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은 저도 모르게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누군가 이미 창문을 열고 머리를 내민 것을 보고, 그녀는 안색이 돌변했다.분노와 억울함을 참으며 주민은 입을 열었다.“할 말 있으면 들어가서 말해요!”인나는 움직이지 않았다.“왜요? 당신이 한 짓이 남에게 알려질까 봐 두려운 거예요?”주민은 몸이 경직해지더니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들어가서 말하라고요!!”“당신이 들어가라고 하면 내가 들어가야 하는 거예요?” 인나가 말했다. “내가 당신들의 이 더러운 소굴에 들어가고 싶은 줄 아냐고요?!”주민은 두 손을 꼭 쥐고 있었다.“도대체 무슨 일로 찾아온 거죠?!”인나가 주민에게 다가가자, 경호원은 바로 인나를 가로막았다.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경호원을 힐끗 쳐다보더니 주민에게 말했다.“얘기하고 싶으면 이 사람들 물러나라고 해요.”주민은 내색하지 않고 숨을 들이마시며 호흡을 조절했다.“너희들 먼저 물러나.”경호원이 길을 비켜섰다.인나는 주민 앞으로 걸어갔고, 주민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인나는 차갑게 웃었다.“내가 이렇게 무서운 이상, 애초에 왜 날 그렇게 대한 거죠?”주민은 자신이 변명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고 인나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내가 오늘 여기에 온 것은 딱 한 가지 일을 알려주고 싶어서예요.” 인나가 말했다.“현욱을 협박하는 일, 그만했으면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난 내일 바로 기자회견을 열어서 주씨 가문의 큰 아가씨인 당신이 얼마나 비열하고 파렴치한 수단으로 날 모함하고, 날 에이즈에 걸리게 했는지를 전부 밝힐 거예요!”주민의 안색은 유난히 흉해졌다.“이렇게 하면 당신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는 거죠?! 전 김제의 사람들에게 당신 우인나가 에이즈 환자란 것을 알리고 싶은 거예요?!”“그럼 어때서요?” 인나는 피식 웃었다. “당신을 괴롭힐 수만 있다면, 난 무엇을 하든 상관없어요!”주민은 애써 진정을 하려 했다.“내가 했다는 증거 없잖아요. 그러니 그런 기사를 발표해도 아무도 당신을
‘이제 이 물건을 쓸데가 된 것 같군.’이제부터 주민은 이 약제를 어떻게 이용해야만 인나가 하영처럼 병고에 시달리게 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야 했다!주민이 약을 다시 내려놓자, 복도에서 익숙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이어 밖에서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문이 열리자, 진석은 객실 문 앞에 나타났다.주민이 있는 것을 보고 진석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여기서 뭐 하는 거죠?”주민은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평소에 진석이 이 방에서 지냈기 때문에, 그의 질문에 주민은 마음이 찔렸다.그녀는 옷장을 힐끗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당신을 도와 옷장을 좀 정리하고 싶어서요.”진석은 열린 옷장 문을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아주머니 시키면 돼요.”주민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그럼 내일 아주머니 한 분 구할게요. 참, 진석 씨, 물어보고 싶은 말이 있는데.”진석은 넥타이를 풀었다,“말해요.”“저녁에 우인나와 강하영이 찾아왔었어요.”진석은 동작을 멈추었다.“우인나 씨가 돌아왔다고요?”“네.”주민이 말했다.“배씨 가문에 손을 대지 말라고 협박을 하더라고요.”“그래서, 승낙했어요?” 진석은 차갑게 물었다.주민은 눈을 드리웠다.“미안해요, 진석 씨. 나도 어쩔 수 없었어요. 내가 명령을 철수하지 않으면 내가 자신에게 한 짓을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협박했거든요. 이것은 내 명성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난 동의를 할 수밖에 없었어요.”