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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김시후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한 단맛이 입안에 퍼지자 미간까지 저절로 올라갔다.

그는 한 모금 한 모금 천천히 마시더니 사회자가 화진 그룹을 부를 때에야 아쉬워하며 커피를 단숨에 마셨다.

김시후가 자신에게 커피를 건네고 바로 무대에 오르려 하자 서유는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자료 다 보셨어요?”

그녀는 조금 의아했다. 김시후는 자료를 제대로 본 적이 없는데, 이대로 무대에 올라간단 말인가?

김시후는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며 자신만만해서 말했다.

“한 번 보고 여기에 기억해 두었으니 걱정 마세요.”

그렇다. 한 번 본 것을 절대 잊지 않는 그가 어떻게 기억을 잃을 수 있는가?

그의 한마디에 서유는 김시후에 대한 얼마 남지 않은 호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김시후는 그저 연기하는 것뿐이다.

방금 하마터면 그를 송사월로 여길 뻔했다.

서유의 굳어진 얼굴에 김시후는 약간 걱정되어 물었다.

“왜 그래요?”

서유는 덤덤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무대 올라가세요.”

입찰이 끝나면 앞으로 더 이상 김시후와 마주칠 일이 없을 것이다.

김시후는 그런 서유가 마음이 놓이지 않았지만 사회자가 두 번째로 재촉하자 어쩔 수 없이 무대에 올랐다.

그가 떠나자 서유는 의자에 푹 쓰러져 무표정한 얼굴로 무대 앞에서 반짝이는 그를 바라보았다.

역시나 수재는 남달랐다. 한 번 보고 모든 사로를 정리했을 뿐만 아니라 소 이사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보충했다.

‘그래, 이런 남자니까 날 버린 거야. 학력적인 면에서도 엄청난 차이가 나잖아.’

그는 일류 대학에 합격했지만, 그녀는 그저 평범한 대학이었으니 타고난 지력적으로도 전혀 다른 차원이었다.

오늘 받은 충격은 이승하의 탄탄한 배경뿐만 아니라, 자신과 송사월의 차이도 똑똑히 알게 되었다.

서유는 만약 살 수 있다면, 모든 구속에서 벗어나 열심히 공부하여 그들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안타깝게도 세상에 만약이란 없었다. 그녀는 오래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될 것이고, 모든 것은 그녀가 죽은 후에 한 줌의 재로 될 것이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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