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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천한 년일 뿐이죠

“찰싹!”

하연우는 오민경의 뺨을 한 대 갈기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입 똑바로 놀려! 안 그러면 비참하게 죽여버릴 거야!”

오민경은 펄쩍 뛰어오르며 고함을 질렀다.

“이년이! 감히 날 때려! 자기야, 이 쌍년이 날 때렸어! 당신 강오 도련님 안댔지? 이년 죽여! 무조건 죽여버리란 말이야!”

하연우는 긴 머리를 휘날리며 오민경 같은 인간과 더는 엮이고 싶지 않아 서준영에게 말했다.

“먼저 둘러보고 있어. 난 해결해야 할 일이 좀 있거든.”

말을 마친 그녀는 일부러 발뒤꿈치를 들고 서준영의 귓가에 바짝 붙어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오늘 밤에 넌 만인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될 거야. 나 실망시키지 마.”

서준영은 흠칫 놀라더니 그녀를 지그시 바라보며 머리를 끄덕였다.

“알았어!”

하연우는 오민경과 조유찬을 싸늘하게 흘겨본 후 몸을 홱 돌리고 자리를 떠났다.

“저 쌍년이! 창녀 주제에! 내가 너 절대 가만 안 둬!”

오민경은 이를 악물고 떠나가는 하연우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서준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코웃음 치며 말했다.

“민경아, 충고하는데 너 시간 내서 연우 씨한테 사과하는 게 좋을 거야.”

“닥쳐! 내가 사과를 왜 해? 저년이 뭔데 사과하냐고!”

오민경이 소리쳤다.

서준영은 고개를 내저었다. 오민경 같은 여자는 골칫거리나 다름없어서 그녀를 선택한 조유찬은 불행한 운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서준영도 그들을 떠나 휴식 구역에 가서 디저트를 챙겨와 배불리 먹었다.

오민경은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서준영을 보면서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배에 거지가 들어찼나! 자기야, 아까는 왜 날 안 도와줬어?”

오민경이 불만스럽게 묻자 조유찬이 미간을 구겼다.

“너 목소리 낮춰. 여긴 하씨 일가의 투자 입찰 대회를 진행하는 곳이야. 그 집안 사람들이 보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어. 하지만 걱정 마, 내가 반드시 널 위해 복수해줄게!”

오민경은 그제야 머리를 끄덕이고 더 캐묻지 않았다.

한편 이때 문 앞에서 또 한 명의 훤칠한 외모에 흰색 정장 차림을 젊은 남자가 들어왔다.

그의 등장에 홀 안이 순식간에 떠들썩해졌다!

“우와! 용진 진씨 일가의 진강오 도련님이잖아!”

“저분도 오셨어? 이번에 하씨 일가가 강운시에 투자한 일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끈 모양이야.”

“네가 뭘 안다고 개뿔! 진씨 일가와 하씨 일가는 원래 대대로 우호적인 가문이야. 게다가 내가 듣기로는 강오 도련님이 줄곧 하씨 일가의 따님에게 대시하고 있대!”

“그 말은 설마 이번에 강운시에 오신 분이 하씨 일가의 따님이라고?”

뭇사람들의 열띤 의논이 이어졌고 다들 필사적으로 진강오 앞에 몰려들어 그에게 술을 권했다.

“진강오 도련님이야! 어서 인사하러 가자!”

조유찬도 흰색 양복을 입은 남자를 바로 알아보고는 오민경을 이끌고 그에게 달려갔다.

진강오는 용진 8대 가문 중 진씨 일가의 둘째 도련님이고 전형적인 플레이보이이다.

그가 하씨 일가의 따님을 좋아하는 일은 업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다.

다만 하씨 일가의 따님은 그에게 호감이 전혀 없다.

“강오 도련님, 안녕하세요.”

조유찬이 미소 지으며 공손하게 인사드렸다.

“도련님.”

오민경도 그에게 인사를 건네며 위아래로 샅샅이 훑어보더니 일부러 가슴을 끌어모아 화끈한 몸매를 드러냈다.

용진 진씨 일가의 도련님은 역시나 범상치 않았다. 딱 봐도 있는 집안 자식인 게 티가 나고 몸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조유찬이 넘볼 수 있는 레벨이 아니었다.

조유찬과 결혼하기로 약속하지만 않았어도 오민경은 지금 당장 진강오에게 들이댈 심정이었다.

진강오는 거만한 표정으로 조유찬을 흘겨보며 미간을 살짝 구겼다.

“누구시더라?”

조유찬이 재빨리 웃으며 답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강오 도련님. 저는 강운시 조씨 가문의 조유찬이라고 합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일전에 진씨 일가의 투자 입찰 대회에 참석해서 강오 씨 아버님과 몇 번 만난 인연이 있어요.”

“조씨 일가라, 알겠어요.”

진강오가 덤덤하게 머리를 끄덕이더니 오민경에게 야릇한 눈길을 보냈다.

