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신세희와 서준명이 이곳에 찾아온 것도 단지 아이를 찾아 진실을 알고 싶었을 뿐이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서준명은 진심으로 아이에게 반해버리고 말았다.그는 내내 아내와 아이를 찾지 못한 탓에 공허한 마음이 컸기에 살이 포동포동 찐 두 아이를 본 순간 서준명은 단번에 마음이 사로잡혀버렸다. 몇 년이 지나서야 서준명은 또다시 이 일을 떠올리며 알게 되었다. 그가 아이를 처음 만났을 때 본능적으로, 그리고 충동적으로 다가간 건 아이가 귀여운 탓이 아니었다.피로 이어진 사이였기 때문이다.그의 아이였기에 처음 만났을 때부터 친밀감이 느껴졌던 것이다.이는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였다."이제 됐어, 이젠 이 두 아이에게도 아빠가 있는 거야."옆에 있던 할머니가 웃으며 눈물을 흘렸다.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미루나가 종일 서준명 씨 사진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요? 그리고 종일 두 아이한테 사진 속 그 사람이 아빠라고 얘기해줬어요. 나랑 사장님은 내내 미루나가 미쳐버릴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죠.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재벌인데 어찌 아이들의 아빠일 수 있겠어요? 그런데 어쩌다 보니 어느 날 서준명 씨가 직접 찾아와 두 아이의 아빠라고 인정하더라고요. 두 아이는 정말 사랑스럽지만 가엽기도 했어요.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잖아요."노부인은 진심으로 미루나를 대신해 기뻐했다.미루나는 이곳에서 2년 동안 지내면서 줄곧 친딸처럼 그들에게 효도했다."지금 바로 장 보러 갈 테니까 다들 밥 먹고 가요. 우리 집에 이토록 많은 손님들이 온 적이 없어서, 날도 좋으니까 꼭 남아서 밥 먹고 가요. 장 보러 갈게요."어르신이 열정적인 말투로 말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장 보러 갔다.다들 그의 제안을 거절하기 무안했다.게다가 나금희와 엄위민도 부드러운 눈빛으로 미루나를 바라보았다."얘야, 미안해. 우... 우리도 네가 엄선희길 바라지만 네 목소리는 물론 생김새, 그리고 네 D
"저는 서준명 씨와 친구로 지내면서 돌봐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해요. 살면서 그에게 시집가길 바란 적 없어요. 절대 선 넘지 않을거고, 두 분 따님인 엄선희 씨와 모성애를 다투지도 않을게요. 절대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안심하세요. 만약 제가 못생겨서 보기 싫다면 두 분 앞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요. 저는 그저 정기적으로 두 분이 건강하다는 소식만 들으면 돼요. 제... 바램은 이것뿐이에요."그녀의 진지함에 엄위민과 나금희는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여보..."엄위민이 울먹이며 말했다.나금희는 엄위민을 바라보았다."응?""당신 혹시 혈연관계를 믿어?"엄위민의 물음에 나금희는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우리 딸이 지금 행방불명이 된 것도 알고, 우리 딸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다른 아이를 함부로 자식으로 받아들이는 것도 옳지 않다는 걸 알지만, 난 왜 줄곧 미루나가 바로 우리 엄선희라고 생각되지? DNA가 다르다고 해도 난 왜 계속 이 아이가 엄선희라고 생각되는 걸까?"엄위민은 말하는 동시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나금희도 덩달아 울면서 말했다."흑흑흑... 나... 나도 그런 생각 들어. 미루나가 바로 우리 딸인 것 같아, 위민 오빠, 나 어떡해..."엄위민은 울면서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이건 우리 딸한테 너무 불공평한 일이잖아.""우리 딸, 우리 엄선희 너무 불쌍해. 만약 우리가 미루나를 딸로 받아들이면 그건 우리 엄선희가 평생 집으로 돌아올 수 없다는 걸 의미하잖아. 그럼 부모인 우리가 엄선희를 버린 거나 다름없어, 우리..."나금희는 더없이 서글프게 울며 말했다.미루나는 감동에 젖은 말투로 말했다."저도 알아요, 아저씨, 아줌마. 전 알아요. 두 분이 저를 딸로 받아주지 않는 이유 알아요. 전 안다고요. 전... 이번 생에 두 분과 절대 연을 맺지 않을 거예요, 영원히.""하지만 얘야..."나금희는 미루나를 보며 말했다.그녀는 도무지 이 아이를 저버릴 수 없었다.속은 셈 친다고 해도.
