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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아내인 척

박미란과 강수아는 이렇게 아무런 수확도 없이 떠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만만찮은 두 남자 때문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강윤아의 집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면서도 박미란은 여전히 조금 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수아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강윤아한테 어디서 갑자기 기댈 구석이 생긴거지?”

강수아의 얼굴빛은 심하게 굳어졌다. 그녀도 마침 그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방금 아래층에서 주차된 고급 외제차에 떨어졌다.

이번에 귀국할 때 권재민이 운전하던 바로 그 차였다.

‘뭐야? 그럼 설마 강윤아가 거짓말을 한 게 아니라는 소리야? 정말 권재민이랑 만나고 있는 거야?’

이런 가능성을 생각하자 강수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안 돼, 안 돼. 강윤아가 어떻게 감히 권재민이랑 만난다는 거야? 권재민이 그 여자를 좋아할 리가 없어.’

강수아의 표정을 본 박미란은 깜짝 놀랐다. 그녀는 강수아가 그저 조금 전 강윤아에게 한바탕 당해서 화가 난 줄로만 알고 황급히 위로했다.

“수아야, 화내지 마. 우리 다시 방법을 생각해 보자. 난 이렇게 쉽게 놓아주지 않을 거야. 절대.”

“방법은 무슨 방법이요? 강윤아는 하마터면 재벌가에 시집갈지도 몰라요. 재벌집에 시집가니까 저희 가문의 재산이 마음에 안 드는 거라고요.”

강수아는 홧김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의 말에 박미란 깜짝 놀라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재차 물었다.

“그••••••, 그게 무슨 뜻이야?”

“방금 봤는데, 권씨 그룹 대표 차가 아래에 주차되어 있었어요. 조금 전 그 경호원들도 분명 권씨 가문 경호원들일 거예요. 강윤아는 대체 무슨 수를 썼길래 귀국하자마자 이렇게 큰 월척을 낚아챈 거죠?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 반드시 막아야 해요.”

강수아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벌써부터 음모의 새싹이 싹트기 시작했다.

한편, 강윤아와 은찬은 집에 갑자기 나타난 경호원 두 명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윤아는 자기 품에 안긴 은찬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은찬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엄마, 전 괜찮아요.”

강윤아는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은찬의 몸 구석구석을 살폈다. 정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녀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구세주 같은 두 명의 경호원에게 시선을 돌렸다. 강수아와 박미란이 이미 떠나고 없는데도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만약 그들이 제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두 모녀가 어떤 일을 저질렀을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은찬은 두 사람이 바로 권재민의 곁을 지키던 경호원인 것을 알아채고 예의 바르게 감사를 표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경호원들과 은찬과 잘 아는 편이라, 원래 웃지 않던 그들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

“괜찮아. 대표님께서 우리더러 여기 남아서 너의 안전을 지켜줘라고 지시한 거야.”

그의 말에 강윤아는 저도 모르게 은찬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탄복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권재민이 은찬을 이렇게 아낄 줄은 정말 몰랐었다.

도대체 그의 어떤 점이 권재민의 눈에 들어왔을까?

강윤아는 감탄하면서도 자신의 아들에 대해 질투심을 느꼈다.

“그냥 게임하는 거 아니야? 게임하는 게 이렇게 유용했으면 나도 일찍 배울 걸 그랬어.”

강윤아가 말했다.

그녀의 말에 은찬은 고개를 들어 강윤아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엄마, 엄마 기술로는 이런 게임을 놀고 싶어도 놀 수가 없어요. 딴 생각 하지 마세요.”

“••••••.”

강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은찬이 한 말은 모두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확실히 게임에 뛰어난 재능이 없었다.

다음날, 화창한 날씨.

권재민은 골프장에서 윤 실장으로부터 수건을 건네받아 땀을 닦았다.

권재민은 고개를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고작 물만 마셨을 뿐인데 골프장 안의 수많은 여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권재민은 이런 반응에 너무 익숙해졌다. 처음에는 싫증이 났지만,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참, 도련님. 스미스 씨에게서 조금 전 전화가 왔으니 곧 도착할 예정이라고 하십니다.”

윤 실장의 말에 권재민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의 표정을 보고 윤 실장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단번에 깨달았다.

스미스는 권재민의 가장 좋은 사업 파트너이자 경쟁자였으며, 유럽 재벌가 순위에서도 30위 안에 드는 거물이었다. 또한 해외 유학 당시 스미스와 동창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친분이 두터웠다.

이치에 따르면, 권재민은 오래된 친구가 찾아오는 것에 대해 기뻐해야 하지만, 그는 지금 약간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이유는 바로 스미스라는 사람은 거의 흠을 잡을 데가 없지만, 약간의 흠이 있다면 바로 각종 일에 있어서 자꾸 권재민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학교 다닐 때는 성적, 졸업하고 나서는 직장까지 하나하나 비교했었다. 그는 이제 스미스가 자기 가족을 데리고 와서 자기 앞에서 아내와 아이의 자랑을 늘어놓는 모습이 저절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이런 생각을 하자, 권재민은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이번에 스미스는 틀림없이 또 권재민이 아직 결혼도 하지 않고 싱글이라는 이유로 자신을 비웃을 것 같았다.

‘안 돼, 어떻게든 방법을 생각해 봐야해.’

권재민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옆에 있던 윤 실장은 한눈에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천천히 말했다.

“도련님, 스미스 씨에게 비웃음을 당하지 않는 방법은 사실 꽤 있습니다.”

“예를 들면?"

권재민은 윤 실장을 바라보았다. 그는 윤 실장이 자신이 만족할 만한 답을 내놓기를 기다렸다.

“도련님 아내 역할을 할 사람을 찾아 잠시 도련님 아내인 척 연기를 해달라고 하면 됩니다.”

윤 실장이 말했다.

권재민은 눈살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해 보았다. 그의 말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권재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 일은 윤 실장에게 맡길테니 적임자가 있나 찾아 봐.”

“네.”

윤 실장은 우렁차게 대답한 뒤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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