가 쌍둥이를 임신하면서 아이가 일찍 태어난 거야. 그래서 은서윤 씨 아들이 모연정 씨 아기들보다 어려졌어.”“은서윤 씨도 아이를 낳았어? 아들이야?”심효진은 모연정이 출산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하예정은 그렇다고 대답했다.정겨울도 곧 출산을 앞두고 있다.전이진은 정겨울이 A시로 돌아와 예씨 가문 넷째 사모님의 신분으로 예진 리조트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자마자 전태윤에게 며칠 휴가를 내고 정겨울에게 여운초의 눈 치료를 부탁하고 싶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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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5화
“이제 준비하러 돌아가는 거야?” 심효진은 한바탕 푸념을 늘어놓다가 친구에게 물었다.하예정이 답했다.“일단 우빈이 먼저 데려다주려고. 오늘 수업 끝나고 우빈이가 나 보고 싶다고 해서 강일구 씨가 데려온 거거든.”저녁에 남편과 함께 자선 행사에 가야 하는데 우빈이를 데리고 가기가 여의찮았다.“그럼 가, 난 여기서 가게나 볼게. 오랜만에 여기 앉아 있는데 원숭이 같은 자식들이 내 생각 했으려나 모르겠네.”심효진은 학생들을 보고 원숭이라고 말했다.“너 여기 남아서 가게 보고 있을 거면 소 대표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아?”심효진이 말했다. “말 안 해도 알 텐데 뭘. 게다가 밖에 경호원들 줄 서 있는 거 봐. 내가 말 안 해도 저 사람들이 하지 않겠어? 가게 보는 건 말리지 않을 거야. 앉아서 돈만 받잖아.”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럼. 넌 여기 있어. 난 우빈이 데려다줘야겠어.”“잘 가.”하예정은 조카를 데리고 서점 밖으로 나왔다.심효진은 절친이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곧바로 부엌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먹을 아이스크림을 찾으려 했지만 찾지 못했다.실망한 그녀는 낮게 중얼거렸다.“날이 이렇게 더운데 예정이는 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도 안 넣어놨어.”심효진은 소씨 가문에서 아이스크림이 너무 차갑다고 허락하지 않기에 먹지를 못한다.그녀의 엄마조차 차가운 건 너무 많이 먹으면 안 좋다며 아이스크림을 적게 먹으라고 했고, 아예 안 먹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더운 여름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했던 그녀를 엄마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냉장고를 뒤져보니 과일과 채소만 있고 음료수 한 병조차 없었다.심효진은 잔뜩 실망해서 냉장고 문을 닫았다. 가게에 뭔가 갈증을 해소할 만한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었다.그녀는 꾸물거리며 부엌에서 다시 프런트에 앉으려 했으나, 무슨 생각인지 다시 나와서 밖으로 걸어갔다.경호원들은 그녀가 나오자 일제히 그녀를 바라보았다.“날도 덥고 햇볕도 뜨거운데 여기 서 있지 말고 그늘진 곳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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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6화
심효진은 텃세 부리는 사람이 아니었기에 경호원들은 그녀가 진심으로 아이스크림을 사주는 것이며, 소정남이 알게 된다고 해도 뭐라 하지 않을 걸 잘 알았다.진표는 아이스크림을 사러 심효진이 말한 편의점으로 갔다.심효진은 진표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간 후 가게로 돌아가 기다렸고, 곧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니 마음이 들떴다.이윽고 진표가 돌아왔지만 그는 빈손으로 가게에 들어와서 심효진에게 돈을 돌려주었다.“아이스크림은요?”심효진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설마 아저씨네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팔지 않는 걸까? 그럴 리가 없는데. 겨울에도 그곳엔 아이스크림이 있었다.“사서 다들 나눠 먹고 있어요. 거스름돈 돌려드리는 겁니다. 아이스크림 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모님.”진표는 심효진에게 돈을 건네며 아이스크림을 사줘서 고맙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더운 날 먹는 아이스크림은 그야말로 천국이었다.심효진은 돈을 건네받으며 물었다.“한 사람씩 다 있어요?”“네, 다 있습니다.”사모님이 사주는 것인 만큼 그는 동료들 몫도 다 챙겼고, 설령 자신의 돈으로 산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 것까지 전부 샀을 것이었다.심효진은 누구나 다 있는데 왜 자기 것은 없냐며 묻고 싶었다.“감사합니다, 사모님.”진표는 다시 한번 심효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심효진은 마음속으로는 서운했지만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더운데 더위 먹지 말고 서늘한 곳에 있어요. 저 어차피 어디 안 가니까 지키고 있을 필요 없어요.”대답을 마친 진표는 나가서 여전히 서점 근처를 지키고 있었다.심효진은 힘없이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왜 내걸 하나 살 생각은 안 했어. 누구나 하나씩 먹는다고 했잖아. 나도 사람이라고.”그러면서 밋밋한 자신의 배를 어루만졌다. 임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산부라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네가 아들인지 딸인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오고 아이스크림을 못 먹고 있어. 너 낳으면 많이 먹어서 지금 못 먹었던 걸 보충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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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7화
