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촌녀는 아주머니보다 발이 빠르잖아요, 또 얼마나 젊어요. 게다가 부리기도 좋고요. 언제 그 사람이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어요? 항상 묵묵하게 우리를 도와서 밥도 사고, 밀크티에 과자도 사 오고, 얼마나 좋아요.”"좋기는 좋은데, 그녀 얼굴을 못 봤어요? 우리보다 더 예쁘장하게 생겼다고요.”"예쁘기는 무슨! 그 사람 옷 입은 거 못 봤죠, 삼 일 동안 같은 옷만 주구장창 입었다고요. 게다가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만 원도 안될걸요.”"하하, 그만 말해요, 그 사람 왔어요.”동료들은 즉시 입을 다물었다. 신세희는 그들의 대화를 들었지만, 월급 외에는 다른 것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그저 일자리가 있고, 월급만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다른 일은 안중에도 없다.그녀는 묵묵히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어떤 동료와도 인사도 하지 않고 퇴근을 했고,하숙민의 병실로 와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하숙민이 하루하루 살이 빠지는 걸 보면서 신세희는 몹시 슬퍼했고, 비록 그녀와 부소경은 계약을 맺은 것이었지만 신세희는 하 씨 아주머니를 자신의 유일한 가족으로 여겼다. 하숙민과 이야기를 나누던 신세희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어이구, 바보야 왜 우는 거야.”“어머니......”신세희는 순간 하숙민의 품에 안겨 흐느꼈다. "어머니, 안 돌아가시면 안 돼요? 어머니마저 없으면, 저는 이 세상에 더 이상 가족이 없어요, 흑흑흑......”“요놈 보게, 너한텐 아직 소경이가 있잖니. 앞으로 너희 아이도 있을 거란다. 넌 분명 행복할 거야, 이 바보 같은 아가씨야.”신세희는 하숙민의 품에 안겨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어머니, 앞으로 매일 맛있는 거 갖다 드리고 방에 꽃도 매일 가져다 놓을게요.”그녀는 아직 못다 한 한 마디가 있었다. 신세희는 하숙민이 세상을 떠날 때 그녀에게 가장 좋은 화환으로 부장품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그러기 위해서 그녀는 무조건 그 200만 원을 벌어야 했다."어머니, 내일 저녁에 퇴근하고 회사에서 두 시간
조의찬은 건들거리며 신세희에게 다가가 말했다"신세희 씨, 당신 후각이 아주 예민하군요. 오늘 크루즈에 부자들이 오는 걸 어떻게 안 거죠?”신세희는 조의찬의 비꼬는 듯한 말에는 대꾸하지 않고 웃으며 물었다.“조의찬 씨, 며칠 동안 얼굴을 못 본 것 같은데, 계속 회사에 나오지 않았던 건가요?”"내가 보고 싶었어요?”조의찬은 내친김에 물었다. “그게 아니......”"내가 안 보고 싶었으면서 여긴 왜 온 거죠?”조의찬의 질문에는 약간의 공격성과 차가움이 있었다. "요 며칠 회사에 가지 않은 건 크루즈 파티 때문에 바빠서였어요. 이 크루즈 파티는운성의 모든 부잣짐 도련님들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제가 힘을 써야죠.”신세희는 말을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 “저......저는 당신을 찾으러 온 게 아니에요.”"나를 찾으러 온 게 아니라고요?"조의찬은 능청스러운 말투로 초라한 신세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서준명 도련님을 찾으러 온 거라고 말하지는 마세요. 그럼 제가 당신한테 확실한 정보를 하나 알려줘야겠네요. 당신이 부 씨네 집안 모임에서 서준명 도련님과 말을 섞은 것 때문에 서 씨 집안 어르신이 오늘 도련님을 가둬 놨어요. 서준명 도련님이 당신을 만나는 걸 막기 위해서죠!”조의찬의 말은 정확했다.서준명 또한 오늘 원래 이 크루즈 파티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출발할 때가 되자 할아버지한테 붙잡힌 것이다. “준명아! 네가 오늘 크루즈 파티에 가는 건 거짓말이고 그 천한 여자를 만나러 가는 게 분명하지!”어르신은 매우 엄숙하게 그의 손자를 바라보며 말했다.“할아버지, 며칠 전에만 해도 저더러 신세희를 집에 데리고 와서 밥을 먹으라고 하셨는데, 지금은 또 신세희를 못 만나게 하십니까? 게다가 신세희의 신분으로는 크루즈에 타지도 못해요!”서준명은 할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하며 바라보았다."흥! 그 신세희라는 여자는 내가 이미 만났는데, 그녀는 조금도 네 고모를 닮지 않았다! 비록 네 고모가 집을 떠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네 고
