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대면, 주명취의 간계하지만 원경릉은 차분하게 서있을 뿐 털끝만큼도 동요하는 기색이 없다, 심지어 전혀 개의치 않는 것 같다.주명취는 믿을 수 없어 계속 도발했다, “너 왜 그 사람이 나랑 이런 얘기를 했는지 알고 싶지 않아?”원경릉은 주명취의 팔목을 홱 낚아 채서 그녀를 안으로 끌고 들어가며, “알고 싶어, 하지만 넷이 앉아 얘기하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원경릉은 우문호와 제왕이 안에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고, 현재 이해하고 있는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제왕 부부가 우문호를 찾은 목적을 그도 알고 있다. 그래서 주명취가 문 앞에 서서 안에 안 들어가는 것이다.원경릉을 보아하니 지난 일을 들먹여 도발한 게 먹혀 든 모양이다. 다시는 궁에 남아 태상황에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었다. “이 손 놔!” 주명취는 원경릉이 이렇게 나올 거라고 상상도 못하고 대경실색해 새끼 손가락에 달린 침으로 원경릉의 손목을 죽 그었다. 원경릉이 놀라 손을 놓게 할 심산이었다.원경릉은 어릴 때부터 집요한 성격으로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반드시 목숨을 걸고서라도 해내고야 말았다. 그대로 안으로 들어가는데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바닥엔 석류꽃처럼 핏자국이 생겼다.“초왕 전하, 제왕 전하!” 원경릉은 될 대로 되라지 하는 마음으로 예의 차릴 틈도 없이 바로 주명취를 끌어다 의자에 앉히고, 자신은 손수건을 상처에 묶으며 “제왕비께서 여러분께 하실 말씀이 있으시답니다.” 하는 말을 잊지 않았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주명취를 거칠게 대하는 것을 보고 얼굴빛이 흐려지며 “이게 무슨 짓이야?”주명취는 방금전까지 낭패한 기색이었지만, 앉고 나서 바로 얼굴색을 바꾸고 담담하게 원경릉을 바라보았다.주명취는 방금 원경릉이 한 말이 결코 좋은 뜻에서 한 것이 아니란 걸 알았지만 여기엔 초왕 혼자 있는 게 아니라 제왕도 같이 있다. 하지만 배운 사람이라면 규방에서의 남녀의 일을 입 밖에 낼 리 없다. 그런데 틀렸다. 원경릉은 손목을 감싸 쥐고 고개를 들어 초왕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방금
서원각에 원경릉과 우문호원경릉이 이 상황을 전부 지켜보며, 어찌나 웃기던지 조금도 화가 나질 않았다.미인이 한 마디가 자기의 천만 마디를 제압해 버리다니.하지만 우문호의 타오르던 분노가 서서히 가라앉으며 결국 눈빛이 차분해지며 제왕에게 “너희 먼저 가거라.”“응, 우리 먼저 갈게. 형도 화내지 마. 몹쓸 소리 들은 셈 치고.” 제왕은 우문호가 궁에서 왕비를 때리는 불상사가 일어날까 두려웠다. 만약 그 일이 아바미마에게 알려지는 날엔 수습하기 어렵다.말을 마친 제왕은 주명취의 손을 끌고 나갔다.주명취는 정말 피를 토할 심정이다. 지금 간다고? 해명이 아직 안 끝났는데?주명취는 어쩔 수 없이 몸을 돌려 우문호를 바라보며 울먹이듯 “왕야께서 제 결백을 밝혀주세요.”우문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너희 먼저 가보거라.”주명취는 확실히 보증 받지 못해 속이 답답하고 열불이 났지만 다시 연기를 할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제왕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주명취는 고개를 돌려 감히 원경릉을 쳐다보지도 못했다.