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영이 고개를 들어 그쪽을 봤다. 안에서 군장을 입은 사나이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눈썹이 부리부리하며 눈이 맑았고 혈기 왕성해 보였지만 얼굴은 굳건하면서도 냉정했다.대략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날카로운 느낌이었다.특히 그의 어깨에 달린 견장은 그가 소령임을 보여주고 있었다.이렇게 젊은 소령은 흔치 않았다. 이것은 그가 군에서 공을 많이 세웠거나 성과가 낮지는 않다는 징표였다.심지어 서준영은 그 남자에게서 약하지 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내공이 단단하게 잘 만들어져 있어야만 나올 수 있는 아우라였다.서영준이 상대를 관찰하고 있는데 옆에 서 있던 한성균이 앞으로 한걸음 나서더니 그 젊은 남자에게 웃으며 말했다.“작은 도련님, 수장님을 위해 신의 한 분을 모셔 왔습니다. 신의님께서 치료하면 수장님 훌훌 털고 일어나실 겁니다.”안중헌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다급한 표정으로 한성균을 보며 말했다.“한 장군님, 수고하셨습니다. 신의는 도착했나요?”이렇게 말하며 안중헌은 눈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한번 훑어보며 한성균이 말한 신의를 찾아내려 했다.한성균이 급하게 서준영을 앞으로 밀며 말했다.“작은 도련님, 이분이 서준영 서 신의님입니다. 신의님 의술은 직접 체험해 본 적이 있는데 신통하니 아주 대단합니다!”서준영이 잔잔하게 웃으며 머리를 한번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하지만 안중헌의 안색이 순간 변하더니 의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서준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이 사람이 신의라고요? 한 장군님, 이렇게 젊은 의사분을 데려와서 저희 할아버지를 치료하게 하다니요? 너무 가볍게 생각하시는 거 아닌가요?”이 말을 들은 서준영의 마음이 조금 불편해졌다.‘내 의술을 못 믿는 거네.’하긴 옆에 서 있는 열댓 명의 의사는 모두 백발이 성성했는데 그들에 비하면 그는 너무 어렸다. 믿지 못해도 이해가 가긴 했다.안윤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앞으로 걸어가 안중헌의 팔짱을 끼고는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작은오빠, 이 사람 의술은
서준영의 표정이 순간 일그러졌다.그가 지금 이 자리에 온 건 안호철 어르신을 봐서 온 것이었다. 그저 어르신이 평소 친근하게 대해주고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서였다.안 씨 일가에서 자신을 반겨주지 않는다면 여기 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서준영은 잔잔하게 웃으며 인사했다.“그렇다면 전 이만 가볼게요.”이렇게 말하고 서준영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한성균이 다급하게 서준영을 말리며 사과했다.“서 신의님, 미안해요. 이런 상황일 줄은 나도 몰랐어요.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줘요. 작은 도련님 다시 타일러 볼게요.”이렇게 말하더니 한성균은 안중헌에게 다급하게 말했다.“작은 도련님, 서 신의님 제가 데려온 사람입니다. 무슨 문제 생기면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수장님 좀 만나게 해주세요!”“흥!”안중헌이 콧방귀를 끼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한 장군님, 전에 할아버지 극진하게 모셨기 때문에 이번 일은 더 이상 묻지 않을게요. 근데 할아버지 진료는 꿈도 꾸지 마요.”“그리고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미 시내에 있는 송 신의 모셔 오라고 했으니 거의 도착할 거예요. 그러니 저 서 신의는 필요 없어요. 돌아가세요.”‘송 신의, 송강호?’한성균이 멈칫하더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강운시에서 제일 유명한 신의였다. 저승사자도 피해 간다는 송강호였다.옆에 서 있던 명의들도 안중헌의 말을 듣고는 놀라움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더니 하나둘 앞다투어 물었다.“송 신의님이 오신다고요? 와, 하늘이시여, 안 씨가 그 어르신을 불러낼 수 있다니.”“송 신의가 온다고 하니 어르신도 이제 곧 일어나시겠네요.”“빨리, 빨리 준비해야겠어요. 이따 송 신의님 오시면 잘 모셔야지. 혹시라도 어르신께서 이곳저곳 짚어주시면 우리 의술도 일취월장하지 않겠어요?”순간 명의들이 흥분하며 들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준영은 오히려 미간을 찌푸렸다.송 신의라는 이름을 여러 번 들어보긴 했지만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해 들은 바로는 의술이 뛰어나 보였다. 이는 서준영을