신세희는 홀로 선실에 앉아 옷 더미를 보고 있었고, 그 옷들은 모두 노점상의 옷들보다 더 노점상 같았다. 무엇보다 옷감 하나하나가 천이 적어 볼품없어 보였고, 이 옷더미를 보는 것만으로도 신세희는 자신이 옷을 입은 후의 모습이 얼마나 저속할지 상상할 수 있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그녀는 다소 보수적인 학생다운 옷을 선택했다.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려주는 요염하면서도 저속한 메이크업과 함께 접시를 들고 나온 신세희는 민정연과 마주쳤다.민정연은 위아래로 그녀를 훑은 뒤 말했다."하, 네가 청순한 분장을 할 줄은 알았지만, 잘 생각해 봐. 청순하면 누가 너한테 팁을 주겠니.”말을 마친 민정연은 신세희를 끌고 와인 잔을 든 귀공자와 아가씨들 앞으로 와서 말했다."자자자, 소개할게요. 내가 오늘 여러분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서 데려온 임시 배우, 신세희 씨에요. 신세희 씨는 변화무쌍한 배우니 여러분들 마음대로 주문해 봐요. 다음 옷은 뭘 입고 어떤 포즈를 취할지 먼저 말해봐요. 하지만 선은 넘지 마요, 여긴 교양 있는 자리니까.”"좋아요!”"이 게임 너무 재밌는데!”"하하하, 이거 볼만하네."민정연은 잊지 않고 그들에게 말을 꺼냈다."그리고 여러분들 보상을 주는 것도 잊지 마시고요. 여기 신세희 씨는 그걸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요.”"연기를 잘 하면 보상은 당연히 올라가죠. 이건 신세희 씨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어요!”한 사람이 소리쳤다. 이런 명문가의 귀공자들도 평소에는 어른들의 통제 아래서 자유로울 수 있는 놀이가 없었다.그런데 지금 이렇게 자진해서 찾아오는 여자를 보면, 그 누가 힘껏 그녀를 한바탕 농락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 사이에서 오가는 제안은 모두 매우 모욕적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규칙을 지키기도 했다. 멀지 않은 곳에는 조의찬이 울타리 위에 서 있었고,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애써 침착한 촌녀를 보며 그는 서시언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 촌녀가 오늘은 돈 때문에 나온 거구만
신세희도 고개를 들어 의아한 표정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부소경이 왜 여기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부소경은 이곳에 나타나야만 했다. 이 크루즈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부잣집 자식들이었다. 부소경은 정장으로 신세희를 꼼꼼하게 감싸고는 그녀를 자신의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그는 험악한 눈빛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떠들썩했던 크루즈의 분위가 순식간에 다운되었다. 찍소리 내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 크루즈 안에 부소경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부소경을 무서워하는 사람은 없었다. 무서워하기는커녕 부소경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한 달의 시간 동안 부소경은 부씨 집안을 피투성이로 만들어버린 후 F그룹의 최고 권력을 손에 쥐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한 그룹의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회사 내부에는 조금의 혼란도 없었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실은 부소경이 오래전부터 이 순간만을 준비해 왔다는 사실을 증명해주었다. 그룹의 임원들은 그의 부하들로 대체된지 오래였다. 한순간에 주인이 바뀌었는데도 회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부씨 집안의 가장 높은 사람인 부소경의 할아버지 부태성도 부소경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부태성은 부소경이 부씨 집안을 뒤집어 놓은 것에 대해 뭐라 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소경의 결혼 상대를 고르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부소경이 잔인한 수법으로 한때 세상을 휘두르던 본인의 친할아버지까지 손에 넣었다는 말이다. 이렇게 잔인한 부소경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대기 시작했다. "민정연, 저 여자 믿을 구석 하나도 없는 가난뱅이 허영심 덩어리라며! 쟤가 부소경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오늘이 우리 제삿날인가 봐…. 나 죽기 싫은데…" 놀랐는지 민정연의 얼굴도 하얗게 질려 있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부소… 도련님… 신… 신세희가…
