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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7화

윤아가 아무 말도 없자 수현이 물었다.

“너 진짜 내가 필요 없어? 나 지금 짐 싸서 내일 갈까?”

수현이 이렇게 말하자 윤아는 빨간 입술을 앙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수현은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윤아를 보고는 그녀의 허리를 감쌌던 손을 풀어주며 물건을 정리하려 했다.

사실 윤아는 수현이 자기를 놀리려고 한 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몸을 돌려 물건을 정리하려는 것도 일부러 쇼를 하기 위해 그러는 것이라는 것도 말이다.

지금 수현이 이렇게 쇼를 하는 건 윤아가 뭔가를 말해주길 기다리는 것이었다.

분명히 이 모든 걸 알고 있는 윤아였지만 좋은 구경을 놓치지 않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수현이 몸을 돌릴 때 자기도 모르게 수현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매우 작은 힘이었고 수현에겐 아예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수현이 멈추고 싶지 않다면 이런 정도의 방해는 완전히 무시해도 된다.

하지만 이런 작은 힘에도 수현은 걸음을 멈췄다.

“너…”

윤아는 수현을 보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뭐 물건을 정리한다 해도 꼭 지금일 필요는 없잖아?”

수현은 그런 윤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그럼 그게 언제면 좋을까? 네가 시간을 한번 정해줄래?”

저돌적이고 예리한 눈빛에 윤아는 마른기침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일단 이 얘기는 하지 말자. 너도 그래. 아직 몸에 상처도 있는데 떠난다 해도 상처가 다 낫기를 기다려야지.”

이에 수현이 눈썹을 추켜세우며 물었다.

“그렇다는 건 내 상처가 쭉 낫지 않으면 계속 여기서 조리해도 된다는 거야?”

윤아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윤아는 수현의 말에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노려봤다.

“너 이 말 무슨 뜻이야? 설마 여기 더 남아 있으려고 일부러…”

수현이 입꼬리를 올렸다.

“너는 내가 그런 사람으로 보여?”

“…”

윤아는 할 말을 잃었다.

수현의 대답은 인정도 부정도 아니었다. 그저 윤아에게 자신이 그런 사람인지를 묻고 있다.

그러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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