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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온다연은 이런 생각에 참지 못하고 냄새를 맡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옷에서 유강후의 냄새가 나지 않았다. 만약 그의 냄새가 났다면 그녀는 정말 입을 수 없었을 것이다.

속옷은 딱 그녀의 사이즈였다. 온다연은 키가 161cm이고 90근에 불과한 마른 체격이었지만 브래지어는 C컵을 입어야 했다.

허리가 가늘고 다르가 길며 애플 힙라인 때문에 윗옷과 바지의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옷을 살 때마다 다른 사이즈로 조합해야 한다.

그 때문에 그녀는 자기 몸에 꼭 맞는 사이즈의 속옷을 보았을 때 조금 놀랐다. 그리고 두 치마의 가격을 보고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치마도 하나는 흰색 하나는 하늘색이었는데 한 벌은 1,700만 한 벌은 2,500만이었다.

온다연은 두 치마의 가격을 보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강후는 이 치마를 어디에서 샀을까? 환불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원단은 정말 부드럽고 편안했다. 온다연은 이렇게 좋은 원단의 옷을 입어본 적이 없다.

이때 집사가 그녀를 불렀다.

“다연 아가씨, 어떠세요?”

온다연은 할 수 없이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흰색 치마를 입었다.

치마는 심플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으로 잘록한 허리라인이 완벽히 드러나고 다리가 길어 보이는 포인트를 모두 살렸다.

옷을 다 입고 나서 그녀는 다시 쇼핑백을 봤더니 작은 선물 상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열어보니 그 안에는 머리띠가 있었다.

머리띠에는 새하얀 진주가 있었고 양쪽에는 반짝이는 다이아몬드가 있었다. 정교한 공예 기술 때문에 한눈에 봐도 비싼 제품임을 알 수 있었다.

온다연은 가격표를 보고 싶었지만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머리를 어깨에 풀어 헤치고 머리띠로 묶었다. 화장실을 나서자 집사의 무뚝뚝한 표정 때문에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렸다.

집사의 말투는 한결같았다.

“다연 아가씨, 도련님이 며칠 동안 저한테 아가씨를 돌보라고 하셨어요.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에게 말씀하세요.”

온다연은 이 모든 게 유강후의 결정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집사가 물을 길어오는 틈을 타자 그녀는 치마를 찍어 임혜린에게 보냈다. 그리고 임혜린에게 이 브랜드 매장이 어디에 있고 환불할 수 있는지를 물었지만 그쪽에서 답장이 없었다.

집사가 있어 온다연은 불편했지만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들고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경원시 뉴스가 나왔을 때 매체에서 미래 그룹 회장님이 귀국했다는 소식을 크게 보도하는 것을 보았다.

기사에는 미래 그룹이 가전제품, 백화점, 보석, 석유, 가스 그리고 항공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미래 그룹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미 아시아에서도 유명한 그룹이 되었고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온다연은 이런 것에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단지 유씨 가문이 평범한 재력가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경문시에서도 잘난 척하던 재벌 2세들도 유강후를 보면 굽신거렸다.

유강후는 언론에 노출된 적이 없다. 그의 얼굴 정면 사진조차 유출된 적이 없다. 옆모습이나 뒷모습이 찍힌 사진도 모두 희미하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연예 뉴스 쪽에는 그에 대한 스캔들이 많았다. 그중 하나는 톱스타 임저아가 유강후의 팔짱을 낀 채 활짝 웃고 있다고 보도되었다.

유강후의 얼굴은 희미하게 처리되었지만 온다연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녀는 그 사진을 보며 나은별을 떠올렸다. 나은별은 유강후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이 사진들을 보면 더 우울해질까?

하지만 이 일은 온다연과 큰 관계가 없는 것 같았다. 한참을 보고 있자니 재미가 없어졌고 머리도 점점 무거워져서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너무 피곤했는지 아니면 약을 먹어서인지 그녀는 깊은 잠에 빠졌다. 눈을 떴을 때 이미 밖은 어두워졌다.

병실 안의 불도 켜지지 않았고 커튼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비쳐 들어왔다.

온다연은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핸드폰을 보니 밤 11시였다.

집사는 갔을까?

그 생각에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이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키가 크고 늘씬한 그림자가 보였고 검은 수트에 날씬한 몸매를 가진 남자가 걸어왔다. 불빛이 희미했지만 온다연은 유강후임을 알아챘다.

그의 카리스마는 너무 강해서 아무 말 없이 서 있어도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온다연은 당황하며 침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제자리에 서 있을지 몰랐다.

이미 밤 11시가 되었는데 유강후는 왜 또 왔을까? 뉴스에서 오늘 미래 그룹에 저녁 파티가 있다고 했는데 유강후는 왜 여기 있을까?

“깼어?”

유강후는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에서 그의 목소리는 더 달콤하고 섹시하게 들려왔다.

온다연의 심장은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고 그녀는 얼른 침대에 발을 올려놓고 기대어 자는 척했다.

유강후는 걸어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지작거리더니 말했다.

“열은 내렸네.”

온다연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녀는 열이 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강후의 손 온도는 그녀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온다연은 깜짝 놀라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고 유강후와의 접촉을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침대 머리맡에 부딪히면서 아파서 소리를 질렀고 머릿속에서는 윙윙 소리가 났다.

어둠 속에서 유강후는 손을 떼고 꼼짝도 하지 않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너무 차가워서 마치 짐승이 자신의 사냥감을 응시하는 것 같았다. 그런 시선을 느낀 온다연은 꼼짝도 못 하고 숨을 참았다.

이상하고 애매한 분위기에 온다연은 너무 숨이 막혀왔다.

결국 참다못한 그녀는 조용히 말했다.

“삼촌.”

유강후는 눈을 깜짝이더니 그녀 옆에 앉아서 한 손을 침대에 짚고 다른 한 손을 그녀의 이마에 갖다 댔다. 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유강후가 자기의 이마를 만지게 허락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너무 가까이에 있어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싱그러운 설송 향기에 술 냄새와 이름 모를 꽃 냄새가 섞이면서 온다연은 위가 다시 아파졌다. 그래서 괴로워하며 머리를 피했다.

하지만 이때 유강후는 그녀를 침대에 밀어붙였다. 그리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

“움직이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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