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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그의 아들은 이미 글렀으나 남은 손자까지 그렇게 되는 꼴은 볼 수 없었다.

전화를 끊은 후, 우진은 윤아의 방문을 한 번 보았다. 말은 내뱉었는데 소용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우진이 한창 생각에 잠겨있는데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그는 선우가 돌아온 것을 보고 고개를 숙였다.

“대표님.”

선우는 방문 앞에 가서 서서 눈을 고정한 채 입술을 약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말을 하지 않았고 우진도 옆에서 끈기 있게 기다렸다.

한참 후에 선우가 입을 뗐다.

“좀 어때요?”

우진은 잠시 멈칫했다.

‘아까 금방 보지 않았나? 왜 또 묻는 거지?’

“그대로일 겁니다.”

“그래요?”

선우의 목소리는 아주 낮아 그에게 하는 말인지, 자신에게 묻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진 비서.”

그가 갑자기 부르자 우진이 고개를 들었다.

“대표님?”

검푸른 눈빛은 마치 벽을 관통해 윤아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기억을 잃지 않았다면 지금쯤 나를 미워했겠죠?”

우진이 입술을 오므렸다.

“지난 5년간 윤아 님에게 잘해주고 배려도 많이 해줬으니 기억을 잃든 아니든 미워하지 않을 겁니다.”

“나를... 미워하지 않는다?”

선우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난 어쩐지 나를 죽도록 미워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자신을 망가뜨리면서까지 나를 괴롭히는 것 같아요.”

한참을 쳐다보던 우진이 말했다.

“윤아 님이 괴롭히는 건 자기 자신이죠.”

선우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뭐라고요?”

“윤아 님은 기억을 잃었고 지난 5년 동안 당신이 잘해줬던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요. 그런데도 여기에 남아있는 이유가 뭐겠습니까. 대표님은 지금까지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까?”

“네?”

“지난번 윤아 님이 공항에서 우연히 만난 여대생 때문에 경찰 두 명이 조사를 받은 것 말고는 왜 지금까지 경찰이 오지 않는 걸까요?”

우진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마치 주의를 주려는 듯 말했다.

“왜 그런 건지 생각 안 해보셨습니까?”

선우가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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