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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8화

도범과 오지천은 주성훈이 틈으로 나아가 왼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 주성훈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주변은 고요했다. 그제야 오지천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오지천의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 주변에 널린 백골들이 오지천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한편, 도범은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주성훈이 사라진 방향을 응시했다. 이윽고 오지천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호선해에게 말했다.

“선해 선배님, 주성훈이 나갔는데 아무 문제도 없네요. 이제 우리도 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밖에서 무엇을 만날지는...”

오지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는 절망이 묻어났다.

“왜 이렇죠!”

모두가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주성훈이 그들 바로 뒤에서 나타났다. 바로 큰 틈새의 정반대편에서 나타난 것이다.

계곡에는 네 개의 출구가 있었는데, 그들이 처음 본 가장 큰 틈새는 정면에 있었다. 그런데 주성훈은 지금 정반대 편 틈새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본 오지천은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네가 왜 여기 있어? 어떻게 우리 뒤로 나온 거야?”

주성훈이 절망적으로 말했다.

“앞의 저 틈새는 직선이 아니야, 왼쪽으로 돌아야 하거든. 그래서 난 왼쪽으로 돌았거든? 그런데 걷다 보니 틈새가 다시 오른쪽으로 향하더라. 그래서 오른쪽으로 한 번 더 돌았지, 그랬더니 다시 여기로 돌아왔어.”

이 말을 들은 오지천의 얼굴은 마치 시멘트를 바른 듯이 회색 빛이 감돌았다. 이윽고 오지천은 믿기지 않는 듯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오지천 역시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정반대 틈새에서 나타났다.

즉, 앞의 틈새는 뒤의 틈새와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은 한 바퀴 돌기만 했을 뿐,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이런 사실에 두 사람은 매우 격분했고, 또 너무 절망적이기도 했다.

비록 곳곳에 흩어진 백골들이 널브러져 있고 함정진을 피해 조심히 나아가긴 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이곳을 벗어날 수 없었다. 한번의 시도로도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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