나금희의 반전 섞인 말에 미루나는 실망을 금치 못했지만 곧바로 생각 정리를 마쳤다.나금희가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였다."하지만 나와 내 남편 모두 이 두 아이를 예뻐해 줄 수 있어. 너만 원한다면 우리가 이 두 아이를 데려가 줄 수도 있어. 우리가 너 대신 아이들을 키워줄게."나금희는 사뭇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이는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 방안이었다.그녀는 마음속으로 미루나와 아이들을 인정하고 싶었다.하지만 그녀도 미루나는 엄선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만약 엄선희가 아직 살아있는데 미루나를 인정했다가는 엄선희만 불쌍한 처지가 되기 때문이다.때문에 섣불리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마워요, 너무 고맙습니다. 이미 충분해요."미루나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두 분이 저 대신 아이들을 키워주실 필요는 없어요. 저는 아이들이 제 곁에 있는 게 좋거든요."미루나는 그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던 노부부를 바라보았다.어르신은 이미 장을 보고 돌아온 상태였다. 같은 시각 그는 나금희가 대신 아이들을 돌봐주겠다는 말을 듣고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하지만 미루나가 아이들을 그들 곁에서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얘기를 듣고 또다시 밝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는 금방 사 온 채소들을 거실에 내려놓고 소파에 앉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두 사람의 유일한 낙인 아이를 잃었거든요. 그동안 미루나가 없었다면 우린 이미 죽고 없었을 거예요. 미루나, 그리고 이 두 아이가 우리한테 살아갈 희망을 안겨준 거예요. 두 아이는 우리들의 보배란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두 늙은이가 꼭 두 아이를 잘 보살펴줄게요...""이렇게 하죠."그때, 서준명이 두 어르신의 말을 딱 잘랐다."제가 두 분을 우리 집에서 지내실 수 있게 해드릴게요. 그럼 아이들을 돌볼 수도 있고 아이들도 미루나 씨와 가까이 지낼 수 있잖아요. 어떠세요?"어르신은 노부인을 바라보았다.노부인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한참 지나자 노부인이 입을
"더 이상 서씨 가문에 발을 들여 재벌 집 안사람이 되길 바라지 않을 거예요. 난 그저 아이들이 뛰놀면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살고 싶어요.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그럼 앞으로 계속 배우 활동은 할 거예요?"신세희가 물었다."네."미루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래도 연기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제가 이 일을 진심으로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못난 캐릭터를 연기한다고 해도 상관없어요. 그런 캐릭터를 생생하게 살리는 게 뿌듯하거든요. 그게 바로 제가 이룬 성과예요."신세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네, 좋아요. 저와 민정아 씨, 엄선욱 씨, 그리고 염선의 씨까지 앞으로 자주 보러 올게요. 루나 씨... 힘내요.""네, 꼭 힘낼게요!"미루나는 신세희의 말속에 담긴 거리감을 느낄 수 있었다.비록 속상한 마음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신세희를 탓하지 않았다."제 새 드라마가 방영되면 보러 오실 거죠?"몇 초 머뭇거리다가 미루나가 또 신세희에게 물었다.그녀가 살면서 사귄 친구 중에 가장 좋은 친구가 바로 신세희였기에 그녀는 늘 본능적으로 신세희의 인정과 축복을 받고 싶어 했다."당연하죠."신세희는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꼭 보러 갈게요."신세희도 자신이 미루나에 대한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그녀는 줄곧 미루나가 바로 엄선희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항상 자기도 모르게 미루나와 연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미루나가 혹여 엄선희가 아니라면 구석에 숨어서 지내는 진짜 엄선희는 얼마나 속상하겠는가?엄선희는 이대로 이 세상에서 버려질 존재란 말인가?아니!신세희는 눈앞에 서 있는 미루나를 지나치게 살갑게 대할 수 없었다."그럼... 힘내요."신세희는 그녀에게 선을 긋는 태도를 보이며 말했다."저는 들어가지 않을게요. 아이들 데리러 가봐야 해서요. 게다가 오늘 종일 업무로 바빴던 터라, 먼저 가볼게요."미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오후, 집으로
