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네 차례다!”염구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그의 귀를 찔렀다. 모랑은 절망에 빠졌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상황, 그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이때, 전신이 하얀 알비노 전갈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겉모습과 달리 이 전갈은 모랑 못지 않은 강력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였다. 이로서 모랑은 약간 자신감이 상승했다. 하지만 염구준에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개미 한 마리에서 두 마리가 된 것뿐이니, 뭐가 달라졌겠는가?“죽어라!”모랑이 크게 외치며 전신에 힘을 주먹에 모아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렸다. 이 일격에 목숨이 달려 있었다. 하얀 빛을 띤 강력한 기운이 염구준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동시에 하얀 전갈도 위협을 담아 꼬리에 달린 독침을 염구준을 향해 매섭게 가격했다. 모랑과 전갈, 두 존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강의 수를 두었다. 하지만 염구준은 무표정하게 오른손을 들어 무형의 기운을 마치 창으로 만들어낸 다음 두 존재를 향해 발사했다.“가라!”그러자 창 모양을 한 강력한 기운이 모랑의 가슴을 꿰뚫은 것도 모자라 뒤에 있는 벽까지 박살냈다. 반보후천 경지에 있는 강자에겐 모랑 정도 되는 고수는 종이장보다 약한 존재였다. 모랑의 저항은 염구준을 간지럽히는 것조차 하지 못했다. 이어서 염구준은 다시 왼손을 왼손을 뻗어 하얀 전갈을 곽 부여잡았다. 전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공격, 꼬리로 연달아 염구준을 내리쳤지만,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만 날 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너무나도 차이나는 경지에, 도무지 보호막을 뚫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 모랑은 철저히 패배했다. “전갈문 본부, 어디야?”염구준이 살기를 띄며 겨우 옅은 숨을 내뱉고 있는 모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용필을 찾기 전까진, 그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흐흐, 내가 조직을 배신할 것 같아?”모항이 입을 여는 동시에 피가 주르륵 입에서 흘러내렸다. 너무나도 옅은 목소리,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그대로 두면 다른 세력들이 저희를 얕잡아 볼 거예요.”문주가 본명충을 거두고 자세를 바로 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하고 싶으십니까?”아까와 다른 한 남자가 물었다.“그 사람, 지금 어디에 있어요?”“…모릅니다.”“그럼 이름은?”“그것도 모릅니다….”연달아 질문했지만, 돌아온 것은 모른다는 대답뿐, 사람들의 고개가 점점 더 숙여졌다.“그럼 도대체 아는 게 뭐예요?”문주가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살려주십시오! 잘못했습니다!”사람들이 하얗게 두려움에 질린 얼굴로 황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문주가 마음먹는다면 이들은 소리소문 없이 죽을 수도 있었다.“이런, 문주님, 또 사람들을 놀래키고 계십니까?”한 중년 남자가 회의실로 들어오며 말했다. 부문주 라모였다. 그는 전갈문에서 문주를 두려워하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언제 돌아왔어요? 부문주는 뭐 좀 알고 있는 게 있어요?”수안이 덤덤한 목소리로 물었다. 갑작스럽게 라모가 끼어들었음에도 딱히 기분 나빠 보이는 기색이 없었다.“사람을 찾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름은 용필.”라모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 이름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혼란에 휩싸였다. 전혀 들은 기억이 없는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라모가 사람들의 의문을 알아차리고 말을 덧붙였다.“용하국 사람인데, 희망그룹에 속아 여기로 넘어왔다가, 나중에 다른데 넘겨졌다고 들었습니다.”확실히 다른 사람들과는 질이 다른 대답이었다. 수안은 생각에 잠겼다. 사람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지부 네 개나 망가뜨렸다. 그런데도 찾지 못했다면, 분명 더 큰 일을 벌일 게 뻔했다.그런데 지금 놈의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문주님, 명령을 내려 주신다면 제가 부하들을 데리고 놈을 처치하고 오겠습니다.”라모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출전을 자청했다.“그렇다면, 수고 좀 해줘요.”그러자 수안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허락했다. 겉으로 보기엔 꽤 사이 좋아 보이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두 사람 모두 속으론
