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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9화

그리고 영상 속에서 김초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빨간색 원피스를 입고 테라스에 있는 흔들의자에 앉아 있었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짧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고 따사로운 햇볕은 나뭇가지를 뚫고 그녀의 얼굴에 쏟아졌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평화롭고 아름다워 보였다.

영상 시작 부분에서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카메라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마치 카메라 너머에 사랑하는 연인의 모습을 상상하기라도 한 듯 조금 긴장한 기색도 비쳤다.

그녀는 카메라를 꽤 오랫동안 바라보다가 갑자기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 활짝 웃었다.

“현우야.”

그의 이름을 부르는 그 목소리는 어딘가 모르게 떨려있었다.

지현우는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그녀를 보며 꾹 참았던 눈물을 결국 떨어트리고야 말았다.

지금 그의 눈앞에는 김초희가 있었다. 이 세상에서 사라져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그녀가 지금 그의 눈앞에 있다.

김초희의 눈가는 단지 그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어느새 빨갛게 변해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웃음은 잃지 않았다.

“이 영상을 네가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떠나기 전에 그래도 한 번 더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렇게 남겨.”

“현우야, 내가 케이시와 결혼하기로 한 건 절대 케이시를 사랑해서가 아니야. 결혼하지 않고서는 너를 구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야...”

“네가 차로 치어 죽인 사람은 케이시의 형이었어.”

“상대가 왕실 사람이라 이대로 네가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면 영원히 나오지 못할 것 같았어.”

“네가 케이시를 싫어하는 건 알지만 케이시한테 도움을 구하는 방법 말고는 도저히 다른 방법이 없었어. 미안해...”

그녀는 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흔들의자에 얼굴을 파묻더니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진정된 듯 다시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그를 향한 미안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

“계속 면회 가고 싶었는데 왕실 사람들이 너 만나지 못하게 막았어. 나 참 쓸모없다, 그치?”

흔들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자신의 무력함에 실망한 듯한 그녀의 모습을 보며 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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