16살 소녀가 어른스러운 말투로 대답했다."재벌이면 만능이야? 눈에 보이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아내기 어려워, 어떤 건 피할 수 있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엄선희 이모를 봐, 결혼하기 전에는 우리 엄마랑 완전히 다른 집안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잖아. 우리 엄마는 결혼하기 전에 늘 힘들게 살아왔지만 엄선희 이모는 아니잖아. 엄선희 이모는 집안의 공주님이었어. 하지만 시집간 다음에는? 비록 서준명 삼촌이 이모를 아끼는 건 알겠지만 결국 당한 건 사실이잖아."신유리의 말투는 소름 돋을 정도로 침착하고 논리정연했다.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딸을 쳐다보며 말했다."하하. 우리 딸 다 컸네!""아빠!"신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부소경을 바라보았다."난 곧 17살이 될 사람이에요. 1년만 지나면 18살 성인이라고요. 그럼 나도 어른이에요."그렇다.부소경은 자신의 딸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16살의 신유리는 더 이상 어릴 적 그 아이가 아니었다.아이는 클수록 성격이 점점 엄마를 닮아갔다.아무래도 그녀의 엄마 영향을 많이 받는 듯싶었다.그녀는 점잖고 이성적이며 똑똑하고 참을성이 강한 사람이다.그뿐만 아니라 이 아이의 마음속에는 사랑까지 담겨있다.이 점은 그녀의 삼촌인 서시언의 영향이 크다.서시언은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라 어릴 때부터 신유리를 너그러이 받아들이며 키웠다. 신유리는 5살이 되기 전 엄마와 삼촌 손에서 자랐는데, 엄마는 엄하게 교육하는 반면 삼촌은 그녀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었다.이로 인해 아이는 부드러우면서도 사내다운 성격을 가지게 된 것이다.그 뒤 아빠 옆으로 돌아오면서 아빠의 단호하고 차가운 성격까지 이어받게 되었다.16살밖에 되지 않은 소녀에게서 부소경은 F그룹 후계자의 그림자를 보아냈다.하지만 신유리는 눈치 빠른 똑똑한 아이였다."날 후계자로 삼을 생각 하지 마!"신유리는 부소경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가 널
부소경은 저금통을 한쪽에 놓고 관심 어린 말투로 물었다."왜 그래? 엄마,아빠가 준 돈으로는 부족해? 왜 저금통을 열려고 하는 거야? 저금통은 한번 열면 다시 닫을 수 없어."부소경의 기억대로라면 신유리의 저금통은 반명선이 해외 유학을 떠난 지 1년이 되어 돌아올 때 선물로 가져온 것이었다.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신유리가 가장 존경하던 사람이 바로 반명선이었다.그녀가 어찌 반명선이 선물한 저금통을 감히 망가뜨리려고 하겠는가?신유리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 난 그냥 돈만 꺼내면 돼.""아빠한테 말해줘. 이 돈으로 뭐할건지."부소경이 물었다."우리 반 여자아이가 백혈병에 걸렸대. 그 아이 가족들은 이미 수술비에만 수천만의 돈을 들여서 이젠 돈이 없대. 그래서 조금이라도 보태주고 싶어."신유리는 부소경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얼마나 보태고 싶은데?"부소경이 물었다."저금통 안에 있는 200만 원 전부."신유리는 곧바로 대답했다."바보야! 그걸 왜 저금통 안에 있는 돈을 써, 아빠가 대줄게, 400만 원 기부해도 돼. 네가 친구를 돕는 일이기에 아빠는 얼마든지 들어줄 수 있어."신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빠, 나 이제 16살이야. 나도 이젠 돈 버는 일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알아. 우리 엄마도 그렇고 아빠도 마찬가지야. 기부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능력껏 도와야지. 난 내 돈이 아닌 돈으로 기부하고 싶지 않아, 이건 옳지 않은 일이야."신유리의 말에 부소경은 또 한 번 깜짝 놀랐다.그는 줄곧 신유리를 철없는 아이로 생각해 왔기에 단 한 번도 16살짜리 아이가 이토록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부소경은 저도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단번에 딸을 품에 껴안으며 말했다."내 딸, 넌 아빠의 자랑이야! 자, 아빠가 지금 당장 저금통 열어줄게. 명선이 준 저금통을 열어버렸으니 주말에 명선을 불러 함께 밥 한 끼 먹자. 마침 명선도 오래 만나지 못했는데 잘됐네."부소경이 말했다."
