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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이 여자 재밌네

A 시의 번화한 거리에 위치한 팰리스 호텔.

케빈은 호텔 문 앞에 차를 세우고는 옆에 줄지어 선 차량을 흘깃 스쳐봤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을 줄이야.”

“사람이 적으면 재미없잖아.”

낮게 중얼거리는 케빈의 말에 이진은 눈을 천천히 뜨면서 의자에서 몸을 뗐다. 곧이어 뻐근한 목을 몇 번 움직이고 차 문을 열고 천천히 차에서 내렸다.

호텔 홀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로 가득 붐볐다. 저마다 제각각인 표정을 한 사람들은 대충 자리를 차지하고 착석한듯했다. 오히려 구매자 측 주인공인 이진이 맨 마지막에 현장에 도착했다.

호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천천히 화장실 문을 나서 파티장으로 향했다.

종아리까지 드리운 긴 드레스는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고 전문가 손길을 거치지 않은 머리는 그저 자연스럽게 풀어진 채로 어깨 위에 드리웠다.

입가에 피어난 미소 덕에 그렇게 차가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장미에 가시처럼 거리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그 시각 홀에 앉아 있는 또 다른 남자가 사람들의 주목을 한몸에 받고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YS 그룹 윤이건이었다.

한창 다른 회사 대표와 서로 얘기를 주고받던 그때, 주위에서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자 순간 사람들이 감탄하는 주인공에게 눈빛이 고정되었다.

‘저 사람이 나랑 조금 전에 이혼한 이진이라고?’

물론 용모와 몸매가 바뀌었지만 윤이건은 상대가 이진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겉모습은 그렇다 쳐도 완전히 달라진 여자의 분위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결혼생활 3년 동안 눈빛 한번 제대로 맞추지 못하던 여자였는데 눈앞의 여자는 턱을 살짝 쳐들고 도도한 자태를 뽐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그동안 외모도 성격도 숨겨왔던 거야? 이게 진짜 모습이고?’

머릿속에서 고개를 쳐든 그녀 생각에 윤이건은 눈썹을 치켜뜨더니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재밌네.’

윤이건의 눈빛을 눈치채지 못한 이진은 천천히 홀 중앙으로 걸어가 쟁반 위에 놓인 샴페인 한 잔을 집어 들었다. 동작 하나하나에서 우아함이 뚝뚝 떨어졌다.

“이게 누구야? 언니잖아. 오랜만이야.”

샴페인 잔을 입에 대려는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이진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천천히 몸을 돌리자 아니나 다를까 이영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러게 말이야. 오랜만이네.”

이진은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이영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갔다.

눈앞에 서있는 이 이복동생은 그동안 그녀를 따돌리고 그녀에게 누명을 씌우고 갖은 방법을 써가며 괴롭혔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수단도 이제 바닥이 났나 보다.

그리고 그 시각 주위 사람들은 이씨 가문 두 자매가 같이 서있는 것을 보자 서로 수군대기 바빴다.

이진이 나타나기 전 사람들의 눈길은 단연 이영에게 향해 있었다. 외모, 사교, 실력 어느 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명문가의 규수라며 사람들이 칭찬하기 바빴다.

그런데 이진이 나타나자 그런 칭찬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모두 사라졌다. 주인공에서 엑스트라로 전락되는 건 한순간이었다.

이영도 당연히 사람들의 변한 태도를 눈치챘지만 입술을 꽉 깨물며 억지 미소를 지어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진이 윤이건과 이혼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에 입수한 덕에 오늘 내내 유쾌한 심정을 유지했다.

이번 기회에 윤이건에게 접근해 보려고 생각했는데 마침 이진도 이곳에 도착한 거다.

“솔직히 난 오늘 언니를 여기서 볼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는데 정말 의외네. 윤 대표님과 이혼했다는 소문이 파다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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