“여자친구? 몸매 좋네요. 기회 되면 만나서 함께 놀아요.”

조유찬은 머뭇거리다가 그의 뜻을 바로 알아채고 아양을 떨어댔다.

“강오 씨만 원하신다면 오늘 밤에 바로 데리고 노셔도 됩니다.”

오민경은 얼굴이 빨개지고 일부러 수줍은 척하며 그를 쳤다.

“어머, 자기 지금 뭐라는 거야?”

진강오는 껄껄대며 웃다가 조유찬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아주 좋아. 앞잡이 노릇을 참 잘하네. 너 앞으로 내 끄나풀 해!”

조유찬은 감격에 겨워 두 손을 맞잡고 대답했다.

“고마워요, 강오 도련님. 앞으로 강오 님의 옆을 지키는 개가 되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주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고 인상을 찌푸렸지만 조유찬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자랑스럽게 느끼고 있었다!

끄나풀이 뭐가 어때서?

진강오의 앞잡이가 되는 건 미래가 탄탄대로라는 뜻인데 말이다!

“아 참, 도련님, 오늘 밤 하씨 일가에서 주최하는 입찰 대회에 관해 알고 계신 내부소식은 있어요?”

조유찬이 떠보듯이 물었다.

진강오는 담담하게 와인 한 모금 마시며 대답했다.

“그런 거 없어. 하씨 일가의 따님은 이미 강운시에 왔고, 그 밖에 내가 듣기로는 그 집 따님이 하씨 일가가 강운시에 투자하는 프로젝트를 책임질 대변인을 찾을 예정이라던데.”

“하씨 일가의 따님께서요?”

조유찬이 두 눈을 반짝이며 되물었다.

“그 대변인은 이미 내정되었나요?”

진강오가 가볍게 웃었다.

“그건 잘 몰라. 아마 현장에서 고를 거야. 너 제법 잠재력이 있어 보이는데 원한다면 내가 도와줄게.”

“정말요? 제가 만약 하씨 일가의 대변인으로 선택받는다면 도련님께 꼭 제대로 보답해드리겠습니다.”

조유찬은 흥분에 겨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만약 하씨 일가의 강운시 대변인으로 선택받는다면 그는 곧 강운시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이가 될 것이다. 어쩌면 가장 젊은 갑부가 될지도 모른다!

오민경도 입이 귀에 걸려 진강오의 팔짱을 덥석 끼면서 일부러 가슴을 들이댔다.

“도련님, 우리 자기 잘 좀 부탁드릴게요.”

진강오는 담담하게 웃으며 홀을 쭉 둘러보더니 곧장 하연우를 찾아내고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하연우가 낯선 남자와 즐겁게 얘기 나누는 모습을 본 순간, 진강오는 왠지 모를 울화가 치밀었다!

하연우가 왜 딴 남자랑 같이 있는 걸까?

즐겁게 대화를 나누고 심지어 그 남자의 옷까지 몇 번 정리해주다니!

실로 가소로울 따름이었다!

“저 자식 누구야?!”

진강오가 싸늘하게 물었다.

오민경은 그의 시선을 따라 힐긋 쳐다보더니 하찮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제 전남편 서준영이에요. 찌질이 같은 게 어디서 천한 년을 알고 와서 거만하기 짝이 없어요! 아까 제게 손을 댔을 뿐만 아니라 우리 자기까지 얕잡아봤다니까요! 강오 도련님께서 우릴 위해 앞장서 주셔야 해요!”

“맞아요. 저 자식 옆에 있는 천한 년이 아주 시건방을 떤다니까요!”

조유찬도 한마디 덧붙였다.

진강오는 고개 돌려 그들 두 사람을 보면서 싸늘하게 물었다.

“지금 누구더러 천한 년이라는 거지?”

“저기 있잖아요! 바로 옆에 천한 년이요!”

오민경이 앙칼지게 말했다.

“찰싹!”

진강오는 곧바로 싸대기를 날려 그녀를 바닥에 쓰러 눕히고 버럭 고함을 질렀다.

“너 지금 누구한테 천한 년이라고 하는 거야? 죽고 싶어? 저분이 누군지 알아?!”

오민경은 어안이 벙벙해서 얼굴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진 채 서러운 눈물로 호소했다.

“강오 도련님, 저를 왜 때려요? 쟤가 누구긴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천한 년일 뿐이죠.”

퍼퍽!

진강오는 또다시 발길질을 날렸고 오민경은 괴로워서 비명을 내질렀다.

조유찬이 황급히 그녀 위에 누워 막으면서 소리쳤다.

“도련님, 그만 때리세요. 왜 갑자기 이렇게 화내시는 거예요?”

진강오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큰소리로 꾸짖었다.

“멍청한 것들! 저분이 바로 하씨 일가의 따님 하연우 씨야! 이번 투자 입찰 대회의 담당자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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