염구준이 말을 마치고 음식을 시작했다. ‘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네!’사장은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론 식겁 했다. 염구준이 차와 다과를 즐기는 동안, 찻집에 또 몇몇 손님들이 들어왔다.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것이 차를 주문하는 내내 염구준을 몰래 힐끔거리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염구준이 어지러운 듯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비틀거렸다. “보아하니, 슬슬 약효가 발휘되기 시작한 듯하군.”사장이 주문받는 척 옆에 앉아 있던 한 손님에게 다가가 말했다.“서두르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그들은 계속해서 관찰해 나가며 침착한 태도는 유지했다. 하지만 얼굴엔 참을 수 없는 기쁨과 비릿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염구준은 차와 다과를 다 마신 뒤, 천천히 일어나 떠나갈 준비를 했다. 하지만 솜이 물먹듯, 이상하게도 몸이 무거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사장님, 계산이요!”“하하, 계산은 괜찮아요. 그냥 떠나는 마지막 길 배웅해드린 거라고 치죠.”염구준의 목소리에 사장이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살기어린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 봐도 좋은 사람으론 보이지 않았다.“움직여! 놈을 죽여라!”누군가가 큰 소리로 외치자, 차를 마시고 있던 사람 모두 일제히 일어나 염구준을 향해 공격을 날리기 시작했다. 독벌레, 총알, 독 가루, 온갖 것이 그를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염구준은 평소와 달리 바로 반격하지 않고 탁자를 뒤집어 공격을 피해 몸을 옆으로 날렸다. 아무리 몸이 좋지 않다고 해도 용하국에서 수도 없는 전투를 치러온 그에겐 이정돈 아무것도 아니었다. 염구준은 주저하지 않고 곧바로 엄폐물들을 이용해 차 집 밖으로 몸을 날렸다. 바로 반격이 돌아오지 않자,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감에 차올랐다. “추격해. 놈은 독에 중독되어 있다. 전투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닐 테니, 절대로 놓치지 마라.”“걸린 현상금이 얼마인지 알지? 절대로 놓치면 안 돼.”“하하, 내가 무성 중기 강자를 죽일 날이 올 줄이야.”악당들이 큰 소리로 웃으며
라모가 당연하듯이 부하 부리듯 사람들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상금부터 줘야지. 안 그럼 못 가.”한 사람이 입을 떼자, 너도나도 동의한다는 듯 항의하기 시작했다.“좋다!”라모가 평온했던 얼굴을 싸늘하게 굳혔다.“한 명도 남기지 않는다, 죽여라!”명령이 떨어지자 라모의 부들은 마치 한 몸이 된 듯 사람들을 향해 맹렬한 공격을 날렸다. 마치 양 떼를 공격하는 늑대의 무리 같은 학살이었다.애초에 전갈문과 협력관계를 이룰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전갈문 철혈이 진압에 나서자, 순식간에 백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쓰임새를 다한 도구들의 최후였다.“상당히 자인하네. 개보다 못한 취급이군.”염구준이 정면으로 라모를 바라보며 비꼬았다.“큭, 다음은 너야. 나름 강자라고 준비했는데, 머리가 이리 아둔해서야.”라모가 승리를 확신하며 염구준을 조롱했다. “그래, 꽤 공들였네. 아무리 작아도 마을인데, 체스판처럼 다룰 줄이야. 인정하지, 나쁘지 않는 계략이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에겐 통하지 않아.”계략자가 모습을 들어낸 이상, 염구준도 연기를 이어갈 이유가 없었다. 그는 이미 진작에 몸안으로 스며든 독을 진기로 해독한 상태였다.“설마 연기였어?”라모가 미소를 거두며 딱딱히 굳은 얼굴로 물었다.“그래. 널 끌어내려고 일부러 독까지 먹었다, 내가.”염구준은 독에 당한 것이 아닌, 당해준 것이었다. 찻집에 들어선 순간, 염구준은 차 향에 묻은 냄새가 잘못됐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주변을 돌아보아도 어디에도 그럴싸한 강자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건 미끼, 배후가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염구준은 일부러 라모를 끌어들이기 위해 독을 마셨다. 적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기에, 확실한 덫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허세는, 그 독이 뭔지 알고 하는 소리냐?”라모는 인정할 수 없었다. “겨우 짐승 잡을 때나 쓰는 독, 나한텐 소용없다.”염구준이 경멸을 담아 말했다. 아무리 뛰어