진석은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그래요, 알았어요.”“나는 따로 방법을 생각해서 우인나를 상대할 거예요. 나도 결국 배씨 가문을 참을 만큼 참았거든요.”“당신 마음대로 해요.” 진석이 말했다. “이제 나가봐요.”주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그럼 난 내일 아주머니 하나 찾을게요.”주민이 방을 나가며 문을 닫는 순간, 진석의 눈 밑에 차가운 기운이 떠올랐다.‘난 주민을 너무 얕잡아봤군.’‘하지만 괜찮아, 난 천천히 기다릴 수 있으니까.’다른 한편, 하영은 인나를 데리고 레스
이 문자를 보자, 하영은 즉시 몸을 일으켰다.‘어떻게 희원이 줄곧 부진석을 미행했단 걸 잊은 거지?’그리고 소희원의 문자는 확실히 그들로 하여금 기선제압을 하게 할 수 있었다!하영은 얼른 답장을 보냈다.[희원아, 나 대신 아주머니 하나를 배치해줄 순 없니?]인나는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는 하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뭘 본 거야?”하영은 소희원이 한 말을 인나에게 말했다.인나는 의아해했다.“지금 아직도 부진석을 미행하고 있다니? 두렵지도 않은 거야?!”“우리는 희원을 믿어야 해. 희원은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하거든.”소희원이 답장했다.[또 과분한 요구를 하려는 거예요??][지금도 오직 너만이 날 도울 수 있어서 그래. 제발, 희원아.][전에 아크로빌의 아주머니를 매수했잖아요? 그 사람은 분명히 언니를 도와줄 사람을 소개해 줄 수 있을 거예요.][나 지금 부진석을 미행하느라 바쁘니까 더 이상 이런 일 좀 시키지 마요!]오 씨 아주머니를 언급하자, 하영은 시도해 볼만 하다고 생각했다.[응, 알았어. 고마워.]답장을 한 다음, 하영은 오 씨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아가씨.”“지금 말하기 편해요? 앨리는 집에 없어요?”“없습니다, 아가씨. 앨리는 아가씨를 따라 나가지 않았나요?”아주머니가 되물었다.하영은 눈썹을 찡그렸다. ‘어제도 앨리를 보지 못한 것 같은데. 그 여자 요즘 또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하영은은 앨리를 뒤로 하고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나 좀 도와줘요. 부진석 쪽에서 지금 도우미를 찾고 있는 것 같은데, 아주머니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을 하나 추천해 줄 수 없어요?”“아가씨는 거기에 자신의 사람을 넣고 싶으신 거예요?”“음.”하영은 솔직하게 말했다.“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요. 돈은 문제가 아니고요.”“그래요, 알았어요. 저와 관계가 괜찮은 사람이 하나 있긴 한데, 제가 가서 설득해 볼게요.”“능력은 어때요? 꼭 뽑혔으면 좋겠는데.”“저
하영은 담담하게 웃었다.“보아하니 이런 일을 자주 하는 것 같군요.”“돈을 빨리 벌 수 있으니까요.”하보연이 설명했다.“그래요, 당신이 면접에 성공하기만 하면 월초와 월말에 돈을 입금해 줄게요.”“네, 그럼 제 소식을 기다리시죠.”전화를 끊자, 인나가 말했다.“이미 승낙한 거야?”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월급은 천만 원이야.”“엄마야.” 인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뭐가 이렇게 비싸?!”하영은 컵을 들고 물을 마셨다.“월급은 한 사람의 능력을 결정하는 법. 그 사람이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경험이 있단 것을 설명하지.”“하긴...”인나가 말했다.“나 다 먹었으니까 이제 가자. 내일 네 회사로 갈게.”하영도 함께 일어섰다. “좋아.”인나를 바래다준 후, 하영은 스스로 별장에 돌아왔다.그리고 문 앞에 도착하자마자 그녀는 방금 돌아온 앨리를 보았다.앨리의 얼굴에 상처가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의혹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하지만 하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들어갔다.앨리는 하영이 들어가는 것을 보고 따라서 별장에 들어갔다.