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손에 비녀를 꼭 쥐고 있는 원경릉을 바라봤다. 비녀가 풀어져 두 갈래로 늘어뜨려진 머리에 이마는 땀방울이 맺히고, 눈꼬리에 머리카락이 몇 가닥 붙어 봉황 같은 눈매가 드러난다.“다가 오지마!” 원경릉은 비녀를 꼬나 쥐고 우문호를 노려보며 “사람 무시하지마, 난 너 하나도 안 무서워.”원경릉은 우문호가 다시 손찌검을 하면 상대는 안되더라도 상처라도 입혀야 겠다고 이미 마음을 굳게 먹었다.우문호는 원경릉에게 다가가 원경릉의 반격에 놀랐다. 그게 비녀로 우문호의 팔뚝을 찌른 것이다.비녀가 꽂혔다.그녀는 젖 먹던 힘을 다했다.비녀가 꽂히니 그녀 자신도 놀랐다. 흉기로 사람을 다치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선혈이 우문호의 흰 옷에서 흘러나와 번지더니 잠시후 손바닥만하게 핏자국이 생겼다.놀라서 손발을 꼼짝도 못하는 원경릉을 보며 우문호는 푸바오를 치료할 때는 상처에 손을 넣어 능숙하게 봉합하던 사람이랑 지금 이 사람이 같은 사람
건곤전에서 태상황 곁에 있는 원경릉우문호는 젓가락을 들고 이미 식은 요리를 들며 원경릉에게, “싸우게? 먹고 힘을 내야 싸우지.”원경릉은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알고 머쓱해 하며 주섬주섬 비녀를 다시 머리에 꽂고 앉았다.배가 등가죽에 붙을 수밖에 없는게, 여기 와서 원경릉은 쭉 배를 골았다.언제든 싸울 수 있게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고 한 입에 쓸어 넣듯 후다닥 먹어 치웠다.그런데 우문호는 세월아 네월아 천천히 먹고 있다. 표정은 여전히 침울하지만 전체적으로 차분한데 이런 고요함은 마치 태풍전야 같은 기분이다.원경릉은 마음을 졸이며 밥을 다 먹고, 병풍 뒤로 가서 스스로에게 주사를 놓고 약을 먹었다.천으로 만든 병풍은 그림자가 비쳐 보여서 우문호는 그녀가 안에서 뭘 하는지 사실 다 알 수 있었다. 요 며칠 사태는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 원경릉의 변화가 국면의 변화를 가져온 것을 똑똑히 봤다.우문호는 다시금 소용돌이에 빠졌다.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할바마마가 좋아지신다면 상관없다.원경릉의 변화는 초왕부로 돌아가 천천히 조사하기로 하자, 원경릉은 역모는 일으킬 주제가 못된다.원경릉은 주사를 놓고 약을 입에 넣고 찬물로 약을 넘겼다.우문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침전에 돌아가서 기다려, 아무것도 상관 안하고 안 물을 테니, 너도 변명 늘어놓지 말고, 짐은 이제 출궁한다.”원경릉은 우문호의 태도가 급변한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게 왠지 안 좋은 생각이 들었다.뻔뻔하게 “상처 내가 싸매 줄게.” 하다가 나한테 한 짓을 떠올리고, 속에 없는 말 하지말자고 생각했다.우문호는 고개를 저으며, 돌아서 나갔다.원경릉은 그의 뒷모습을 보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밥 안 먹고 그냥 가는게 훨씬 더 자연스러운데 왜 굳이 먹고 갔을까, 게다가 원경릉이 방금 우문호 마음 속의 그녀 주명취를 그딴 식으로 대했는데 우문호가 이대로 물러선다고?우문호가 뺨을 때리려고 손을 올린 그 순간을 떠올리면 눈 앞에 빙빙 돌고 공포스럽기까지 하다.우문호의 그림자는
