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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화

피부가 하얀 것은 진작에 알았지만, 이토록 부드러운 줄은 또 몰랐다. 깃털이 짓궂게 간지럽히는 듯한 이상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았다. 강세헌은 이런 느낌이 너무나도 황홀했다.

송연아는 눈을 크게 뜬 채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아, 안돼. 지금은 안돼!’

송연아는 지금의 몸 상태로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세헌은 이미 이성을 잃은 듯 반항을 하면 할수록 더 강하게 압박할 뿐이었다.

송연아는 어쩔 수 없이 큰마음 먹고 강세헌의 입술을 꽉 깨물었다. 예상치 못한 통증에 손목을 포박하고 있던 힘이 약해졌고, 그녀는 이참에 힘껏 강세헌을 밀어냈다. 그리고 분노 섞인 시선으로 물었다.

“강세헌 씨, 이게 무슨 뜻이에요? 제가 그렇게 만만해요? 함부로 대할 수 있는 가벼운 여자인 것 같냐고요?”

강세헌은 몽롱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니에요?”

송연아는 손을 흠칫 떨었다. 자칫 그의 뺨을 향해 사정없이 후려갈길 뻔했다. 화가 나기는 하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녀에게는 화를 낼 만한 자격이 없었으니 말이다.

“아니에요! 저가 남자를 만난 적 있는 건 사실이지만 딱 한 명뿐이었어요. 저는 가벼운 여자가 아니에요.”

송연아는 이성을 되찾고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지금 따져 물어봤자 어이없는 대답만 돌아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당신은 제 아내예요. 당신을 어떻게 대할지는 제 권한이에요.’라던가... 반대로 차분하게 대하면 이 불편한 대화를 더 빨리 끝낼 수 있었다.

“그 남자 다시는 만나지 마요.”

강세헌도 똑같이 차분한 말투로 말했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송연아가 얌전히 아내 노릇을 하는 것이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그녀가 다른 남자와 만나는 것은 싫었다. 그녀는 오직 그의 것이어야만 했으니까.

송연아는 ‘그 남자’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날 밤을 제외하고는 만난 적도 없었다. 두 사람 사이의 연결고리라고는 태어나지도 못한 아이뿐이다. 그래서 그녀는 미련 없이 대답했다.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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