방으로 돌아온 앨리는 휴대전화를 꺼내 진석에게 전화를 걸었다.진석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앨리는 입을 열었다.“선생님, 정창만을 이미 해결했습니다.”“응, 효율이 아주 빠르군.”“선생님께서 제 목숨을 구하셨으니, 저도 당연히 선생님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경찰 쪽은 널 발견하지 않았어?”앨리는 화장대 앞으로 걸어가며 총알에 스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발견했지만 제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가능한 한 빨리 경찰 쪽의 CCTV 기록을 없애버려.”앨리는 어깨와 귀로 전화를 받으며 침대 머리맡의 컴퓨터를 들었다.“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앨리는 재빨리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경찰 쪽에서 자신의 모습이 기록된 CCTV가 나오자, 앨리는 바로 지워버렸다.모든 것을 다 마친 후, 앨리는 손을 들어 얼굴의
“정 사장님, 검사결과가 나왔습니다! 강하영 씨는 각종 산부인과 검사 결과 모두 깨끗합니다. 완벽한 처녀입니다.”병원 검사실 입구에서 경호원이 전화기 저편에 있는 남자에게 공손하게 말했다.강하영은 고개를 숙이고 사람들이 오가는 복도에서 행인들의 이상한 시선을 최대한 견뎌야 했다.어머니는 아픈 상태이고, 아버지는 거액의 노름빚을 졌다.이 두 큰 짐은 그녀가 어쩔 수 없이 자기 몸을 밑천으로 삼아 정유준의 침대에 올랐다.잠시 후, 경호원의 전화에서 남자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난원으로 보내.]……난원.어두컴컴한 불빛 아래 하영은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친 상태로 긴장한 채 이불 속에 움츠러들었다.침대 옆에 서 있는 남자는 잘생기다 못해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그의 그림 같은 눈썹 아래에는 깊고 차가운 봉황의 눈동자가 있다.정유준, 김제를 휩쓸고 있는 막강한 제왕.하영은 그의 존재를 알고 있다.남자가 이불을 들추자 강하영의 깨끗하고 매끈한 몸이 그의 칠흑 같은 눈동자에 들어왔다.곧 뜨거운 키스가 그녀의 몸에 떨어졌다.몸의 마지막 장애물이 뚫렸을 때 강하영은 아픈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작은 신음소리를 냈다.정유준은 갑자기 그녀의 입술을 깨물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눈물 흘리지 마. 네가 선택한 일이야. 그리고 기억해. 아무나 내 침대에 오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거…….”어느덧 잠에서 눈을 뜬 하영은 귓가에 남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 같았다.천천히 고개를 돌려보니, 정유준은 옆에서 고요히 자고 있었다. 하영의 기억이 잠시 흐릿해졌다.어느덧 정유준과 알게 된 지 이미 3년이 흘렀다.3년 동안 그녀는 그의 개인 비서였고, 더욱이 그의 오피스 와이프였다.뜻밖에도 어젯밤에 그들이 처음 만난 날의 꿈을 꾸었다.하영은 지긋지긋 아파오는 머리를 문지르며 일어나려고 했다. 이 때 침대 머리맡의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벨 소리에 눈을 뜬 유준은 재빨리 일어나 핸드폰을 받았다.“얘기해.” 그는 핸드폰을 귓가에 바짝
호텔 방문이 열렸다.매튜는 금빛 단발머리에 헐렁한 가운을 입고 문 앞에 서 있었다.그런대로 잘생긴 얼굴에 푸른 눈은 마치 독사가 사냥감을 노리는 것처럼 하영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하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5천만 원의 성과금을 위해 그녀는 지금 억지웃음을 짓고 있다.“사장님, 실례합니다.”매튜는 어깨를 으쓱 올렸다가 내리며, 웃는 모습으로 몸을 옆으로 비켜 세웠다. 그러고는 어색한 한국어로 말했다.“강 비서님, 드디어 오셨네요. 오랫동안 기다렸습니다.”두근거리는 가슴은 터질 것 같았지만 하영은 겉으로는 침착한 척했다.그리고 당당한 발걸음으로 스위트 룸에 들어가 미리 준비한 계약서를 꺼내 탁자 위에 놓았다.곁눈질로 객실에 놓여 있는 모든 물건을 꼼꼼히 훑어보았다.