사기꾼?!방은호의 한 마디에 열댓 명의 명의들은 물론이고 안중헌과 한성균도 의문 가득한 얼굴로 서준영을 바라보았다.그 송 신의의 제자가 자신의 입으로 서준영이 사기꾼이라고 했는데 거짓말일 리가 있겠는가?그 순간 안중헌의 얼굴이 차갑게 굳더니 당장이라도 서준영을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다. 한성균도 식은땀을 잔뜩 흘리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서준영의 의술을 분명히 뛰어난데 왜 갑자기 사기꾼이 되어버린 거지?그때 송강호가 얼굴을 굳히더니 방은호를 훈계했다."방은호 선생 이게 무슨 무례한 짓인가!"방은호는 손가락으로 서준영을 가리키며 다급하게 해명했다."사부님, 저 자가 바로 일전 제가 얘기했던 서준영이라는 자입니다. 그 입만 산 사기꾼이요!"그 말에 송강호가 고개를 돌려 서준영을 아래위로 훑어보며 말했다."거기 젊은이, 자네가 바로 내 제자의 의사 가운을 평생 벗게 한 사람인가?"서준영이 옅게 웃으며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처음 뵙겠습니다, 어르신. 네, 제가 맞습니다."송강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수염을 매만지며 웃었다."젊은이, 이 늙은이 얼굴을 봐서 그 내기 취소해 줄 수 있겠나?""그럼요."서준영이 말했다.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 송강호는 제자가 수모를 당했는데도 예의를 갖춰 얘기했다. 하여 서준영 역시 쉽게 알겠다고 한 것이었다.그때 하인이 안에서 달려와 큰소리로 외쳤다."작은 도련님, 어르신께서 위독하십니다!"그 말에 안중헌이 다급하게 송강호를 불렀다."송 신의님, 빨리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주세요!"송강호도 사태의 다급함을 알았는지 빠른 걸음으로 안중헌을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나머지 사람들도 같이 따라가서는 방문 근처에서 그저 고개를 들어 안을 쳐다볼 뿐이었다.방 안, 창백한 얼굴로 겨우 숨이 붙어있는 듯한 안호철의 옆에는 피를 토한 듯한 자국도 보였다.송강호는 안호철의 맥을 짚어보고는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인파 속에 있던 서준영은 단번에 안호철이 곧 죽게 될 거라는
서준영의 외침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서준영을 바라보았다.이때 방은호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감히 지금 어디라고 그런 망발을 지껄여! 빌어먹을 사기꾼 놈이 이제는 우리 사부님 의술에도 태클을 걸어? 이건 우리 사부님 비장의 침술이야!""내가 볼 때 너는 일부러 안 어르신이 깨어나지 못하게 저주를 내리고 있는 거야!"안중헌은 그에 무서운 얼굴을 하며 호통을 쳤다."어이, 네가 감히 우리 할아버지한테 저주를 걸어? 너는 총으로 쏴 죽여도 시원찮을 인간이야!"안중헌은 한성균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서준영을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안윤아 역시도 잔뜩 화가 나서는 눈을 부릅뜨고 서준영을 향해 말했다."야, 서준영, 송 신의님의 의술을 보고 배가 아픈 건 알겠는데 적당히 해. 이게 어디서 때와 장소를 구분 못 하고 함부로 입을 놀려!"안윤아는 서준영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잠깐이나마 생각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지금 보니 그는 그저 입만 산 어린 애송이일 뿐이었다.아까까지 그렇게 예의를 차리던 송강호도 침을 내려놓고 무서운 얼굴을 하고 서준영을 바라보았다. 그에 한성균이 얼른 서준영의 옷을 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 신의님, 그 발언은 상당히 위험한 발언입니다. 저기서 침을 놔주고 있는 사람은 그 송 신의란 말입니다. 저분의 은침연명 침술로 용진의 높은 분도 구해드렸다고요. 저건 신이 내린 침술이란 말입니다!"그러자 서준영이 담담하게 웃었다."신이 내린 침술? 내가 볼 땐 아니에요.""저도 송 신의님의 의술이 대단 한 건 인정하는 바입니다만 그 유명한 은침연명 침술을 쓸 상대를 잘 못 고르신 것 같네요. 안 어르신의 몸은 죽어가고 있고 어두운 기운이 아직도 강하게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 오장육부는 다 손상되었고 심지어는 경맥도 겨루기 상대 때문에 파괴되었습니다. 그 은침연명은 안 어르신의 목숨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앗아가게 될 거란 말입니다!""이게 봐주니까 끝이 없어! 당장 이 입만 산 애송이를 밖으로 끌