”네 실력이 부족한 걸 누굴 탓해.”염구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 ‘설마 그럼 아까 그 희미한 그림자?’라모의 머리속에 한 장면이 스치고 지나갔다.“온다, 다시 공격해!”“빨리 대진을 꾸려!”라모의 부하들은 모두 전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었기에 알아서 반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그들이 만난 건 전신전 전주, 수많은 전투를 단 하나의 패배도 없이 승리한 자, 어떤 반격을 해도 모두 무용지물이었다. 염구준의 손바닥에서 무형의 기운이 마치 파도처럼 그들을 덮쳤다. 몇 차례의 공격이 오가고 결국 대다수 죽어 라모와 무성 경지 부하 두 명만 남게 되었다. “이게… 설마, 전신 경지…?”염구준의 공격에 놀란 라모가 중얼거렸다. 눈 깜빡할 사이, 수많은 정예 부하들이 죽었고,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되었다.“알아차렸다면, 얌전히 사람을 넘겨라.”염구준은 길게 설명하기 귀찮아 대충 말했다.“넘기라고? 내 부하들을 이렇게 많이 죽여놓고, 쉽게 네 뜻대로 될 것 같으냐?”라모가 미친 사람 보듯 염구준을 바라보며 다시 공격태세에 들어갔다.“분명 경고했다. 듣지 않은 건 너야.”염구준도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헌납!”라모의 외침에 남은 두 사람이 자신들의 본명충을 라모의 본명충에게 먹히도록 했다. 그러자 라모의 본명충이 와구와구 그것들을 씹어먹으며 기력을 보충했다. 라모의 본명충 몸이 점점 커지더니 전신 경지에 있는 강자만큼 강한 기운을 내뿜기 시작했다. 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와라, 네가 설령 전신 경지라 할지라도 소용없다.”자신의 본명충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기운을 느끼며 라모는 다시 자신감을 얻었다. 펑하고 허공에 두 사람의 공격이 맞닿았다. 그 순간, 라모는 자신의 판단이 잘못 됐음을 깨달았다. “으윽, 너 전신 경지 이상이구나!가슴이 뻥하고 뚫리며 피가 철철하고 흘러나왔다. 라모는 그제야 염구준의 강함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때는 늦은 후였다. 이제 남은 건 죽음뿐이었다. 부하들의 헌신에도
염구준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 놈 붙잡아 다리 부러뜨려! 어디서 감히!”염구준이 대답이 없자 경비원들은 그가 겁먹은 줄 알고 더 기세등등해서 말했다. 하지만 강자에겐 말이 필요 없다는 것을 이들은 모르고 있는 듯했다.염구준은 덤덤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을 뿜어냈다. 경비원들은 순식간에 그 힘에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날아갔다. 그에겐 이들은 개미보다도 연약한 존재, 걸림돌조차 되지 못했다.“악!”경비원들이 바닥을 뒹굴며 고통에 몸부림쳤다. 한 번만에 이들은 치명적이 부상을 입었다.“아이고, 몰라봐서 죄송합니다. 누굴 찾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연락 넣겠습니다.”멀리서 상황을 관망하고 있던 경비원들이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용필이라는 사람을 찾고 있다. 아는 거 있나?”염구준이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살려줘! 그, 그 사람이다!”그 말을 들은 경비원들이 부상자들을 포함해 모두 기겁한 표정을 지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의 얼굴을 알아보는 이들은 별로 없었으나, 용필을 찾고 있는 악마의 소식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왜 저렇게 겁먹었지?”염구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별장 내부에 라모와 비슷한 기운을 뿜는 자들이 기척에 잡혔는데, 유달리 한 기척이 신경이 쓰였다. 휘이익! 이때, 양옆 우거진 숲 속 어디선가 피리 소리가 들려왔다. 이어서 어마어마한 양의 독전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목표는 단 하나, 염구준이었다!“어리석긴!”염구준이 가볍게 웃으며 몸을 말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마치 순간이동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목표물이 갑자기 눈앞에서 사라지자, 피리 불던 사람이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나 찾아?”그런데 이때, 뒤에서 염구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악!”얇은 비명소리가 수풀 사이에 울려퍼졌다. 피리를 불던 사람은 여자였다. 그녀는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초록빛을 띠고 있던 피리가 바닥에 떨어지
