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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6화

“샤워를 한다 해도 그렇지 이렇게 얇게 입을 필요는 없잖아.”

윤아는 수현이 건네준 긴 외투를 입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차단되는 걸 느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와서 그런지 눈동자가 반짝거렸고 뽀얀 얼굴도 홍조가 올라와 있는게 무척이나 매혹적이었다. 마치 복숭아 같았다.

“옷장에 가을 잠옷만 보이던데. 잘 때 편할 것 같아서 입었어.”

수현은 외투를 걸친 윤아를 침대로 데려오며 이렇게 말했다.

“내일 할머님이랑 시장 가면 두꺼운 잠옷 좀 사자.”

잠옷을 산다고?

사실 여기로 내려올 때 짐을 별로 챙기지 않았다. 무거운 것도 있고 수현이 내려와서 사도 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현이 정작 이렇게 말하자 윤아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

“우리 여기서 오래 지낼 거 같아?”

이를 들은 수현이 살짝 멈칫하더니 물었다.

“너에 달렸어. 여기 좋으면 오래 있는 거고 싫으면 다시 올라가는 거고.”

윤아는 잠깐 고민했다. 여기가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다시 고민해 보니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는 것 같았다.

딱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면 아마 아이들 곁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번에 여기로 내려온 것도 아이들 때문에 오려고 한 것이었다. 아이들을 보고 옆에 있어 주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입을 열었다.

“좋고 싫고는 없어. 그냥 아이들 보러 온 거지.”

이에 수현이 반응했다.

사실 윤아도 아이들이 있다고 해서 내려온 거지 아이들이 없다면 굳이 내려오고 싶을까?

깊이 생각할 문제가 아니었지만 수현은 이상하게 자꾸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윤아는 어쩌면 아이들만 신경 쓴다고 말이다.

아이들만 곁에 있으면 수현을 포함한 다른 건 신경이 쓰이지 않는 걸까?

수현은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자꾸만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근데 할머님이 애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 나도 아까 어머님께 방학이 되면 애들 이쪽으로 내려보내겠다고 했거든. 근데 애들이 있는 만큼 우리가 있을 수도 없잖아.”

마침 답답해하고 있던 수현이 윤아의 말에 다시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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