우빈은 곧바로 다시 운초 이모라고 큰 소리로 불렀다.그제야 여운초가 마침내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다소 당황한 듯 손을 뻗어 우빈이를 쓰다듬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우빈이 왔구나. 엄마랑 같이 왔어?”하예진은 가끔 꽃필 무렵에 와서 꽃 화분 몇 개를 사서 돌아가곤 했다.돌볼 시간이 없어서인지 하예진이 키우는 꽃은 늘 죽기 일쑤였고, 죽으면 다시 화분을 몇 개 더 사러 오는데, 그 과정에서 여운초에게 꽃 키우는 방법에 대해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이모랑 같이 왔어요. 운초 이모는 나랑 이모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내가 아까 한번 불렀는데 대답도 안 해줬어요.”여운초가 사과했다.“우빈아, 미안해. 이모가 생각할 게 있었는데 너무 깊게 몰입했나 봐. 너와 이모의 발걸음 소리를 못 들었어.”여운초는 하예정을 바라보았다. “예정 씨, 왔어요? 오늘은 웬일로 여길 다 왔어요?”“저녁에 태윤 씨랑 함께 자선 파티에 참석해야 해서 오후에 가게 문 닫고 집 가서 준비 좀 하려고요. 마침 오늘 오전에 우빈이가 저랑 있다가 데려다주는 길에 들렸어요.”하예정은 의자 두 개를 직접 옮겨 하나는 조카에게 건넸다.자리에 앉은 후 여운초에게 걱정스러운 어투로 물었다.“집안일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어요?”여운초는 사촌 남매들을 해고했다. 그들이 찾아와 난동을 부릴 때 마침 전이진이 자리에 있었던 덕분에 그들의 뜻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았고, 오히려 여운초에게 2백만 원 배상까지 했었다. 그 뒤로 가게에 찾아와 난동을 부리진 않았지만 여기서 멈출 그들이 아니었다.여운초의 두 고모는 계속해서 갖은 방법으로 여운초를 괴롭혔고 최씨 가문과 김씨 가문의 형제들을 여씨 가문으로 돌아오게 하려고 온갖 술책을 다 쓰고 있었다.“그 사람들은 날 협박하지 못해요.”이렇게 말하는 여운초의 생각은 확고했다. 그녀가 물러나기 전까지 그들은 절대 회사로 돌아와 출근할 수 없었다.“천우가 시험을 잘 못 볼까 봐서 걱정이에요.”내일 여천우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었다.하예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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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8화
그러자 하예정은 따뜻한 물을 석 잔 부어 하나는 조카에게 건네고, 두 잔은 들고 와서 여운초의 손에 한 잔 쥐여주었다.두 사람은 따뜻한 물을 들이켰다.“운초 씨, 물어봐요. 나한테 궁금한 게 뭐에요?”“전이진 씨가 요 며칠 꼭 실종된 사람처럼 안 보이는데 혹시 출장 갔어요?”하예정은 전이진의 행방을 묻는 여운초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전이진은 정겨울에게 여운초의 눈을 낫게 해달라고 간청하러 A 시에 갔고, 여운초가 실망할까 봐 정겨울에게 여운초의 눈을 낫게 해준다고 약속할 때까지 여운초에게 말하지 않았다.여씨 가문의 작은 고모도 여운초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 신의 사제를 찾아다녔지만, 전이진처럼 인맥이 넓지 않았던 그녀는 정겨울이 A 시에 돌아왔다는 소식을 빠르게 접하지 못했다.신의 사제는 여운초의 마지막 희망이었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전이진은 여운초가 큰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정겨울의 긍정적인 대답을 얻지 못한다면 여운초는 얼마나 실망할까.말도 안 하고 사람이 사라지니 여운초는 당연히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아서 짐작할 수밖에 없었다.조금 전에도 전이진이 어디로 갔을지 짐작하다가 넋을 잃은 탓에 하예정이 들어오는 소리도 못 들었던 것이다.하예정에게 질문을 던진 후 여운초는 자조적인 웃음을 지었다.“평소엔 하도 들러붙어 짜증 나고 무시하고 싶었는데, 이틀 동안 안 보인다고 어디 갔는지 묻고 있네요.”전이진이 싫은 게 아니라, 앞이 안 보이는 자신이 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 괜한 걸림돌이 되기 싫어 다가오는 전이진을 거부하는 것이었다.“이진 씨가 얘기 안 했어요?”하예정이 묻자 여운초는 고개를 저었다.“아무 말도 없이 갑자기 이틀 동안 나타나지도 않고, 전화도 안 하고, 출장이라도 간 건가요?”“네, 일이 있어서 관성을 떠났어요. 며칠 후면 올 거예요.”전이진이 여운초에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예정도 숨기는 쪽을 택하고 여운초에게 진실을 알리지 않았다.전이진에게 돌아와 여운초에게 감동을 선사할 기회를 남겨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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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9화