태상황은 어떤 사람?침대 옆에는 이미 부드러운 방석이 깔려 있었는데 원경릉이 무릎 꿇고 앉기 편하게 하라고 해 둔 것이다.태상황은 원경릉이 상처로 앉지 못하는 것을 알고 무릎 꿇고 있는 것이 가장 편하니 방석을 준비해 두라고 상선에게 시켰던 것이다.원경릉은 무릎을 꿇고 앉았다. 궁에서 병수발을 든 지 사흘째, 태상황의 성격을 아는데, 정신이 좀 있으면 사람을 훈계하려 들고 다른 사람의 반박이나 변명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아, 또 시작이다.“지금 과인이 은인자중 하라고 한 것이 널 엿 멋이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냐?”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아니요. 그렇게 생각 안 해요.”“아니라고? 분명 엿 먹인다고 생각 했어. 내 말에 승복을 못하겠거든 어디 한 번 얘기해 봐라. 그냥 넘어갈 수야 없지.”원경릉은 진짜 이 정도로 유치하진 않다. 그래서 진지하게 고개를 흔들며 “정말 그렇게 생각 안해요.”태상황은 손등으로 침대 가장자리를 두드리며 언성을 높으며, “두려울 게 뭐가 있어?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젊었을 땐 나도 그랬으니까, 과인이 수없이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서야 깨달은 이치야. 네가 힘이 있을 땐 불공평한 일이 있으면 뭐든 다 말할 수 있지, 하지만 힘이 없을 땐 사람들이 개똥을 먹이면 잠자코 먹어야 하는 거야.”“……예!” 원경릉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딱 영혼 없이 설교를 듣는 모양이다.“또 귀담아 안 듣지?” 태상황이 눈꼬리를 치켜 떴다.‘고개를 든 원경릉의 눈빛은 일말의 반항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솔직 그 자체에, 온순하고 말 잘 듣는 아기 토끼 같은데, 도대체 어떻게 귀담아 안 듣는 걸 알아차렸지?“진짜예요!”라고 말하며 바깥을 내다보니 여러 친왕들이 전부 오고 있다. 어째서 우문호는 안 보이는 거지? 사실 우문호가 오길 조금도 바라지 않지만 말이다.태상황은 원경릉이 건성으로 대답하는 것을 보고, 얼굴을 붉으락푸르락 하며 “어른 말씀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나와, 훗날 과인의 말이 옛 성현의 가르침보다 낫다는
한밤중에 몰래 궁을 빠져나가다석양이 뉘엿거리도록 우문호는 입궁하지 않았다.원경릉은 마음이 조금 불안해졌다. 하루가 이렇게 순탄하게 지나간 건 이 세계로 와서 처음이다. 저녁때 푸바오의 상처를 소독하고 나자 상선은 원경릉에게 서난각에 가서 쉬라고 했다.원경릉이 건곤전을 나가려는 순간, 명원제의 가마가 건곤전 앞에 당도했다. 원경릉은 얼른 여기를 벗어날지 아니면 황제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갈지 망설이는 사이, 호위 군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몇 마디 아뢰니 명원제는 갑자기 대경실색해 다시 돌아갔다.건곤전에 다왔는데 다시 돌아간다고? 무슨 큰 일이 생겼나?원경릉은 정신을 딴 데 판 상태로 서난각으로 돌아가니, 희상궁이 와서 약을 갈아주고, 뜨거운 물로 몸을 닦고 세수를 시켜주니 좀 편안해 졌다.원경릉은 소염제를 먹고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한밤중에 희상궁이 와서 원경릉을 깨운다.원경릉은 눈을 비비며 등을 들고 곁에 선 희상궁을 보니 얼굴빛이 근심에 차 있다. 원경릉은 튀어 오르듯 일어나 쉰 목소리로 “할바마마께서…….?”“아니요, 아닙니다!” 희상궁은 바로 원경릉의 말을 끊고 “왕비 마마 어서 일어나세요. 옷 갈아입으시고 궁을 빠져 나갈 겁니다. 지금 구사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궁을 빠져 나간다고?” 원경릉은 뭐가 뭔 지 알 수가 없었다. 오밤중에 왜 궁을 빠져나간다는 거야?“묻지 마시고, 어서 가세요.” 희상궁은 이불을 젖히고 고개를 돌려 나지막이 분부를 내렸다. “왕비 마마께서 옷 갈아 입으시게 시중들어라.”원경릉은 이제서야 침전에 희상궁만 있는게 아니라 2명의 궁녀가 더 있는 것을 알았다.차가운 물수건을 왕비의 얼굴에 얹으며 희상궁이 말했다. “왕비 마마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 합니다.” 차가운 기운에 원경릉은 홀딱 잠이 깼지만 되묻지 않았다. 희상궁은 태상황의 사람이다. 그녀가 궁을 빠져나간다면 그건 태상황의 명령임에 틀림없다.태상황이 그녀에게 화가 났나?그래서 한밤중에 내 쫓나?밖으로 나가니 은색의 갑옷을 입고 허리춤에