안중헌이 마당으로 뛰쳐나와 보니 아까 서준영을 끌고 나갔던 두 명의 경비대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서준영은 손을 털더니 차가운 얼굴로 막 달려 나온 안중헌을 바라보았다.그때 두 명의 경비대 중 한 명이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며 외쳤다."소령님, 이 자식 만만치 않은 놈입니다!"안중헌은 미간을 치켜세우며 꾸물거릴 시간이 없다는 듯 얼른 서준영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팔을 잡으며 외쳤다."서 신의님! 할아버지가 방금 깨어나서는 또다시 피를 토하고 쓰러졌습니다! 부디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주세요!""나도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제발 우리 할아버지 좀 구해줘!"안윤아도 뛰쳐나와서는 눈물범벅인 얼굴로 그에게 빌었다.서준영은 안중헌의 손을 뿌리치며 차갑게 웃었다."안씨 가문은 다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나 보죠? 저를 죽이려 한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왜 이제야 와서 이런 부탁을 하는 겁니까? 세상 참 편히 살고 계시네요.""이 사기꾼 놈이 어디서 기고만장해져서는! 감히 안씨 가문 작은 도련님에게 이 무슨 무례야! 너한테 기회를 한 번 주겠다고 하면 고맙게 받을 것이지!"언제 나왔는지 방은호가 그들에게로 다가와 상황파악도 못 하고 냅다 소리를 질렀다. 방은호는 자신의 사부인 송강호도 못 구하는 안 어르신을 서준영 같은 사기꾼이 절대 구해낼 리가 없다고 장담했다."참 말이 많네."서준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손짓 한 번으로 천지간의 영기를 움직이더니 방은호를 향해 손바닥을 힘껏 내밀었다. 그러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방은호가 얼굴을 맞았는지 그대로 바닥에 나뒹굴었다. 방은호는 부어오른 얼굴을 감싸 쥐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서준영을 바라보았다.‘저 자식 대체 뭐야? 그리고 이 타격감은 또 뭐고? 분명히 손바닥을 내민 것뿐인데 대체 왜?’이때 안중헌 역시 서준영의 비범한 움직임을 보고 깜짝 놀랐다.‘절대 평범한 의사가 아니야. 아까 그건 분명히 무예를 익힌 사람의 움직임이었어. 이건 진기다! 내공 입문까지 도달하면 모
송강호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비록 심기가 불편했지만, 내색은 하지 않고 웃으면서 물었다.“그렇다면 젊은이가 안 어르신을 구해줄 수 있다는 건가?”서준영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물론입니다. 하지만 송 신의님의 은침을 좀 빌려야 할 것 같습니다.”송강호는 주저 없이 자기 은침을 건네주었다.“나도 젊은이가 어떻게 안 어르신을 구해줄지 궁금하니까 마음껏 써. 사람을 살릴 수만 있다면 선물할 테니까.”“사부님, 안 됩니다! 약의 신으로 불리는 손수호 씨께서 남겨준 은침인데, 그야말로 보물과 다름없죠.”방은호가 들이닥치더니 이 말을 듣자마자 즉시 끼어들었다.그러나 송강호는 웃기만 했다.“괜찮아, 고작 은침인데 뭘. 만약 이 젊은이가 어르신을 살려낸다면 나보다 의술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뜻하는데, 은침을 선물해도 제 주인을 찾아간 셈이지.”“하지만...”방은호는 계속해서 설득하려고 했으나 송강호의 눈짓에 겁을 먹고 찍소리도 못했다.이때, 서준영이 케이스에 담긴 은침을 힐끗 쳐다보았다.가까이에서 관찰한 건 처음인지라 그제야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대단한 은침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은침에는 영기로 가득했다.‘나쁘지 않군.’약의 신이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게 손수호는 역시나 보물을 남겨주었다.만약 자신의 영기까지 더한다면 꽤 괜찮은 법기로 재탄생할 게 뻔했다.영기가 주입된 법기는 주인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로서 수련 속도를 높일뿐더러 호신용 무기로도 쓸 수 있다.마침 그는 호신용 법기가 필요한 상황이다.이내 서준영이 손을 들자 케이스에 담긴 39개의 은침이 일제히 하늘로 솟아올랐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공중에서 한 바퀴 빙 둘러싸면서 원을 그렸다.눈앞의 광경에 사람들은 충격을 금치 못했다.그야말로 뛰어난 솜씨였다.송강호도 깜짝 놀랐고, 서준영의 실력에 연신 감탄했다.“쳇, 고작 속임수에 불과할 뿐 잘난 체하기는!”방은호가 불쾌한 듯 투덜거렸다.안중헌이 눈살을 찌푸리더니 호통쳤다.“다시 한번 그 입 벙긋했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5분 뒤 안호철이 깨어났고, 눈을 서서히 뜨면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윤아야...”