잠시 고민하던 수안이 사람들을 향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대장로님, 몇몇을 데려가 뒷산에 폐관 수련 중이신 전 문주님을 모셔와요. 이장로님, 사람들을 시켜 그 용필이라는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고 찾는 즉시 데리고 와요. 저는 그동안 여기서 시간을 끌도록 할게요. 전갈문 운명이 걸린 일이니, 모두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동하길 바라요.”꽤나 그럴싸한 명목이었지만, 사실 수안은 속으로 자신만의 계산을 하고 있었다. “네, 문주님!”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그녀가 딴 생각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염구준은 별장 깊은 속으로 들어가며 점점 더 강한 기세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거의 저항할 틈도 없이 당하거나 도망치기 일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기어이 전갈문 고위층들이 모여 있는 건물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 떠난 듯, 그 사이에 모두들 떠나 보이지 않았다. 염구준은 눈을 감고 서서히 기운을 주변으로 퍼트렸다. 그러자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진 강한 기운들이 느껴졌다. 그 중에서 녹지대 쪽에서 가장 강력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것은 금색 빛을 띤 한 독총이었다. 저들도 염구준이 최소 전신 경지에 있다는 것을 알 텐데, 독충을 꺼내 들다니, 의아했다. 그는 더 가까이로 다가가 확인하기로 했다. 그러자 인기척을 느낀 것인지 독충, 아니 독전갈이 어딘가로 빠르게 도망치는 것이 느껴졌다. “재밌네. 날 유인하려 들어?”염구준은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독전갈을 따라갔다. 전갈이 향한 방향은 바로 뒷산, 전 문주가 폐관 중인 곳이었다. 수안은 시간을 벌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오히려 염구준을 유인해 전 문주가 있는 곳까지 데려다 주었다. 잠시 후, 염구준은 전갈의 안내에 따라 뒷산, 대나무가 우거진 숲에 도착했다. 그 숲 가장 깊은 곳, 대장로는 몇몇 사람들을 데리고 돌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저희 만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적이 왔습니다. 전 문주님, 부디 도와주십시오.”사람들이 간절히 외쳤지만, 돌문
연달아 주먹이 세번 내리쳐지자, 돌문이 쩌저적 갈라지며 사방으로 파편들이 튀었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은 예상했던 대로 아수라였다. 뒤섞인 사람과 짐승들의 시체, 사방을 돌아다니는 벌레들, 토가 치밀어 오를 정도로 역겨운 냄새, 그리고 살기… 동굴 속 노인은 산 사람과 짐승들을 이용해 벌레들을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양을. “큭큭, 그렇게 죽는 것이 소원이라면, 들어주지.”전 문주가 뼈만 남은 듯한 기괴한 몸을 들어내며 섬뜩하게 웃었다.“겨우 자기 자신을 강하게 만들려고 다른 사람을 희생하다니, 정신 나갔군.”염구준이 살기어린 목소리로 차갑게 말했다. 분노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올랐다.“정의를 지키고 싶다면, 그럴만한 능력부터 갖춰야지. 어디 한번 네 실력을 보여봐라!”전 문주의 신형이 흐릿해지더니, 순식간에 염구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쏘아진 일격!쾅하고 주먹과 주먹이 부딪혔다. 전 문주가 아무리 빨라도 결코 염구준과 비교할 수는 없는 법! 그의 공격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염구준은 그가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발목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연달아 쾅쾅쾅, 포대를 내리치듯 전 무준를 바닥에 패대기쳤다. 전 문주는 반격하고 싶었지만, 염구준은 전혀 그에게 기력을 모을 틈을 주지 않았다. 전신 경지에 있는 고수가 이토록 허무하게 당하기만 하다니, 전 문주는 이 상황이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았다. 상대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대가였다. 염구준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전 문주를 허공으로 던졌다. 그리고 동시에 높이 뛰어올라 양손을 굳세게 마주잡으며 전 문주의 등을 강하게 내리쳤다. 전 문주는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생길 정도로 처박히며 온 몸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쿨럭!”옆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대장로가 놀라 얼굴에 경련을 일으켰다. 비록 지금 자리에 물러난 상태였지만, 전 문주는 오랫동안 무리안을 휘어잡고 있던 강자였다. 그런데 이토록 허무하고도 처참하게 당하다니, 믿기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