미루나는 잠시 슬픈 표정을 짓더니 씁쓸한 말투로 말했다."내가 성형을 심하게 한 건 맞지만 다들 나를 이렇게 못 알아보다니, 나랑 제일 친하던 유리 공주님까지도 날 못 알아보네?""엄선희 이모, 엄선희 이모 맞지! 왜 이렇게 됐어? 아니! 당신은... 당신은 미루나 이모?"신유리는 아주 똑똑한 아이였다.그녀는 미루나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전에 부소경과 신세희가 미루나에 대해 얘기를 한 적이 있었기에 미루나가 엄선희일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토록 디테일하게 알고 있을 수 있겠는가?예를 들어 지금 미루나는 그녀를 유리 공주님이라고 부르고 있다.이는 신세희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는 신유리와 엄선희만 알고 있는 비밀이었다."아니, 나는 엄선희 씨가 아니라 미루나야."미루나가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당신이 바로 미루나 씨인가요?"반명선도 물었다.그녀도 신세희와 신유리에게서 미루나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었다.그러자 미루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반명선이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비록 당신이 성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성형한 티가 너무 많이 나요, 게다가... 혹시 성형이 실패했나요?"미루나는 고개를 푹 떨군 채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바로 그때 신세희도 입구에 도착했다."미루나 씨, 오셨네요. 빨리 들어와요. 유리야, 명선아, 너희들 왜 이모를 입구에 세워놓고 들어오란 얘기도 안 해?"신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되찾고 말했다."엄선희 이모... 아니, 미루나 이모, 빨리 들어와."그들이 미루나를 집에 들여보내자 미루나도 손에 든 선물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오늘은 신세희 씨한테 고맙다고 인사하러 온 거예요. 신세희 씨가 날 믿어주지 않았다면 저 지금쯤 맞아 죽었을걸요? 그것으로 모자라 사기범으로 경찰서에 끌려갔을 지도 몰라요. 그래서 직접 인사드리러 온 거예요."신세희는 미루나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미루나 씨,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신유리는 화를 가라앉히고 엄마를 바라보며 말했다."신세희 여사! 난 날 강요하고 싶지 않고, 난 날 억울하게 하고 싶지도 않아. 왜냐하면 내 마음은 엄선희 이모라고 부르고 싶으니까! 그래서 그냥 마음 가는 대로 불렀어. 엄선희 이모라고 부르는 게 불법인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신세희 여사, 내 일에 끼어들지 마!""너 이 자식, 감히 대들어?! 이젠 다 컸다 이거야?"신세희는 손을 들어 신유리의 이마를 튕기며 말했다."너 계속 마음 가는 대로 부르다가 진짜 엄선희 이모가 돌아와서 알게 되면 얼마나 속상하겠어?""그럴 리 없어!""너 재수 없는 소리 그만해! 지금 엄선희 이모가 못 돌아올 거라 저주하는 거야?""아니야!"신유리는 풀이 죽은 표정으로 신세희에게 해명했다."내 뜻은, 두 번째 엄선희 이모가 내 눈앞에 나타나는 일은 없을 거란 얘기야. 왜냐하면 엄선희 이모가 이미 돌아왔잖아, 지금 내 눈앞에!""그렇게 확신한다고?"신세희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맹세해!"신유리는 아주 굳건한 말투로 말했다.신세희는 순간 할 말을 잃고 말았다."..."사실 그녀도 마음속으로는 미루나가 바로 엄선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한 추측을 사실이라고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유리야, 넌 이제 고등학생이야. 너도 유전자라는 게 변할 수 없는 것이란 걸 알고 있지? 미루나 이모 유전자는 엄씨 할아버지, 엄씨 할머니의 유전자와 달라..."신유리는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럼 유전자가 잘못했네!"신세희가 물었다."뭐라고?"신유리는 짜증 난 듯 신세희를 노려보며 말했다."아무것도 아니야, 난 엄선희 이모랑 놀러 갈게! 점심에 엄선희 이모가 좋아하는 음식들로..."신유리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미루나에게 물었다."아, 엄선희 이모, 뭐 좋아하더라?"미루나는 흠칫 놀랐다.신유리는 그녀를 다독이며 물었다."우리 한 번 동시에 얘기할까?"미루나와 신유리는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안동찜닭... 닭탕에 절인 알밤."안동찜닭.신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