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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이때 온다연은 이미 상자를 잡은 상태였다. 무거운 강철 문이 팔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엄청난 통증이 전해지는 순간, 온다연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러나 그녀는 상자를 꼭 쥔 채로 서둘러 그것을 몸 뒤로 감추며 경계하는 눈빛으로 유강후를 바라보았다.

유강후는 그녀가 겨우 상자 하나 때문에 팔을 다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을 줄은 몰랐다. 조금 전 소리를 들으면 꽤 심하게 다쳤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온다연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 듯했다. 그녀는 상자에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유강후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의 얇은 입술이 일자로 다물어졌다. 환한 조명 아래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가 유독 날카롭게 보여 쉽게 시선을 마주할 수가 없었다.

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천천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그곳에는 문이 있었다.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다.

“도망치기만 해봐!”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느껴졌다. 온다연은 몸을 흠칫 떨더니 본능적으로 발을 거두어들였다.

유강후는 그녀에게로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

“이리 줘 봐.”

온다연은 유강후가 상자를 보겠다고 하자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손바닥이 축축이 젖어 들어갔다. 그녀는 연신 뒷걸음질 쳤고 결국엔 비싼 목재로 만들어진 가구에 등이 닿았다. 이제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유강후는 여전히 그녀에게로 가고 있었다. 온다연의 작고 가녀린 몸이 그의 커다란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졌다.

엄청난 압박감에 온다연은 몸을 움츠렸다. 가구와 한 몸이라도 될 듯이 말이다.

유강후에게서 나는 삼나무 향이 온다연을 완전히 감쌌다. 온다연은 그의 향기가 호흡을 통해 폐까지 가득 들어찬 뒤 온몸으로 뻗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안에서 싹을 틔울 것 같기도 했다.

온다연은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본능적으로 그의 향기를 맡지 않기 위해 손으로 자신의 코와 입을 막았다. 그러나 유강후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조금 전 문에 부딪혀 팔에 빨갛게 움푹 파여 들어간 흔적이 남아있었다. 심지어 살갗이 까지고 멍이 파랗게 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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