“할아버지? 깼어요?”침대 옆을 지키던 안윤아가 잔뜩 흥분한 채 외쳤다.순간, 방 안의 사람들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어르신이 진짜 깨어났어요!”“서준영의 의술이 예사롭지 않네요. 송 신의님도 실패했는데 젊은 총각이 정말 살려냈어요.”“나이도 어린데 재능도 뛰어나군요.”명의라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칭찬했고 흥분과 부러움, 존경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반듯하게 앉아 있는 서준영을 바라보았다.반면, 방은호는 어안이 벙벙했다.안호철이 정말 깨어나다니?‘이제 어떡하지?’그는 사람들이 서준영에게 아부하러 다가간 틈을 타서 조용히 도망칠 작정이었다.그러나 방은호가 몰래 빠져나가는 순간, 서준영은 바닥에 놓인 장식품을 발로 툭 차서 그의 무릎을 가격했다.무방비 상태의 방은호는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방 선생님, 왜요? 도망치려고요? 방금 어르신이 깨어나면 무릎 꿇고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하지 않았어요?”서준영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냉소를 지었다.안윤아가 피식 웃었다. 서준영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도 어느샌가 존경심으로 가득했다.그는 원한이 있으면 반드시 갚는 사람인데, 꽤 멋있게 느껴졌다.바닥에 쓰러진 방은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고, 이내 마음을 독하게 먹더니 버럭 외쳤다.“네가 뭔데 감히 나한테 무릎 꿇고 형님이라고 부르라는 거야?”이때, 안중헌이 다가와 발로 방은호의 배를 걷어찼다. 이내 허리춤에서 권총을 뽑아 그를 겨누더니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약속했으면 지켜야 하는 법이지. 방 선생, 무릎 꿇고 서 신의님을 형님이라고 부를 건가? 아니면 총알을 원하는 건가?”방은호는 패닉에 빠졌다.곧이어 잽싸게 서준영 앞으로 기어가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형님, 제발 한 번만 봐주세요. 전 늘 입이 가벼워서 문제이죠. 죽을죄를 지었습니다.”서준영은 그를 상종하기 싫은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송강호에게 다가갔고, 은침을 돌려주며 말했다.
안윤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몸을 배배 꼬며 말했다.“정 원한다면 안 될 건 없지만...”안윤아는 너무 창피한 나머지 말하면서도 스스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서준영은 오히려 호탕하게 웃더니 딱 잘라 끊어버렸다.“하하하, 농담이야. 윤아 씨한테 관심 없거든. 그리고 여태껏 보여줬던 새침하고 제멋대로인 성격이 내 스타일이지, 이런 고분고분한 모습은 영 적응이 안 되네.”말을 마친 서준영은 뒤돌아서 손을 휘휘 저었다.“작은오빠한테 아직 내 요구를 한 가지 더 들어줘야 한다고 얘기해줘. 윤아 씨의 처방전은 나중에 시간 날 때 찾으러 와.”“한 장군님, 저 좀 데려다주실래요?”한성균이 빠른 걸음으로 뛰어오더니 웃으면서 말했다.“서 신의님, 차에 타세요.”한성균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번에 안호철을 살려줬으니 그의 덕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었다.어쩌면 승진도 헛된 망상은 아니었다.그리고 이 모든 건 눈앞의 서준영 덕분이지 않은가? 속으로 몰래 서준영에게 잘 보여야겠다고 다짐하는 한성균이었다.안윤아는 멍하니 제 자리에 서서 멀어져가는 서준영과 한성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아악! 빌어먹을 서준영! 감히 날 놀려? 관심이 없다고? 내가 그렇게 못났어? 몸매가 별로야? 아니면 얼굴이 마음에 안 들어? 흥! 서준영, 널 갖고 말겠어!”...반면, 서준영이 별장에 도착하자 임현우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준영 씨, 회사 일은 완료했고 단약도 주 사장님께 드렸어요. 한 알을 먹더니 감격을 주체하지 못하면서 다른 분들에게도 연락해서 나눠주겠다고 했어요.”임현우가 공손하게 말했다.서준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알겠어, 넌 회사에 남아 있어. 만약 단약의 출저를 묻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속세를 벗어난 명인이 만든 거라고 해. 나머지는 알아서 하고.”“네, 알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서준영은 간단하게 샤워했다.그러고 나서 양반다리 하고 송강호가 선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