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존왕의 수련을 끝내고 영기도 가지고 있는 수사들만이 나와 싸울 능력이 있어.”오전에 장경각에서 돌아온 후 대일진권의 깊은 뜻을 깨달은 이태호는 바로 폐관을 시작했다.반나절의 폐관을 거쳐 대일진권 입문과 소성을 이뤄낸 그는 현재 주먹이 바람처럼 빠르고 전투력은 이전의 몇 배로 강화됐다.이태호는 일여덟 명의 9급 존왕이 동시에 달려들어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았다.9급 존왕도 무항시에 흔치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이태호는 기쁜 마음을 뒤로 하고 영력을 하부 단전에 집중했지만 고래가 바닷물을 집어삼키듯 끊임없이 주위의 천지 영기를 흡수하면서도 한계를 넘어설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태호는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여전히 안 되는군. 매번 한계를 넘어서려 할 때면 존황경지 앞에 뛰어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거대한 질곡이 있다는 게 느껴져.”“그래서 주희철 남매가 존황급 수사는 일반 수사가 아니라 성인의 경지에 이르는 것이라고 말했었구나...”대일진권 입문과 소성을 이뤄낸 후 이태호는 컨디션이 좋은 틈을 타서 주위의 천지 영기를 이용해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 했다.하지만 이변 없이 모두 실패했다.그는 지금 9급 존왕의 수련을 마쳤고, 존황경지까지 한 발짝이 남았을 뿐이다.하지만 이 한 발짝은 거대한 벽과 같아서 뛰어넘기 어려웠다.이태호는 고개를 젓고는 더 이상 돌파를 강행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만하자. 이제는 다음 달의 성호 랭킹이나 기다려야지.”그는 중얼거리면서 천천히 눈을 감고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대일진권을 계속 수련하려 했다.하지만 이때 갑자기 밖에서 우레와 같은 포효 소리가 들려왔다.“주서명, 나와서 해명 좀 해봐!”고함을 듣고 놀란 이태호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면서 주씨 가문의 원수가 찾아왔나 보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는 객경장로일 뿐이니 주씨 집안에 누가 찾아오든 그와는 상관없는 일이다.어쨌든 현재의 그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 달 후의 성호 랭킹이다.성호에 가는 기회를 잡
주씨 가문이 까다로운 원수를 만난 줄 알았다.주희철의 입에서 주민의 얘기가 나오자 남두식이 참지 못하고 주희철의 어깨를 두드리며 조롱했다.“전 또 무슨 큰일이 생긴 줄 알았습니다. 감정이란 원래 그런 거죠. 젊은 사람들의 일에 나이 든 사람이 끼어드는 건 자주 있는 일이지.”남두식은 주희철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이런 일을 많이 봐왔다.9급 존왕이 온다고 해도 그는 두렵지 않았다.하물며 그들은 천정종에서 온 다섯 장로와 원 종주 남두식이었고, 이태호마저 9급 존왕이었다. 족히 7명의 9급 존왕이 함께 있는데 무항시 전체에 놓고 봐도 제일 가는 세력일 것이었다.그런 사람들이 젊은 사람 때문에 몰려온 나이 든 사람을 두려워하겠는가?옆에 있던 대장도로 위로 어린 시선으로 주희철을 바라보며 태연자약하게 말했다.“그래서 얘기해 봐. 주민 아버지의 내공은 어느 정도야?”이태호와 그의 아내 백지연, 남유하도 아주 덤덤하게 주씨 가문의 두 남매를 바라보았다.이태호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한 말에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을 본 주희철이 급해서 얼굴이 빨개졌다. 주희철이 급박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아이고! 남 장로님, 대장로님 놀리지 마세요! 정말 큰 일입니다. 장로분들께서 7급 내공을 가진 주자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주자연의 뒤에는 무항시에서 두 번째라고 칭해지는 황씨 가문이 있습니다! 황씨 가문의 현 가주 황허윤은 9급 존왕 강자입니다. 게다가 황씨 가문에는 9급 영기가 있는데 성주부에서조차 황씨 가문과는 척지고 싶지 않아 합니다.”주희철이 얼른 주민의 아빠 주자연이 쳐들어오는 일과 황씨 가문의 상황을 알려주었다.황씨 가문에 대해 얘기할 때 주희철의 말투는 더 긴박해 보였고 그의 눈가에는 걱정과 두려움이 스쳤다.황씨 가문은 성주부와 버금가는 일류 가문이었다.가문에는 두세 명의 9급 존왕이 있었는데, 주씨 가문에 비하면 훨씬 강했다.이번에 주자연이 주민을 주씨 가문에서 쫓아낸 일도 모두 고민 후 행한 일이었다.이
