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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온다연은 더 긴장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말까지 더듬었다.

“아니에요. 거짓말 아닌데요.”

그녀가 한 말은 사실이다. 온다연이 13살 때부터 심미진은 그녀를 거의 상관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프다는 일을 언급하지 말든지 결과는 마찬가지이다.

사실 유하령이 온다연의 배를 찰 때 심미진은 아마 내장을 다쳤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심미진은 온다연에게 4만 원을 주면서 스스로 진료소를 찾아가 보라고 했다. 그리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 후, 온다연은 유씨 저택에 거의 돌아가지 않았고 심미진에게 자기가 괴롭힘을 당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

게다가 3년 전 유강후와 그 일이 있고 난 뒤 유하령은 어디서 소문을 들었는지 온다연을 더욱 미워하게 되었다.

유하령은 그녀의 머리채를 뽑고 뺨을 때리고 밥에 압정을 넣고 침대에 작은 동물까지 던졌다. 게다가 몇 번은 깡패들을 찾아 그녀를 골목에 틀어박고 죽을 때까지 때렸다. 그러면서 온다연의 내장은 더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녀가 이렇게 된 것은 유강후와 관계가 있는 것 같았다.

그런 생각에 온다연의 눈은 더 아래로 처졌고 도시락을 쥔 손도 가볍게 떨리기 시작했다.

갑자기 창백해진 그녀의 얼굴을 보던 유강후는 잡고 있는 그녀의 턱을 놨다. 그러자 온다연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자국이 생겼다.

피부가 이렇게 부드럽다고?

유강후의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그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다연아, 나는 누가 나한테 거짓말을 하는 게 제일 싫어.”

그러자 온다연이 입술을 깨물며 대답했다.

“삼촌, 저 거짓말 안 했어요.”

그렇게 말하며 온다연은 손을 앞으로 옮기면서 도시락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스쳤다.

그러자 도시락의 뜨거운 온도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온다연의 손바닥을 보자 이미 빨갛게 덴 것을 발견했다.

화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도시락이 이렇게 뜨거우니 분명 엄청 아팠을 것이다.

유강후의 눈빛은 더 차가워졌고 턱선은 더 날렵해졌다.

“다연아, 안 아파? 아니면 아픈 걸 잘 참는다고 생각해?”

그러면서 유강후는 빨갛게 덴 그녀의 손바닥을 지그니 눌렀다. 그러자 온다연은 황급히 손을 움츠리고 고개를 숙인 채 유강후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유강후는 이를 갈며 말했다.

“대답해!”

온다연의 목소리는 모기처럼 가늘었다.

“안... 안 뜨거워요.”

이때 갑자기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는 온다연을 한 번 째려보았지만 결국 전화를 받았다.

“소이섭?”

방은 조용했고 핸즈프리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온다연은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빨리 와. 은별이가 이상해.”

“알았어.”

유강후는 전화를 끊고 온다연을 쳐다봤다. 그 각도로 보면 그녀의 작은 두상과 귀연운 두 귀가 마침 보였다. 왠지 사람을 끌리게 했다.

그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 조금 있다가 돌봐줄 사람이 올 거야.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한테 말해. 하지만 어제처럼 다시 도망치면 내가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야.”

온다연은 침대 시트를 꽉 붙잡고 나지막이 말했다.

“어제 도망치지 않았어요. 정말...”

“온다연!”

유강후는 갑자기 목청을 높였다.

“내가 말했지! 내 앞에서 거짓말하지 말라고.”

온다연은 깜짝 놀라 몸을 뒤로 움츠렸다. 그녀는 자기 유강후를 얼마나 두려워하는지 지금 한 번 더 깨달았다.

그녀가 아무리 유씨 가문 사람을 싫어해도 감히 유강후는 싫어할 수가 없었다. 너무 두려워서 감히 그런 마음을 품기도 두려웠다.

온다연의 당황한 얼굴을 본 유강후는 미간을 약간 찡그리며 차갑게 말했다.

“쉬고 있어. 저녁에 보러 올게.”

저녁에 또 온다고?

온다연은 다급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삼촌. 은별 씨 곁에 있으세요. 저는 괜찮아요.”

유강후의 표정은 복잡했다. 하고 싶은 말을 참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온다연을 잠시 쳐다보더니 의자 위에 있는 양복 재킷을 가지고 떠났다.

유강후가 떠나자 온다연은 마치 중형수가 사형 면제를 받은 것처럼 기분이 홀가분해졌고 공기마저 맑아지는 듯했다.

그녀는 간호사를 찾아 충전기를 빌리고 핸드폰을 켰다.

그러자 임혜린의 부재중 전화와 그녀가 보낸 수십 통의 문자를 발견했다.

온다연은 서둘러 임혜린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연아, 어젯밤 어디 갔어? 전화도 안 되고 문자도 답장 안 하고. 너무 걱정했잖아.”

“어젯밤 술을 마시다가 삼촌을 만나서 같이 집에 왔어. 핸드폰 배터리가 없어서 자동으로 꺼졌어.”

“삼촌? 넌 이모밖에 없잖아. 삼촌은 또 누군데?”

온다연은 임혜린에게 진실한 가정 상황을 말한 적이 없다. 심미진이 유자성과 재혼한 여자라는 말을 한 적도 없고 단지 이모와 함께 산다고만 말했다.

그래서 임혜린은 온다연의 부모님이 안 계시고 이모와 함께 사는 것으로 알고 있다.

“친삼촌이 아니라 이모부의 동생분이야.”

임혜린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약간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거 알아? 어젯밤 어떤 대단한 분이 우리 학교 여학생이 술 시중을 드는 일에 대해 화를 버럭 냈대. 교장 선생님이 겁을 먹고 바지에 오줌을 쌀 뻔했대. 그 대단한 분이 도대체 누구지? 그 사람 한마디에 학교 선생님들이 이렇게 벌벌 떨다니.”

온다연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혹시 유강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강후는 조용하게 일을 처리하고 더욱이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않는데 어떻게 학교에서 누가 술을 마시는지 이런 일에 참견할 수 있겠는가? 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임혜린이 말했다.

“아, 참. 유하령이 돌아왔어. 다연아, 너라아 유하령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걔가 왜 자꾸 너를 귀찮게 해? 빨리 졸업해서 그 계집애를 멀리 해.”

유하령은 혼자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러자 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유하령이 돌아오면 온다연은 계속 입학 면제권을 지킬 수 있을까?

온다연이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이미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임혜린과 몇 마디 나누다가 누군가가 병실로 들어왔다.

40대 초반의 여자였고 평범한 몸매에 TV에서 자주 보는 집사 옷을 입고 있었다. 단정하게 머리를 묶었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그녀는 쇼핑백을 온다연에게 건네며 말했다.

“다연 아가씨, 이건 도련님이 다연 씨에게 드리라는 옷입니다. 어울리는지 입어보세요.”

온다연은 쇼핑백을 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 안에는 치마 두 벌과 속옷 두 벌이 들어 있었다. 속옷을 보자 그녀의 얼굴은 후끈 달아올랐다. 하나는 레이스가 달린 옅은 파란색의 면 소재의 속옷이었고 다른 하나는 하얀색 레이스에 꽃무늬가 있는 속옷이었다.

모두 소녀다운 스타일이고 디자인이 깔끔하고 예뻐서 온다연의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유강후가 이걸 샀다는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유강후가 설마 직접 이걸 골랐을까? 그럼 이 옷들을 모두 만졌겠네? 그럼 이 옷에 그의 냄새가 묻었을까?

온다연은 별의별 생각을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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