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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장

주원이 자리를 떠나던 때, 혜준과 그의 여동생 혜빈, 그리고 그녀의 약혼자 현우가 함께 회장을 향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현우 옆으로 수트를 빼 입은 젊은 남자가 걸어가고 있었다. 그 둘은 얼굴이 약간 닮아 있었다.

혜준은 주원과 정면으로 마주치자 급히 그에게 다가갔다. "방금 도착해서 들었는데, 너희 회사에 무슨 일이 생겼다고 들었는데 사실이야?"

"다 끝났어. 다 끝났다고..." 주원은 혼자 중얼거리며 그를 밀어냈다.

혜준은 걱정스레 물었다. "박주원, 너 괜찮아? 무슨 일인 거야?"

주원은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여기서 입을 잘못 놀렸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그는 혜준의 손을 뿌리치고 호텔 밖으로 뛰쳐나갔다.

혜준은 달려 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고 나지막이 한숨을 내쉬었다. "박주원 저 녀석이랑 보는 것도 이게 마지막일지도... 멀쩡하던 회사 주식이 갑자기 폭락하다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가면 파산하는 것도 시간문제일 거야!"

그리고 나서 혜준은 시후와 유나를 발견했을 때, 문뜩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유나야, 소개해 줄게. 여기 이 신사분은 현우의 사촌인 임하성 씨야."

"하성 씨, 이쪽은 제 사촌 동생인 김유나예요."

사실 하성은 줄곧 유나를 보고 있었다. 혜준이 소개를 마치자 하성은 손을 내밀고 말했다. "WS 일가 분들이 미인이란 소문은 들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 계실 줄은 몰랐네요."

시후는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미인인 아내를 가진 죄인지, 벌레가 끊임없이 꼬였고 매번 쫓아내는 것도 일이었다.

시후가 앞으로 나서 하성이 내민 손을 잡아 악수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저는 유나의 남편 은시후라고 합니다."

"남편...? 당신이?" 하성은 시후를 위아래로 훑어보곤 맞잡았던 손을 쓰윽 빼면서 말했다. "유나 씨같은 미인이 당신 같은 사람이랑 결혼해서 살기엔 너무 아깝네요."

"하성 씨, 그거 알아요? 게다가 저 인간, 얹혀 살면서 직업도 기술도 없어요!" 혜빈이 끼어들었다.

그러곤 하성에게 윙크를 하며 말을 이어갔다. "현우 씨랑 제가 결혼하고 나면, 우린 모두 가족이 될 거예요! 우리 더 자주 봐요~"

하성도 그녀의 말이 무슨 뜻인지 금세 이해했다. 혜빈은 유나랑 자신을 엮어주려는 거다. "유나 씨처럼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이라면 기꺼이 자주 뵙고 싶네요."라고 말하며 싱긋 웃었다.

그때 유나의 부모가 그들 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

유나의 엄마 윤우선이 급히 딸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나야, 그 소식 들었니? 주원이네 회사가 파산할 것 같다네...!"

"네?" 엄마의 말에 유나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한숨을 푹 쉬며 "하아... 나중에 네가 은시후랑 이혼하고 주원이랑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내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돼 버렸어..."

시후는 자신의 진가를 못 알아보고 저런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장모에게 짜증이 났다.

임하성은 재빨리 유나의 모친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유나 씨 어머님이시죠? 저는 현우의 사촌 형 임하성입니다. 유나 씨가 왜 그렇게 예쁜 가했더니, 다 어머님을 닮아서 그런 거였나 봐요."

하성이 현우의 사촌이라는 말에 엄마 윤우선은 재빨리 머릿속으로 계산을 했다. '로이드 그룹! 재벌가 아들!' 그녀는 잔뜩 흥분해서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네, 네~ 제가 유나 엄마예요. 우리 유나 친구인가?"

