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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0화

“전화 좀 받고 올게.”

온이샘이 휴대폰을 꺼내며 말했다.

차우미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녀는 낡은 건물이 줄지은 거리를 조금 앞장서서 걸었다. 오랜 시간 비바람을 견딘 건물은 색이 바래고 세월의 흔적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었다.

길가 양쪽에 벚나무가 줄지어 있었는데 나무에도 세월의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가지가 풍성하게 뻗어나간 나무는 해마다 벚꽃철이 되면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냈다.

번화가와는 거리가 먼 이곳은 길가 노점에서 각종 생필품과 지역 특산물을 팔고 있었다. 점주 대부분이 연세가 지긋한 노인이었으며 보고만 있어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풍경이었다.

돌아온 뒤로 이렇게 느긋하게 거리를 걸어본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곳은 3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고 여전히 그녀가 기억하는 모습 그대로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곳이 주는 느낌은 그녀에게 조금 새로웠다. 아마 세월이 흘러 그녀가 성장했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차우미는 구석구석을 자세히 둘러보며 이곳의 모든 것을 차분하게 느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의 눈 안에 들어온 그림자가 그녀의 상념을 멈추게 했다.

운동복 차림에 가방을 멘 십대 소년이 입에 담배를 물고 서 있었다.

소년은 자기보다 키가 작은 남자 아이의 멱살을 잡더니 그 소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험악한 인상을 하고 있는 소년은 차우미도 아는 얼굴이었다.

그녀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소년은 외삼촌네 아들 준혁이었다.

3년 만에 처음 보는 아이는 키가 훤칠하게 컸고 이목구비도 더 입체적으로 자랐다.

그녀가 결혼식을 올리던 해에 소년은 고등학교 입시를 앞두고 있어서 식에 참석하지는 못했다.

나중에 엄마한테 들은 바로는 아이는 시험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원하던 고등학교에 가지 못했다고 들었다.

3년이 지났으니 이제 수능을 앞두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항심이 가득한 아이의 얼굴을 보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렸을 때부터 준혁이는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아이였다. 비록 외삼촌 내외의 친아들은 아니지만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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