그들 일행 중 몇 명도 9급 존왕이었다.그런 전력으로 황씨 가문을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자신의 설득이 통하지 않자, 주하민은 고개를 저었다.‘말이 통하지 않잖아!’옆에서 말을 더 이어가려는 주희철을 보며 그녀가 얼른 눈치를 주어 그의 말을 차단했다.“그럼 저희는 더 이상 장로님들 시간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주하민이 말을 마치고 이내 오빠를 데리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바로 그때 마당 밖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너희 두 놈! 나중에 다시 보자!”말이 끝남과 동시에 작은 마당의 진법 밖으로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덩치 큰 중년이 서 있었다.중년의 왼손에는 주서명이 처량하게 들려있었고, 오른손은 주민을 받치고 있었다. 몸을 반쯤 허공에 띄운 그는 이태호 일행을 서늘한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중년 남자의 옆에 궁복을 입은 부인과 백발의 노인이 서 있었다.궁복을 입은 여인의 몸에서 성난 암사자와 같은 기운이 풍겨 나왔다. 6품 존왕의 기세가 풀리자 주위에 광풍이 크게 일었다.그리고 백발노인의 기운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 마치 우뚝 솟은 산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막 떠나려던 주희철 남매는 주자연에게 붙잡힌 아버지를 보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격노한 황설이 차갑게 마당에 있는 일행들을 훑어보다 시선을 이태호에게 고정했다.“네가 내 아들을 다치게 한 그 이태호냐?”마당 밖에 나타난 세 사람의 기세를 보고 이태호도 그들의 정체를 눈치챘다.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이름을 바꾸지 않은 이상 내가 이태호겠지!”황설 옆에 서 있던 주자연은 확인을 마치고 싸늘하게 웃었다.“좋아! 배짱은 두둑하네. 오늘 쉽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말거라.”그와 동시에 주자연에게 처참하게 잡힌 주씨 가문 가주가 이태호에게 덤비려는 주자연을 보고는 나지막이 설득했다.“자연아, 앉아서 차분히 얘기하자. 주민의 성격은 너도 잘 알고 있잖니. 걔가 먼저 이태호 장로님을 건드려서 이런...”분노에 휩싸인 황설이 주서명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말
우르르강렬한 주먹이 6급 존왕인 황설을 향했고, 그 무서운 위력이 황설의 몸에 세차게 부딪혀 순간적으로 몸의 반쪽을 박살 냈다.주먹의 빛이 만들어낸 무서운 충격파는 사방에 강풍을 일으켰다.결국 이태호의 주먹을 제대로 맞은 황설은 반응도 못 한 채 반쪽 몸이 직접 산산조각 나며 새하얀 뼈가 드러났다.“대... 대일진권!”피를 토하며 황설은 이태호를 바라보며 동공이 격렬하게 수축했고, 눈에 공포의 빛이 가득했다. “너 어떻게 주씨 가문의 대일진권을 쓸 수 있지?” 당황한 황설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오직 아버지인 황성하의 곁으로 도망가서 보호받고 싶었다. 이태호의 실력은 황설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황설은 황씨 가문의 첫째 딸로서 나이 겨우 마흔에 6급 존왕을 돌파하였다. 한때는 무항시에서 유명했던 천재였으며, 존왕 경지에 도달하자마자 2급 존왕을 뛰어넘어 참살할 수 있었다.또한 그녀는 황씨 가문의 지품 무기를 수련하여 전투력이 일반적인 8급 존왕에 필적할 만큼 강해졌다.이것이 바로 황설이 6급 존왕의 실력이면서도 이태호에게 감히 덤벼든 이유였다.하지만 황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은 이태호가 손쉽게 주먹 한 방으로 자기를 중상 입혔다는 것이다. 온몸의 경맥이 모두 끊어지고 오장육부가 산산조각이 났다.이토록 두려운 실력에 황설은 그저 두피가 저릿저릿해지며 마음속 깊이 두려움을 느꼈다.땅에 떨어지려는 순간, 그녀는 즉시 황성하에게로 날아갔다.“아버지, 저를 구해주세요!”도망치려는 황설을 본 이태호는 음흉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도망? 누가 맘대로?”말이 끝나자마자 이태호는 두 발로 땅을 박차며 다리 근육을 순간적으로 폭발시키더니, 다음 순간 온몸이 마치 포탄처럼 날아가 황설을 향해 돌진했다.“죽어라!”황설에게 점점 가까워지자, 이태호는 갑자기 손을 들어 올려 주먹에 불꽃 같은 빛으로 순식간에 하늘을 밝히며 대일진권을 내질렀다. 주먹이 바람처럼 휘몰아치며 공중에 떠 있는 황설을 휩쓸었고, 그녀의 몸은 곧바로 주먹의 빛에 삼켜져