”조 도련님, 저희 좀 살려주세요!”“여기서 부소경이랑 말 할 수 있는 사람 도련님밖에 없어요!”“도련님, 제발, 이렇게 부탁드릴게요. 살려만 주신다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스포츠카 선물로 드릴게요!”조의찬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했다. “당신이 먼저 준다고 했어요!”“제가 그랬어요!”“좋아요.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맹세할게요. 괜찮아요!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우리 형이 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당신들을 적으로 삼을 사람은 아니에요. 해결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당신들 신경 쓸 겨를 없을 거예요. 계속 놀기나 해요. 하던 거나 계속하세요.”“휴, 도련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요.”“다음 활동은 도련님이 책임지시는 게 좋겠어요. 그래야 저희가 마음 놓고 파티를 즐기죠.”“도련님, 감사드려요.”“별말씀을!” 조의찬을 대범하게 말했다.크루즈 파티는 무척이나 사치스럽고 성대했다. 하지만 신세희처럼 사람들에게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사람이 없어지자 분위기가 조금 다운되었다. 거기다가 부소경이 그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했으니… 그들은 더 이상 파티를 즐길 기분이 나지 않았다.파티는 빠르게 끝이 났다.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조의찬은 흥미 가득한 말투로 서시언에게 말했다. “시언아, 난 쟤네들이 신세희를 희롱하고 나면 더 이상 나한테 기회가 없을 줄 알았거든? 근데 누가 알았겠어. 오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줄. 보아하니 아직도 나한테 기회가 남아있는 것 같네!”“너 아직도 저 촌년 갖고 놀 생각하고 있어? 걔가 그렇게 네 흥미를 일으켜? 네 형, 오늘 직접 그 여자 데리고 갔어. 정장으로 몸을 감싸기까지 했다고. 끌어안고 가는 거 못 봤어? 조의찬, 너 이제 사는데 미련이 없는 거야?”서시언은 친구인 조의찬을 일깨워줘야 할 것 같았다. “의찬아, 내가 친구라서 말해주는 건데. 너네 사촌 형, 보통내기가 아니야. 이복형제도 없애 버리는 마당에 너 같은 사촌 동생은 더 말할 것도 없지.”조의찬이 생각이 다 있다는
신세희는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녀의 말투는 침착하다 못해 무신경하기까지 했다. “부소경씨,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 내 음모, 당신에 대한 계략까지 이미 다 알고 있잖아요. 이미 다 들킨 마당에 뭘 물어보고 있는 거예요?”“당신, 벌써 다 잊은 것 같은데. 내가 옛날에 당신에게 뭘 경고했는지.” 남자의 말투는 예전처럼 험악하지 않았다.“잊지 않았어요.” 신세희는 고개를 숙이더니 갑자기 자신을 비웃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부소경이 경고를 하긴 했었다. 자신이랑 계약한 시간 동안만큼은 다른 남자 건드릴 생각 하지 말라고. 그녀가 누굴 건드릴 수 있을까?오늘 크루즈에 있었던 사람들 중에서 그녀를 인간 취급해 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에게 잘해주던 조의찬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의 눈빛에는 장난기가 가득했다.그들에게 그녀는 불쌍한 놀림거리일 뿐이었다.“난 그냥 단순히 용돈이나 벌고 싶었던 것뿐이에요. 그게 다예요. 아쉽게도 당신 때문에 끊겨버렸지만.”신세희는 솔직하게 말했다.그녀의 말투에는 조금의 원망도 섞여 있지 않았다. 변명하는 듯한 말투도 아니었다.현실을 받아들인 듯한 무력감만이 가득했다.순간 부소경은 잠시 멈칫하더니 깊은 눈동자로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갑자기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 건축설계도 말이야, 네가 그린 거야?”갑자기 신세희가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보기 시작했다. 그녀는 길고 촘촘한 속눈썹이 깜빡이며 자신의 당혹감을 감추려 했다. 하지만 감추면 감출수록 더 티가 날 뿐이었다. “무… 무슨 설계도요?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요.”“네가 그린 그림! 네 방에서 봤어.” 부소경이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부소경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그녀는 부소경이 하숙민을 속이는 걸 반대한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내가 감옥에서 하숙민에게 건축에 관한 유용한 지식을 배웠다는 사실을 부소경이 알기라도 한다면… 부소경이 그녀를 얼마나
