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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숨은 고수

“그렇군요…….”

다이애나는 조금 실망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매니저를 일부러 난처하게 하지도 않았다.

“괜찮아요. 이 음식들도 이미 엄청 푸짐해요.”

하지만 그때, 강윤아가 다이애나를 힐끗 보더니 갑자기 툭 제안했다.

“두부조림이라면 저희 어머니가 예전에 자주 해주던 거라 저도 할 줄 아는데…… 제가 모자란 실력이라도 한 번 대드려도 될까요?”

방금 전 나눈 대화에서 다이애나에 대해 호감이 생긴 터라 강윤아는 그녀가 이대로 실망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고민도 없이 나섰다.

하지만 말을 내뱉고 바로 후회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솜씨는 당연히 호텔 주방장과 비교할 수 없을 거고 상대가 마음에 들어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실수를 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에 강윤아는 입을 꾹 다문 채로 긴장한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다. 권재민은 그런 그녀를 힐끗 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오, 재민, 놀라운데. 네 와이프가 음식도 할 줄 아나 봐?”

스미스가 놀라운 표정을 지으며 권재민을 툭툭 건드렸다.

권재민도 그의 호들갑에 싱긋 미소지었지만 눈에는 여전히 불안함이 맴돌았다.

“나도 저 용기에 감탄이 나오네. 그런데 본인이 할 수 있다고 하니 해보라고 해야지.”

곧이어 다이애나도 깜짝 놀라며 강윤아를 바라봤다.

“윤아 씨 음식도 할 줄 알아요? 그럼 저 기대하고 있을게요.”

호텔 측 동의를 구한 강윤아는 곧바로 매니저를 따라 주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재료 손질을 거의 끝냈을 때 권재민이 안으로 들어왔다.

강윤아의 능숙한 손놀림을 보자 그는 걱정을 조금 덜어냈지만 여전히 불신한 듯 물었다.

“정말 할 수 있겠어요?”

원래 자신이 없었던 강윤아는 권재민의 불신하는 눈빛을 보자 순간 그에게 자기 실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오기가 생겨났다.

“제가 요리를 끝내면 알 거 아니에요.”

“못 할 것 같으면 안 해도 돼요. 제가 전화로 다른 사람을 시키면 되니까.”

“필요 없어요.”

딱 잘라내듯 거절한 그녀는 더 이상 권재민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요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한참 동안 지켜보던 권재민은 그녀가 꽤 잘 해내는 것 을 보자 이내 주방을 나섰다.

그녀가 음식을 내왔을 때, 스미스 부부와 권재민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맛을 보지 못했지만 코를 찌르는 듯한 향긋한 냄새와 겉모습만 보더라도 군침이 저절로 돌았다.

그리고 맛을 보고 난 뒤 그들은 저마다 혀를 내두르며 그녀의 솜씨를 칭찬했다.

“윤아 씨, 음식 솜씨가 이렇게 좋으면서 전에는 너무 겸손하게 말씀한 거 아니에요? 호텔 셰프 못지않아요.”

아내의 말에 스미스도 고개를 끄덕이며 권재민을 바라봤다.

“재민, 네 와이프 진짜 숨은 고수네. 이렇게 요리 잘하는 아내가 있다니 복 받았네.”

권재민은 친구의 말에 웃는 얼굴로 호응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복잡하기만 했다. 아까 강윤아의 실력을 의심했던 자신을 떠올리니 뺨이라도 맞은 듯 얼굴이 따끔거렸다.

그런데 그때.

“하하, 우리 엄마 음식 솜씨 진짜 나무랄 데 없거든요.”

은찬이 으쓱한 미소를 지으며 끼어들었다.

매번 입맛이 까다로운 자기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엄마가 자랑스러울 만도 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난 뒤 스미스의 가족을 호텔로 데려다준 권재민은 강윤아와 은찬을 데리고 호텔을 빠져나왔다.

“윤아 씨의 음식 솜씨가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네요.”