극지 감옥!이 감옥은 북극에서도 가장 북쪽에 자리 잡고 있고 그 깊이가 족히는 500미터를 넘었다.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흉악함 범죄자들이 모인 곳으로 수감자들 모두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전과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감옥이 세워진 이후로 이곳에서 탈옥을 성공한 범죄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이때, 지하에서 출발한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지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윽고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열리자 동양인의 외모를 지닌 남자가 남루한 옷차림과 함께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출소했다, 축하한다!”이곳을 지키는 우람한 교도관이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볼륨감 넘치는 섹시한 몸매의 중년 여성이 고요한 표정으로 이태호를 보며 말했다.“저기 저 대문을 넘어서면 넌 자유의 몸이 된다.”전방에 있는 대문을 보는 이태호의 심경이 복잡했다.“이곳을 떠나고 싶었다면 진작에 도망쳤어!”중년 여성은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반박할 수가 없어 입만 뻥긋거렸다.지하에 갇혀 있는 흉악범들, 요원, 군벌, 심지어 조폭 두목까지 이태호 앞에선 순한 양이 되기 때문이다. 밖에서 이름을 떨치던 신 같은 존재들도 그의 앞에선 입을 떼지 못한다.3년 전, 용성연합국에서 전란이 일어났고 용성연합국은 결국 외부의 침입을 막지 못해 정부는 4명의 젊은이를 파견하여 갓 출소한 이 남자한테 배움을 얻도록 했다.반년 후, 다시 용성연합국으로 돌아간 네 젊은이는 곧바로 전세를 역전시켰고 그 후 그 네 젊은이는 용성연합국에서 모두가 아는 군신이 되었다.대문 앞에 도착한 이태호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쪽에 성루 같은 커다란 건물을 유심히 쳐다봤다. 그러다가 갑자기 건물을 향해 무릎을 꿇더니 ‘쿵’ 소리가 나도록 땅에 머리를 박았다.“어르신! 먼저 갑니다! 5년 동안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이 감옥에 왔을 때 그는 한 백발의 늙은이를 알게 되었다. 늙은이가 남한테 괴롭힘을 당하며 다른 죄수들한테 밥을 빼앗겼을 때 이태호가 먼저 다가가 그한테 밥 절반을 나누어
펑!침실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침대 위에 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특히 남자는 당황함을 금치 못하고 얼른 이불로 자기 몸을 가렸다. 여자 역시 깜짝 놀라 이불을 뺏으며 몸을 가렸다.“누구야? 거지야?”남루한 옷차림의 이태호를 본 하현우가 흠칫 놀랐다.“10년이라도 기다리겠다더니 고작 5년이 지났는데...”이태호가 주먹을 꽉 쥐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고 이마에서 핏줄이 꿈틀거렸으며 표정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이...태호?”정희주는 눈을 비비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봤다.“네, 네가 왜 여기에...”이태호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듯 아팠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를 비웃듯 피식 웃었다.“이 자식이랑 같이 사는 거야? 다른 사람은 몰라도 어떻게 이놈이랑 같이 있는 거야?”하현우는 거지 같은 몰골의 남자가 이태호란 걸 발견하고 순식간에 자신감이 생겼다. 그는 바지를 챙겨 입으며 말했다.“왜? 이 몸이 희주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야? 난 권세와 돈을 모두 잡고 있어. 거지처럼 차려입은 너보단 훨씬 나아!”이태호는 눈에 핏발이 빨갛게 섰지만 그를 쳐다보지 않고 정희주만 노려봤다.“하하, 진짜 웃겨. 이제 돌아와서 너한테 모든 걸 주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었는데. 심지어 애당초 널 폭행한 남자한테 들러붙어?”이태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말을 이어갔다.“날 기다리지 않았더라도 네 탓을 하지 않았을 거야. 근데 이런 놈이랑 붙어있을 줄 몰랐어.”그의 말에 정희주가 가운을 두르며 벌떡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웃기지 마, 나한테 모든 걸 준다고? 거렁뱅이인 네가 나한테 뭘 준다는 거야? 넌 하현우 같은 재벌한테 비비지도 못해! 지난번에 현우가 나한테 사준 백이 천만 원이 넘어! 네가 지금 나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뭔데?”말을 마친 그녀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다리를 꼬며 담배 한 대를 꺼내 불을 붙였다.“너 같은 병신이랑 있다간 나만 손해야. 하지만 하현우는 날 평생 누릴 수 있게 해줘
