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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선우의 할아버지인 그는 선우가 반드시 자기 말을 듣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이 큰 가업을 순조롭게 물려받으려면 그의 눈에 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자기 손자지만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남자란 동물은 원래 여자 좀 만나보고 그러는 것도 정상이다. 큰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다면 다 넘어갈 수 있는 일이지.

그는 그때 심씨 가문의 그 아가씨는 제법 괜찮아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후에 그 집이 쫄딱 망하면서는 별 볼 일 없다고 여겼다. 게다가 진수현과 이혼하고 나서는 애 둘 딸린 이혼녀에 불과했으니 더더욱 곱게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손자놈이라는 것이 무슨 정신인지 그 여자한테 빠져서 이리도 멍청한 짓을 하고 있으니 정말 골치가 아팠다. 나중에는 몽둥이를 들고 찾아가 봤지만 선우는 여전히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선우와 실랑이를 하는 바람에 그의 혈압은 내려갈 생각을 안 했다. 결국 그의 비서가 말했다.

“어르신, 왜 이리 노하셨어요? 어차피 그렇게 오래 붙어있고도 사귀지 않았잖아요. 대표님도 그냥 갖고 노는 거일 거예요. 애 둘 딸린 엄마일 뿐인데 놀다 질리면 자연스레 떨어지겠죠. 뭣 하러 이렇게까지 관여하세요? 인간이란 게 원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이에요. 이렇게 떼어놓지 못해서 안달이면 저쪽에선 오히려 그 여자를 더 갖고 싶어 할 거라고요. 괜한 일로 두 분 사이만 나빠지시겠어요.”

비서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둘이 정말 사귀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다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냥 잠깐 데리고 노는 거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 뒤론 선우를 말리지 않았고 윤아에게도 잘 해줬었다.

그러다 윤아가 귀국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두 사람이 이제 관계가 정리된 줄 알고 내심 기뻤었다.

그 뒤로는 줄곧 손자를 위해 명문가의 며느릿감 여자들을 물색하고 있었는데 난데없이 진씨 집안에서 연락이 와서는 윤아를 내놓으라 하지 않는가.

그는 그 전화를 받고 나서야 윤아가 선우와 함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진씨 집안에서 이런 일로 전화가 오자 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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