고요하던 차 안에 울려 퍼진 한마디는 한참 동안 흐르던 침묵을 깨버렸다.

권재민의 갑작스러운 칭찬에 놀랐는지 강윤아는 그를 바라보더니 이내 쑥스러워했다.

“음…… 예전에 해외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익힌 거예요.”

강윤아는 감개무량한 듯 대답했다.

그 말에 권재민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 그리고 일순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 일이 끝나면 두 사람도 앞으로 엮일 일이 없기에 그런 궁금증은 불필요했다.

다음날, 계획대로 두 가족은 호텔에서 출발하여 근처에 있는 유명한 펜션으로 향했다.

그 말에 스미스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나도 우리 와이프랑 이 펜션 진짜 가보고 싶었는데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대? 센스 있네,”

“이건 우리 와이프가 생각해 낸 거야.”

권재민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사실 그는 다른 곳에 가려고 계획했는데 그의 계획을 들은 강윤아가 펜션을 가자고 제안했고 그 아이디어가 괜찮다는 생각에 그도 동의한 거다. 그런데 스미스 일가의 마음을 이렇게 사로잡을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고개를 돌려 강윤아를 힐끗 바라보며 심상치 않은 그녀를 다시 한 번 감탄했다.

펜션에 도착하자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한눈에 안겨 왔다.

“와, 사람 진짜 많네.”

“네, 이 펜션은 요즘 핫플레이스라서 사람들이 많이 모여요. 스미스 씨네 가족의 마음에도 들었으면 좋겠네요.”

스미스의 감탄에 강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설명해 줬다.

“윤아 씨랑 재민이 가이드 해주는데 당연히 마음에 들죠.”

스미스는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하던 중 그들은 어느새 펜션에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하지만 체크인하는 중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오기 전에 분명 방 4개를 예약했지만 예약 정보를 확인할 때 프런트데스크 직원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게 아니겠는가?

“죄송하지만 예약하신 방중 하나가 통풍구에 문제가 생겨 지금 방 3개밖에 제공해 드릴 수 없습니다.”

“다른 방은 없나요?”

이러한 상황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한 터라 권재민의 표정은 저도 모르게 일그러졌다.

하지만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여전히 미안한 듯 고개만 저어댔다.

권재민이 귀한 손님이라는 걸 알았는지 호텔 측 매니저도 한걸음에 달려와 사과했지만 그는 여전히 불쾌함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던 그때 스미스가 그를 바라보며 분위기를 풀었다.

“재민, 그만해. 다들 장사하는 사람인데 일부러 그랬을 리 없다는 거 잘 알잖아. 아니면 애들 둘이 한방을 쓰게 하는 건 어때? 그러면 방 3개라도 괜찮잖아.”

권재민의 표정은 그제야 약간 누그러 들었지만 강윤아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두 아이가 한방을 사용하게 된다면 나와 권재민 씨가 한방을 써야 된다는 뜻이잖아?’

“저기, 저는…….”

강윤아는 뭔가 말하고 싶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권재민이 막아서면서 경고의 눈빛을 보내는 바람에 그녀는 입만 뻐금대다가 끝내 하고 싶은 말을 도로 삼켜야 했다.

엘리사는 은찬이와 같은 방을 사용해야 한다는 말에 이내 눈을 반짝였다. 벌써 친해진 두 아이는 한방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이 없는 듯했다.

호텔 측에서는 권재민의 심기라도 거스를까 봐 아이들이 한방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즉시 방 배치를 안전하게 변경했고 심지어 장난감도 구입해 안에 넣어주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장난감들은 두 아이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핸드폰이 있으니 은찬은 모든 신경이 핸드폰 게임에 쏠렸고 엘리사는 그 옆에 앉아 조용하게 지켜보기 바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은찬이 드디어 관문을 통과한 것을 본 엘리사는 눈을 반짝이며 감탄했다.

“은찬, 너 게임 진짜 잘하네!”

이러한 칭찬을 듣는 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은찬은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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