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늘씬하고 큰 손으로 새우를 까고 있었다.그는 우아하고 품위 있으며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이렇게 간단한 움직임에서도 카리스마와 고고한 분위기가 느껴졌다.손윤서는 황홀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녀는 오랫동안 그를 짝사랑했는데 왜 최성운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봐주지 않는 걸까?손윤서는 재빨리 새우 하나를 까서 최성운의 그릇에 놓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성운아, 내가 깐 새우 맛 좀 봐.”최성운은 그릇을 다른 곳으로 옮기며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괜찮아. 난 다른 사람이 까준 건 안 먹어.”그 순간, 새우
최성운의 그윽한 눈빛을 마주하게 된 서정원은 달게 웃었다.“별거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정원아, 얼른 앉아서 밥 먹거라.”최승철은 두리가 돌아오자 기분이 좋아져 분부했다.“진구야, 어서 정원이가 쓸 그릇과 젓가락을 가져오라고 해.”“네, 어르신.”여진구는 곧바로 분부하러 갔다.최승철은 옆으로 자리를 옮겨 서정원에게 최성운의 옆에 앉으라고 눈치를 줬다.“할아버지, 별거 아니에요.”서정원은 최성운의 옆 빈자리에 앉으면서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정원아, 이번에는 정말 네 덕분에 두리를 찾았구나.”최승
“실례지만 이 옷 좀 입어 볼 수 있을까요?”서정원은 옆에 있던 직원에게 말했다.직원은 서정원을 위아래로 훑어봤다. 서정원이 입고 있는 옷은 구김살이 심했고 검은색 얼룩도 묻어 있었다. 직원의 얼굴에 경멸이 스쳤다.RD의 고객은 해성시에서 명망 있는 귀부인이나 명문가 아가씨들이었다. 반면에 서정원은 해성시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평소에도 조용히 지냈다.서정원의 얼굴이 낯선 탓에 직원은 그녀가 어디에서 왔을지 모르는 가난한 사람일 거라고 확신했다.직원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드레스는 레오 님이 디자인
직원이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모습의 여자가 순백색의 엘사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오프숄더 디자인은 그녀의 매혹적인 쇄골을 드러냈고 머메이드 스커트는 그녀의 늘씬한 몸매를 완벽히 감싸 그녀의 우월한 각선미를 남김없이 드러냈다.고귀하고 우아하며 대범하면서도 여성스러운 것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저 사람은 서정원이 아닌가?서정원이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손윤서의 눈동자에 질투가 스쳤다. 그녀는 서정원을 가리키며 직원에게 말했다.“저 드레스는 내가 살 거예요! 당장 포장해
‘내가 이 옷을 입는다면 저 촌뜨기보다 천 배 만 배는 더 아름다울 거야! 최성운도 이 드레스를 입은 내 모습을 본다면 분명 날 좋아하게 될 거야!’“나한테 안 어울린다고요?”서정원은 입꼬리를 당기며 비웃었다.“모조품이랑 정품도 구분 못 하는 사람보다는 낫지 않겠어요?”“당신!”서정원이 대놓고 조롱하자 손윤서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녀는 화가 나 죽을 것 같았다.촌뜨기인 서정원이 무슨 자격으로 그녀를 조롱한단 말인가?손윤서는 남들 위에 군림하는 손씨 가문의 딸인데 말이다!서정원이 최성운의 약혼녀라고 해도 이진숙은
‘서정원 씨라고? 심지어 사과까지?!’손윤서는 눈앞에 펼쳐진 장면을 믿을 수가 없었다.‘오 매니저가 직접 서정원에게 사과를 한다고?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백유란이 먼저 이를 뿌득뿌득 갈면서 물었다.“오 매니저님,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요? 왜 우리 윤서가 아닌 서정원 씨에게 사과를 하는 거죠?! 이 드레스는 우리 윤서가 먼저 찜했다고요. 우리 윤서는 손혁수 어르신께서 가장 아끼시는 손녀라고요.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면 안 될 텐데요? 손씨 가문의 심기를 건드리면 어떤 후환이 있을 줄 알고 그러는 거죠? 나중에 무슨
서정원은 부드러운 미소를 짓더니 이내 매장을 떠났다.그녀는 손윤서가 계속 오해하도록 놔둘 생각이었고 최성운을 찾아가 알아서 따지길 바랐다.서정원의 완승에 손윤서는 분노에 이를 갈았다!어둠이 드리워지고 어느덧 저녁 7시, 서정원은 약속 시간에 딱 맞춰 도착했다.파리 바는 해성시에서 아주 고급스러운 바였고 이곳에서 술을 마시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재력이 엄청난 사람들이었다.“정원이 누나, 여기야!”임재민은 이미 자신의 연예계 친구들과 함께 룸을 잡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서정원은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로 다가갔다.“재민아,
서정원의 노래가 끝나고 바엔 박수와 함성만 가득했고 무대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분위기를 띄우기 시작했다.“한 곡 더! 한 곡 더!”서정원은 미소를 짓더니 이내 무대 위에서 내려와 다시 룸으로 돌아갔다.“정원이 누나, 엄청 듣기 좋았어! 누나의 노래를 듣는데 아주 황홀한 느낌이었어! 바에 싱어보다 더 잘 부른 것 같아!”임재민은 연신 서정원에게 칭찬을 해댔다.서정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씩 올렸다.“그렇게 말해주지 않아도 돼. 난 화장실 좀 다녀올게.”아까 급하게 마신 와인 탓인지 서정원은 속이 좋지 않았다.정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