사경을 헤매는 우문호초왕부 대문 밖에 큰 등롱이 두 개 걸려 있고,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가운데 불빛만 형형하다.원경릉은 안절부절 못하다가 발을 헛디뎌 넘어질 뻔했다. 구사가 황급히 부축하며, “왕비 마마 조심 하십시오.”“고마워요!” 원경릉은 구사의 차가운 눈빛을 올려다 봤다.“걸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구사가 그녀를 놓아주며 물었다.원경릉은 발을 삐어서 아팠지만 구사가 부축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한쪽 다리를 절름거리며 걸어 들어갔다.안으로 들어가며 앞만 보고 걷는 탕양이 비로소 입을 열었다. “그저께 밤 왕야께서 궁을 나오시다가 습격을 당하셔서 상태가 매우 위중하십니다.”“얼마나 심각한데요?” 어쩐지 어제 입궁하지 않았다 싶었는데 습격을 당해서 였구나.“한 때 숨이 멎었으나 제왕 전하가 자금단을 가져오셔서 숨이 돌아오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의식이 없으시고 어젯밤 유시(오후 5시~7시)부터 줄곧 열이 높고 호흡이 약해지신 데다 피를 두번 토하셨습니다.” 탕양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왜 이제서야 날 찾아온 거예요?” 원경릉이 서두르며 물었다.탕양은 뛰듯이 걸으며, “왕야께서 궁에 알리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어젯밤은 상황이 너무 다급한 나머지 입궁하여 황제 폐하께 알렸는데, 태상황께서 이 일을 아시게 될 줄 몰랐습니다. 사람을 시켜 정황을 파악하시고 상선이 저희에게 왕비 마마를 급히 모셔가라고 분부하셨습니다.”탕양도 태상황이 왕비 마마를 돌려보낸 의중을 알지 못했고, 상선이 말하길, 왕비 마마는 왕야를 구하실 수 있는 유일한 분이라고 했다.원경릉은 태상황이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알았는지, 황제 폐하가 건곤전에 왔다가 다시 간 것이 초왕부의 전갈을 받았기 때문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구사는 뒤를 따라 걷다가 탕양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원경릉에게, “왕비 마마께서는 태상황 폐하의 의중을 아십니까?”“모르지, 어서 가보자.” 원경릉은 발이 심하게 아픈데다 마음이 너무도 황밍했다. 이건 분명 몸의 원래 주인의 정서가 남은 탓일
사경을 헤매는 우문호와 치료하는 원경릉원경릉은 우문호의 볼을 가볍게 때리며, “우문호, 우문호.”하고 불렀다.“때리지 마세요, 이미 정신을 잃었어요.” 제왕이 화를 내며 말했다.원경릉은 다시 얼굴을 때리며, “우문호, 일어나요, 눈 좀 떠보세요.”원경릉은 우문호의 손을 잡고 가볍게 뒤틀었다가 세게 잡아당기며 “눈 좀 떠보세요.”“당신이란 여자를 할바마마는 뭐 하러 보내신 건지 모르겠군.” 제왕은 손을 뻗어 원경릉을 떼어 놓으려 할 때, 우문호가 천천히 눈을 뜨는 것을 봤다.원경릉은 제왕을 밀쳐내고 약간 화를 내며: “옆으로 비켜요, 방해하지 말고.”제왕은 놀라서 그녀를 쳐다봤다. 이 여자는 뭐 이리 무자비한 건데?원경릉의 두 손으로 우문호의 머리를 감싸고, 입으론 “우문호씨, 저 좀 보세요. 제가 누군지 아시겠어요?”우문호는 눈 앞이 흐릿하지만 목소리는 들린다. 