부소경은 그 뒤에 멍하니 서 있었다.다음날.신세희는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준비를 끝내고 집을 나서려 했다. 그때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잠깐만.”고개를 돌리자 정장을 차려입고 서류 가방을 손에 든 부소경의 모습이 신세희의 눈에 들어왔다. “?”“오늘은 아침 일찍 병원에 갈 거야.” 부소경이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그녀는 조금 불편한 모습으로 부소경의 뒤를 따르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대문을 나서자마자 문 앞에 세워져 있는 엄선우의 차가 눈에 들어왔다.신세희는 그대로 차를 지나쳤다. 그녀의 발걸음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차 문을 막 지나가는 그때 부소경이 갑자기 그녀의 팔을 잡았다.깜짝 놀랐는지 신세희의 몸이 움찔했다.“타.” 부소경의 말투는 무척이나 담담했다. 곧이어 그는 차 문을 열며 그녀를 차 안으로 밀어 넣더니 그녀와 나란히 뒷좌석에 앉았다.갑작스레 일어난 일들이 신세희를 불편하게 만들었다.부소경은 줄곧 신세희게 차가웠다. 차가운 그의 태도에 익숙해진 그녀는 이런 돌발 행동이 무척이나 불편했다. 하지만 그녀와 달리 부소경은 이 상황이 무척이나 편안해 보였다. 가는 길 내내 그는 아무 말 없이 컴퓨터를 꺼내 일을 처리하기만 할 뿐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신세희는 어색하게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그녀는 그의 앞에서도 충분히 냉정하고 떳떳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의 태도가 차가울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평소와 다른 부소경의 태도에 신세희는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부소경에게 비하면 그녀는 아직 너무 어렸다.앞에 앉아있던 엄선우는 신세희를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여자애가 옷깃을 만지작대는 모습이 꽤 귀엽게 느껴졌다.차는 병원에 도착했다. 부소경과 신세희가 함께 병원에 찾아온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아침에. 말할 수 없는 기쁨이 하숙민의 마음에 차 오르기 시작했다.하지만 하숙민은 인정이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회사 일을 처리하러 아침마다 F 그룹으로 출근해야 한다는
신세희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개졌다.남자는 마지막 남은 만두를 입에 넣고는 그대로 자리를 떠나버렸다. 그는 신세희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오히려 한 쪽에 서 있던 엄선우가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아가씨는 역시 쑥스러워할 때랑 어쩔 줄 몰라 할 때 제일 예뻐요.”말을 끝낸 후, 그는 자신의 주인을 따라 만둣집을 나섰다.신세희는 음식을 아무렇게나 입에 집어넣고는 그들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식당 밖, 그녀는 부소경의 차를 보지 못했다. 부소경이 이미 자리를 떠났다고 생각한 그녀는 혼자 식당밖에 조용히 서 있었다.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멀지 않은 곳, 부소경은 차에 앉아 조용히 신세희를 주시하고 있었다.혼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과도 같았다. 고집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그뿐만 아니라 부소경은 그녀의 얼굴에서 고독함과 처량함도 함께 보아낼 수 있었다.“한번 조사해봐. 쟤 배 속의 아이가 대체 누구 애인지.” 부소경이 갑자기 엄선우에게 말했다.“어… 어디서부터 조사해야 할지… 배 속의 아이가 누구 애인지 아가씨가 직접 말하지 않는 한 아마…”“임씨 집안.” 부소경이 입을 열었다. “쟤 옛날에 8년 동안 임씨 집안에서 지냈어. 임씨 집안이라면 쟤에 대해서 낱낱이 알고 있을 거야. 거기서부터 조사해.”“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럼 서아 아가씨 쪽은…” 정신이 어떻게 된 건지 엄선우가 갑자기 임서아 얘기를 꺼냈다.도련님이 임서아를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엄선우는 알고 있었다. 부소경은 임서아를 싫어했다. 아마 임서아가 자신의 목숨을 살려줬다는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결혼하는 것일 것이다.부소경은 엄선우의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가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운전이나 해!”엄선우는 몰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차가 움직이자 그는 백미러로 식당 앞에 서 있는 여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