연초월은 조폭의 등장에 소스라치게 놀랐고 당황함을 금치 못했다.“잠시만요, 잠시만요. 제가 당장 돈을 드릴게요!”그녀는 바로 집안으로 달려들어 갔다가 조금 낡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봉지에는 천 원짜리와 오천 원짜리 잔돈이 가득했고 동전도 수북했지만 만 원과 오만 원권은 몇 개 없었다.“에이 진짜, 또 이래요?”조폭 두목 장준혁은 잔돈들을 보며 짜증을 냈고 옆에 있는 졸개를 보고 말했다.“야, 이거 세봐.”“100만 원인데 이거 언제 다 셉니까?”지목당한 졸개는 전혀 내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연초월한테 다가갔다.“잠시만! 우리 엄마가 언제 빚을 진 거야?”이태호가 졸개의 앞길을 막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뭐야? 밥 빌어먹으러 온 거지인 줄 알았네. 너 예전에 술병으로 하현우 도련님 머리를 내려쳤던 골통 아니야?”장준혁은 그를 자세히 들여다보며 도발했다.“이태호! 맞아, 이태호! 벌써 출소했어? 너도 참 대단해. 하현우 도련님이 어떤 사람인 줄 알면서도 머리를 내리친 거잖아.”이태호의 표정은 여전히 어두웠다.“이미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난 후회하지 않아.”이태호도 장준혁의 눈을 노려보며 봉지에 든 돈을 가리켰다.“왜 이 돈을 줘야 하는지 설명해봐.”이에 장준혁이 피식 웃었다.“칫,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하현우 도련님을 때렸으면 배상을 해야 할 거 아니야! 하씨 가문이 배상금으로 3억을 요구했어. 네 신혼집을 2억에 팔았으니까 아직도 1억을 줘야 해.”그는 턱을 괸 채 말을 이어갔다.“네 부모가 지난 5년 동안 대략 4천만 원을 줬으니까 아직 6천만 원이 남았지. 네가 어떻게 조기 출소했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잘 됐어. 너도 돈 벌어 갚아야지.”땅에 쪼그려 앉아 돈을 세고 있던 졸개가 갑자기 짜증을 냈다.“매번 잔돈을 이렇게 주니까 한참을 세잖아!”“셀 필요 없어요. 안에 도합 78만 원이 들어있어요.”연초월이 겁을 먹은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젠장! 또 모자라!”땅에 쪼그려 앉아있던 졸개의 어깨
이태호가 다시 집으로 돌아갔을 때 연초월이 대문 앞에서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을 보자마자 그한테 달려가 그의 손을 잡고 다급하게 물었다.“태호야, 괜찮아? 저놈들이 때리지 않았어?”이태호는 엄마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안 때렸어요. 방금 나머지 돈을 다 줬으니까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 거예요.”“진짜야? 나 속이는 거 아니지? 어디서 난 돈이냐? 6천만 원이 적은 돈은 아니잖아!”연초월은 당연히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방금 감옥에서 출소한 그한테 돈이 있을 리가 없었으니 말이다.이에 이태호가 답했다.“엄마, 너무 신경 쓰지 마요. 감옥에서 귀인을 만났고 제가 감옥에서 출소할 때 그분께서 저한테 돈이 든 카드를 줬어요. 6천 만 원을 주고도 많이 남았어요.”“그래? 그럼 다행이다, 다행이야!”연초월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그런 분한테는 어떻게든 보답해야 해, 알겠지?”“알아요.”이태호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제가 조기 출소할 수 있었던 것도 귀인의 도움 덕분이에요.”그는 자세히 설명할 수 없어 간단하게 말했다. 그 미친 어르신이 진정 그의 귀인이었으니 말이다.“아이구, 저 깡패놈들이 다시는 안 온다니 마음이 놓이는구나. 이제 너도 돌아왔으니까 일자리도 찾고 정직하게 살아. 그럼 나랑 네 아빠도 걱정하지 않을 거야.”연초월이 한숨을 길게 푹 내쉬었다.“그런데 그 희주 말이야, 좋은 애는 아니더라. 네가 감옥에 들어간 지 반년도 안 되었을 때 하현우라는 사람과 사귀기 시작했어. 그리고 네 신혼집도 헐값에 팔아버렸어... 우리도 모아둔 돈이 없으니까 네가 빨리 일자리를 찾아야 해. 너 이제 스물여덟인데 얼른 돈을 벌어서 색시를 얻어야지.”그녀는 동시에 감개무량하기도 했다.“5년이나 먼저 나왔으니 참 다행이야. 만기 출소했다면 네 나이가 서른셋이야. 그럼 색시 찾기도 더 어려워져.”“엄마, 저 아직 젊고 멋져요. 아내 찾기 어렵지 않다고요.”이태호는 활짝 웃으며 장난쳤다.“근데 아빠는 어디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