거의 들릴 듯 말 듯한 소리로, “추녀”원경릉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기가 누군지 알겠어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나요?”“짐은 습격을……”의식은 깨어났다.“좋아요, 이제 검사할 거예요. 아프면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두부 출혈과 내출혈 상황을 확인해야 되거든요.” 원경릉은 두 손으로 머리를 가볍게 압박하며 점점 아래로 손을 이동해, 심장, 폐……우문호의 가슴에서 쌕쌕 소리가 나며 전신을 경련하더니, 얼굴색이 붉게 충혈되고 호흡곤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원경릉은 내상으로 기흉이 일어났음을 신속하게 판단했다.“형……”“왕야……”사람들은 우문호의 상태가 급속히 악화되자 놀라 앞으로 달려 나오며 소리쳤다.원경릉은 재빨리 병풍 뒤로 가 약상자에서 주사를 꺼내 온다.“탕양, 왕야를 눌러주세요, 왕야는 지금 기흉을 일으켜서 생명이 위독한 상태예요. 공기를 빼내야 합니다.” 원경릉이 말했다.“뭐라구요?” 탕양은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놀라서 원경릉 손에 주사만 바라본다.원경릉은 찬찬히 설명하며, 탕양의 손을 끌어다 우문호의 양 팔을 누르게 시키며, “최대한 왕야
우문호의 수혈과 봉합수술“여러분 피를 초왕 전하에게 드린다는 뜻입니다.”호위 대장 서일은 소매를 걷고 손톱을 그어 피가 떨어지니 우문호의 입에 떨어뜨리며 “제 피를 전부 드려도 괜찮습니다.”원경릉은 서일을 보고 “충심이 가상하군요, 하지만 이렇게는 초왕 전하에게 도움이 안됩니다. 피가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 위에 도달할 뿐 혈관에 들어가지 않아요, 당연히 심장으로 흐를 수도 없죠, 어서 지혈하세요, 피 낭비하지 말고.”서일은 놀라서, 입안 가득 피를 머금은 우문호를 보며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게 아니라고요?”원경릉은 테스트 시트에 서일의 피를 묻히고, 다른 사람도 원경릉이 말한대로 혈액을 한 방울씩 테스트 시트에 떨어뜨렸다.원경릉은 이번엔 우문호의 손가락에서 피를 채취해 검사했다.잠시 후 원경릉은 테스트 시트를 보더니 “구사, 탕양, 이렇게 두 사람의 피는 쓸 수 있겠어요.”이 두사람은 모두 O형이고, 우문호는 A형이다.구사와 탕양은 뻘쭘하게 서서 원경릉의 지시를 기다렸다.“앉으세요!” 원경릉은 수혈도구를 가져왔다. 긴급 수혈은 상황을 따질 수가 없다. 그저 저들이 모두 심각한 통증이나 질환이 없고, 술도 마시지 않았고, 담배도 피우지 않았으며, 약도 먹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다.구사와 탕양은 자신의 피가 그 얇디 얇은 관을 타고 나오는 것을 보고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으나 고개를 들어 원경릉을 보니 그녀의 안색이 한층 더 심각해 감히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혈액 두 팩을 빼더니 원경릉은 침대에 혈액을 걸고 우문호에게 수혈했다.청진기로 내장 파열이나 내출혈 상태를 점검하는데,혈흉이 잡힌다. 방금 혈흉 상태에서 기침을 하니 기흉이 생긴 게 틀림없다.원경릉은 다시 천자로 피를 빼내자 우문호는 거의 정신이 돌아와서 눈으로 계속 원경릉의 일거수일투족을 뚫어지게 보는데, 원경릉은 고개를 숙이고 흉강에서 피를 뽑아 내도 우문호는 아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고, 그저 원경릉의 이마에 피가 튀는 것만 보였다.그리고 우문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원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