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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장

유나는 남편의 말을 단순한 농담이라고 생각하고 넘겼다. 그녀는 회의실 한쪽 벽면으로 걸어가서 이태리 부회장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르르르. 신호음이 울렸다.

잠시 후 이태리의 밝고 상냥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이태리 부회장님. 긴히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어서 연락 드렸는데... 괜찮으세요…?" 유나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네, 괜찮아요. 무슨 일이에요?"

유나는 심호흡을 하고, 전화 걸기 전에 몇 번이고 연습한 문장을 읽어 내렸다. "혹시 내일 저녁에 회장님께서 시간이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저희 쪽에서 엠그란드 그룹과의 협업을 공식적으로 알리기 위해 파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 부디 참석해 자리를 빛내 주셨으면 합니다."

얼마간 침묵이 흐른 뒤, 태리가 다시 말했다. "유나 씨, 미안하지만 이건 제가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네요. 아니면... 제가 대신 회장님께 말씀드릴 수는 있는데, 괜찮으세요?"

"그래 주시면 정말 너무 감사드리죠! 바쁘신데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통화가 끝난 후, 유나는 그녀의 연락을 초조하게 기다리며 휴대폰 액정만 쳐다보고 있었다.

바로 이때, 갑자기 시후의 휴대폰이 울렸다.

무음으로 바꿔 두는 걸 깜빡했구나! 시후는 당황해선, 발신자를 확인했다. 역시나 전화한 사람은 이태리였다.

그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태연한 척 전화를 받았다. "네?"

"안녕하십니까, 회장님. WS 그룹에서 내일 점심 파티를 열 예정이라고 하는데, 회장님께 참석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시후가 대답했다.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저, 지금 들어가 봐야 해서 그럼...."

그는 재빨리 전화를 끊고는 중얼거렸다. "요새 이런 스팸 전화가 너무 많이 오네.... 진짜 사람 귀찮게..."

곧 그녀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여보세요, 유나 씨? 회장님께서 참석하겠다고 하시네요."

"정말이요? 정말 뭐라고 감사드려야 할지.... 회장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주세요...!" 전화를 끊은 유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설마 회장이 진짜로 참석해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급히 신옥희 회장에게 달려갔다. "할머니! 엠그란드 그룹 회장님께서 파티에 참석하시겠다고 했어요!"

"뭐?! 정말로?"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명령했다. "어서, 파티 준비를 시작해! 최고로 럭셔리한 호텔로 예약해서, 그에 걸맞은 최고의 음식을 준비해! 엠그란드 그룹 회장을 환영하는 자리니 만큼 성대하게 준비하는 거야!"

"그리고 국내 모든 대기업에 연락을 넣어서 파티에 초청해! 엠그란드의 신임 회장이 올 거란 말도 잊지 말고 하고!"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무실 전체가 전화를 걸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사람들로 매우 분주해졌다.

모두들 한껏 들떠서 WS 그룹의 사업 파트너들과 정재계 유명인사들에게 연락을 했다.

이 소식은 들불처럼 번져, 눈 깜짝할 사이에 국내 정재계 전체에 퍼졌다.

베일에 싸여있던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 회장이 내일 점심 WS 그룹의 파티에 나타날 것이다!

신옥희 회장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문의 전화에도 활짝 웃으면 답했다.

내일 파티가 끝났을 때면, WS 그룹의 명성은 수직 상승해 있을 거란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녀는 소리 내서 웃으며 말했다. "자, 연락 돌리는 건 여기까지 하고, 이제 내일 저녁 식사 준비를 시작하자!"

미팅이 끝난 후, 신 회장은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갔다.

혜준이 주위를 살피곤 재빨리 그녀를 따라 회장실로 향했다.

"할머니, 정말 김유나를 이사로 승진시킬 생각은 아니시죠?" 혜준은 다른 사람들이 안 보는 틈을 타 인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내가 유나와 약속했는데, 왜 안 된단 거지?" 신 회장은 미간을 구기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할머니, 절대로 김유나를 이사로 승진시키면 안 돼요!"

"이유가 뭔데? 유나는 큰 거래를 성사시켜서 회사에 크게 기여를 했으니, 이사가 될 자격은 충분한 거 아니니?"

"김유나가 엠그란드에서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건 다 대현 그룹이 도와줘서 가능했어요. 어제 박주원이 유나네 집에 갔단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바로 다음 날인 오늘 엠그란드 그룹이 우리와 계약을 맺었고요. 우연치고는 너무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지 않나요? 제 생각엔 유나가 박주원이랑 잔 것 같아요."

"....그게 사실이야?" 그녀의 얼굴에 서서히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당연하죠! 제가 할머니한테 거짓말을 할 리가 없잖아요. 조금만 알아보면 박주원이 유나를 만나러 간 게 확실해질 거예요."

그는 이어서 말했다. "할머니, 김유나는 이미 결혼을 했어요. 그런데 만약 사람들이 우리가 어떻게 엠그란드와 계약을 따냈는지 알게 되면 뭐라고 할까요? 그런 애를 할머니께서 이사로 직접 추임 하면 할머니 보고 뭐라고 하겠어요?"

신 회장의 미간의 주름이 더욱더 깊어져만 갔다.

그녀도 박주원이 유나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박주원이 자신의 생일날 가족도 아닌 생판 남에게 수억 원을 호가하는 블루다이아몬드 반지를 보낸 것.

그리고, 유나가 3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따낸 것. 모두 설명이 된다.

신옥희 회장의 표정 변화를 감지한 혜준은 이 기회를 놓칠세라 계속해서 말했다. "이런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애를 이사로 임명하면, 우리 WS 그룹의 평판도 떨어질 거예요! 이럴 때일수록 다른 사람을 대신 이사직에 올려 공로를 돌려야 해요. 그리고 이런 가십을 무마하려면 여자보단 남자가 적합할 거고요."

신 회장은 혜준의 제안을 곰곰이 생각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혜준의 거짓말을 크게 의심하지 않고 믿는 눈치였다.

이런 상황에선 역시 다른 사람들 이사로 선임해야 구설수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유나와 박주원의 불륜으로 계약을 따냈다는 것이 알려져도, 계약을 성사시킨 건 유나가 아니라 신임 이사라고 말하면 된다.

할머니도 자식들을 꽤나 차별했다.

솔직히 그녀는 손녀 유나가 싫었다. 게다가 가부장적이고 독선적인 그녀는 유나가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키워가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는데 유나의 성장은 달갑지 않은 일이었다.

여러 계산은 결국 하나의 결론에 도달했다.

신 회장은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혜준아, 이제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해. 하라면 하고, 말라면 말고, 알겠어?"

혜준은 자세를 고쳐 꼿꼿이 서서 힘차게 대답했다. "염려 마세요, 할머니!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잘 할게요!"

"좋아" 신옥희 회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이 말했다.

"내일 파티에서 너를 신임 이사로 선임할 거고, 엠그란드 그룹과의 프로젝트는 네가 일임할 거라고 발표할 거야. 명심해. 네가 붙잡은 동아줄은 내가 놓아준 거야. 널 살리고 죽이는 건 다 내 손에 달려있어."

"걱정 마세요, 할머니! 전 언제나 할머니 말 잘 듣는 착한 손자였잖아요!"
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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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록
글쓴인 재벌가에 대해1도 모르고 지 생각 꼴리는대로 썼구만....유치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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