하성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처음 만났지만요"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유나 엄마가 애정 어린 눈빛으로 하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성아! 우리 예쁜 유나가 마음씨도 천사처럼 너무 착하고 순수해. 앞으로 둘이 자주 연락하..."

"엄마!" 유나는 흥분해서 소리쳤다.

윤우선은 왜 그러냐고 한마디 하려던 때, 유나가 엄마에게 단상을 보라고 손짓했다.

단상 위에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신옥희 회장이 있었다.

그녀는 마이크 앞에 서기 전에 주위를 둘러보고는 "먼저 WS 그룹을 대표해서, 오늘 점심 바쁘신 와중에도 파티에 참석해 주신 귀빈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럼 엠그란드 그룹의 부회장이신 이태리 님을 박수로 맞이하겠습니다!"

스포트라이트는 순식간에 바뀌어, 제일 앞 테이블에 집중되었다.

이태리는 심플한 블랙 머메이드 드레스를 입고 있어 그녀의 완벽한 몸매가 돋보였다. 그녀의 매혹적인 모습에 파티 회장 안의 모든 남자들은 그녀에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엠그란드 그룹의 부회장님 정말 엄청난 미인이네요!

이태리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사람들을 향해 가볍게 인사를 했다. 그녀의 시선이 시후에게 잠시 멈췄지만, 이내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 나서 신 회장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이 자리를 빌려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겨주신 엠그란드 그룹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고 싶습니다! 프로젝트에 최선을 다해 임하겠습니다."

"다음으로 저와 함께 WS 그룹을 이끌어갈 제 자랑스런 손주를 여러분께 소개하려고 합니다."

유나의 엄마는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 "어머 어머! 이제 유나 네가 나갈 차례인가 봐!"

유나는 단상에 오를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아직도 너무나 떨렸다.

시후가 그녀에게 격려의 눈길을 보냈다.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유나와 그 식구들을 보곤 혜준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갔다.

신옥희 회장도 그들 테이블을 보고는 미소 지었다.

".... 엠그란드 그룹과의 계약을 성사하는 데 큰 공을 올렸기에, 이번 프로젝트를 일임하고 WS 그룹의 대표이사로 추임하게 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소개하겠습니다. WS 그룹의 신임 이사 김혜준입니다."

유나의 몸이 순식간에 얼어 붙은 듯 움직임을 멈췄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단상 위를 오르는 혜준을 바라보았다.

그 눈에 서늘한 살기가 감돌았다.

유나 덕분에 일이 잘되자, 그녀를 내팽개치다니....!

순식간에 유나의 눈에 눈물이 고이더니 눈이 빨개졌다.

그녀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기대가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기에,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했다!

시후는 뛰쳐나가는 유나를 보며 신음소리를 냈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내 아내를 모욕할 수 있어! 가만 안 둬'

혜준은 단상 위에 서서 자랑스럽게 말했다. "부족한 저에게 막중한 자리를 맡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총책임자로서 최선을 다해, 엠그란드 그룹과 함께 프로젝트를 완수하도록 하겠습니다!"

신 회장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마지막으로 모두가 기다리시던... 엠그란드 그룹 신임회장으로 취임하신 은 대표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아낌없는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일제히 박수갈채가 터져 나와 홀 전체에 울려 퍼졌다.

오늘 점심 파티의 참석자들은 엠그란드 그룹의 신임회장을 보러 왔다.

그들은 그의 정체를 알고 싶었다.

모두가 누가 일어서는지 호기심과 기대에 찬 눈으로 모두가 미어캣처럼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떤 사람은 "난 베일에 싸인 은 회장이 트라비체 동영상 속 부자였다고 생각해!"라고 말할 정도였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잘 보이진 않았지만, 뒷모습이 너무 낯설었거든요!

"우와 그 두 사람이 동일 인물이라고?"

"어떻게 생긴 사람인지 너무 궁금해!"

우레와 같은 박수와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 속에,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시후가 천천히 사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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