하예정은 한동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여운초의 말대로라면 자신이 전태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 이유는 집안 배경 때문이었고, 여운초는 본인의 신체적 건강 문제였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하예정은 그녀를 위로했다.“운초 씨. 눈 나을 수 있어요. 이진 씨가 눈 치료할 수 있도록 최고의 의사를 데려올 거예요.”전이진은 지금 A 시에 갔고, 그쪽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다.여운초는 곧바로 우울한 기색을 떨쳐내고 평소대로 미소를 지으며 하예정에게 말했다.“예정 씨 이런 얘기는 그만 해요, 우리. 이진 씨가 조금 더 오래 출장 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그러면 한동안 떨어져 있는 셈이고, 서로 냉정하게 생각하다 보면 그 사람도 포기할지도 몰라요.”전이진이 싫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도 여운초는 내키지 않았다.앞이 보이지 않는 자신이 훌륭한 전씨 가문 도련님을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자신보다 더 좋은 여자를 아내로 맞이해야 했다.하예정이 말했다.“이진 씨가 진심이 아니고서는 운초 씨를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이모, 우리 언제 가요?”갑자기 우빈이 끼어들었다.어린아이는 장난감도 없고 놀 거리가 없는 곳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우빈도 마찬가지였다.운초 이모 가게에 있는 꽃들은 전부 다 감상을 마쳤다.잠시 가만히 앉아있던 우빈은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여운초가 웃으며 말했다.“우빈아, 운초 이모 가게 재미없어?”“재미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예정도 웃으며 말했다.“장난감 안 가지고 나와서 오래 못 있네요. 운초 씨, 그럼 일 봐요. 전 이만 가볼게요.”“그래요.”여운초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이모와 조카를 배웅하려고 했다.“운초 씨, 배웅할 필요 없어요. 가게에 들어가 있어요. 우리 가요.”“운초 이모 안녕.”우빈이는 여운초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알아서 차 뒷좌석에 올라앉아 안전벨트를 묶었다.여운초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하예정은 우빈이를 언니 집에 돌려보내고 언니가 세 들어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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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0화
우빈이를 안고 집으로 들어온 노동명은 문을 닫은 다음 웃으며 아이의 질문에 답했다.“동명 삼촌은 사장이라 출근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 아무도 삼촌한테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월급 깎일 일도 없어.”짧게 대꾸하던 우빈이 이윽고 다시 물었다.“우리 이모부도 사장인데 왜 우리 이모부는 매일 출근해요?”“... 이모부 회사가 동명 삼촌 회사보다 규모가 좀 더 커서 할 일이 더 많아. 그래서 매일 출근하는 거지.”우빈이는 곧이곧대로 믿었고, 노동명은 아이를 내려놓았다.궁금한 게 많은 꼬맹이들의 질문에 정신 차리지 않으면 말문이 막히기 십상이었다.“예진아.”꽃다발을 들고 하예진에게 다가온 노동명은 깊은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하예진을 바라보며 꽃다발을 건넸다.“노 대표님, 저는 꽃 안 좋아하니까 다음부터는 안 주시면 안 될까요?”하예진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말했다. 여러 번 거절했는데 노동명은 그래도 꽃을 선물했다.노동명은 그녀가 꽃다발을 받지 않자 꽃병을 찾아 꽃다발을 꽂으며 말했다.“빈손으로 오기 그러니까 꽃다발을 들고 오는 거지. 비싼 것도 아니고 싼 거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동명 삼촌, 왜 우리 엄마한테는 꽃 주고 저한테는 안 줘요? 나도 꽃 좋아하는데.”꼬맹이가 옆에서 끼어들었다.“우빈아.”하예진이 아들의 이름을 부르자 노동명이 웃으며 말했다.“동명 삼촌이 깜박했네. 다음부턴 우리 우빈이 꽃도 사 올게.”우빈이는 알 듯 말 듯 한 시선으로 노동명과 엄마를 번갈아 보았다.아빠는 동명 삼촌이 자신에게서 엄마를 빼앗으려 한다며, 동명 삼촌에게 엄마를 빼앗기면 이제부터 우빈이는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가 될 거라고 했지만 우빈이는 아빠의 말을 믿지 않았다.동명 삼촌이 이렇게 잘해주는데 어떻게 엄마를 빼앗아 간단 말인가.동명 삼촌은 자신과 엄마의 가족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뿐, 엄마를 빼앗아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게 막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심지어 아빠는 동명 삼촌이 엄마를 찾으러 오면 아빠에게 전화하라고 했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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