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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8화

술취해 망가진 원경릉

원경릉이 이 모양이 되어 봉의각으로 실려온 것을 보고, 모두 놀라 자빠질 지경이었다. 그래도 기상궁이 침착하게 서둘러 녹주에게 해장국을 준비하게 하고 구사에게 상황을 물어보았다.

구사가: “태상황 폐하의 어전에서 술에 취해, 해장국도 내려주었으나 전부 토했습니다.”

“태상황 폐하 어전에서 취했다고요? 세상에나, 태상황 폐하께서 어마어마하게 화를 내셨겠네요.” 희상궁이 경악하며 말했다.

“어마어마하게 화가 나셨는지 안 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선 얼굴이 완전 하얗게 질렸 더군요.”

구사가 말했다.

“아이고!” 희상궁이 얼굴을 돌려 원경릉을 보니 침대에 앉아있길래 기상궁이 그녀를 눕히려 하자 원경릉이 유모 손을 잡고: “건드리지 마, 나 어지러워!”

“구대인서는 돌아가시지요, 감사합니다.” 희상궁이 말했다.

구사가 원경릉을 보니 얼굴이 무섭게 달아올라 있으며 눈은 뻘겋고 머리는 산발에 옷도 찢겨서 여기저기 구겨진 게, 총체적으로 난국이다.

“그럼 이만!” 구사가 몸을 돌려 나갔다.

평소처럼 나갈 때 봤을 땐 분명 단아한 초왕비였건만, 고주망태가 되어 주사를 부리니 이렇게 끔찍할 수가.

구사는 막 건곤전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렸다. 원경릉이 의자를 들어 때려 부수고 있고, 태상황은 나한상 귀퉁이에 찌그러져 있으며, 상선은 몸에 구토물을 뒤집어 쓴 채, 하사 받은 새 옷이 못 쓰게 된 것에, 발을 구르며 열 받아 했다.

구사는 한번도 건곤전에서 이렇게…… 사람냄새가 나는 걸 본 적이 없다.

또한 태상황 폐하께서 위엄 있는 표정 외에 다른 표정, 그러니까 겁에 질린 아기토끼 같은 표정을 지으시는 걸 본 적도 없다.

어쩌면 왕야께 이 일을 말씀드려야 했을 지 모른다.

원경릉은 침대 앞에 앉아 하늘이 뱅뱅 돌며 눈 앞에 사물이 다가왔다 멀어졌다 하고, 잡음이 귀에 윙윙 들리는데 마치 저 멀리서 그녀와 아무 상관없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 그런데 원경릉은 지금 머리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반드시 뭔가를 해야만 했다. 아니면 열 받아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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