매튜가 맞은편의 소파에 앉은 후, 하영은 비로소 그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똑같이 앉았다.곧이어 매튜가 와인 한 잔을 건네왔다.잔을 받아 든 하영은 매튜의 와인잔에 낮게 부딪혔다.“환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매튜의 눈에는 화색이 돌았다.“강 비서님 뭐 좀 아시네. 쭈뼛쭈뼛하지 않고…… 좋아, 내 스타일이야!”하영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순조롭게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고개를 들어 손에 든 와인을 쭉 들이켰다.이를 본 매튜의 미간에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그런데, 이렇게 술 한 잔 마시고, 내 계약을 따내려는 건 아니지? 그럼 너무한데…….”하영은 매튜가 순순히 계약을 해줄 거라는 생각은 진작에 집어치웠다.와인잔을 내려놓고 못 들은 척 사무적인 이야기를 꺼냈다.“사장님께서 우리 MK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아시아에서의 MK의 실력도 잘 알고 계실거라 생각합니다. 매튜 사장님에 대한 존경심을 표하고자, 제가 저희 사장님을 대표하여 이렇게 계약을 체결하러 왔습니다. 사장님, 어떻습니까? 생각해 보셨습니까?”매튜의 얼굴에 웃음이 걷혔다. 하영을 쳐다보는 눈빛이 날카로워졌다.하영은 비록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냉정을
강한 현기증을 참으며, 하영은 문 쪽으로 도망쳤다. 방문을 나서기 전, 테이블 위의 계약서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문을 열고 뛰쳐나가는 순간, 높고 큰 인간 벽에 부딪혔다.그녀는 무의식중에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시선에 들어온 건 더없이 익숙한 얼굴이었다.하영은 순식간에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계약서를 유준의 가슴으로 밀어 넣었다.비록 유준의 옷을 꽉 잡았지만, 가녀린 몸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미끄러져 바닥에 축 처졌다…….그러고는 힘없고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사장님, 계약서에 서명했어요. 5천만 보너스 준다고 약속한 거 잊지 마요…….”하영이 쓰러지는 것을 본 유준은 즉시 손을 뻗어 그녀를 안았다.이때 매트도 방에서 쫓아 나왔다.하영을 안고 있는 유준을 본 매트가 분노를 참으며, 차분한 목소리로 한 마디 내뱉았다.“미스터 정! 그 여자 내놔!”매트의 말을 들은 유준의 눈빛은 순식간에 분노로 휩싸였다.이어 뒤따라온 허시원이 매튜를 가로막으며 경고했다.“매튜 사장님, 지금 감히 우리 사장님의 사람을 건드리겠다는 겁니까?”매튜는 피 흘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한 글자씩 내뱉었다.“그럴 리가! 저 여자 혼자 왔다고!”허시원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럼 우리 사장님이 여기에 나타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요?”매튜는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검은색 마이바흐 뒷좌석.유준의 다리에 누워 있던 하영은 갑자기 자신의 옷을 잡아당기기 시작했다.그녀는 여린 입술을 벌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잠꼬대를 했다.약 때문에 빨갛게 달아오른 뺨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아있었다.그윽한 차 안의 불빛 아래 유준의 칠흑 같은 눈동자엔 아무런 감정도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예리한 턱선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그는 하영의 작은 손을 잡고 눈을 치켜뜨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프로젝트팀에 연락해. 매튜와 합작한 프로젝트, 지금 당장 자금 투입 중단하라고……. 그놈이 찾아와
아침을 먹고 두 사람은 함께 차를 타고 회사로 갔다.30분 후, 검은색 마이바흐가 회사 앞에 세워졌다.운전기사가 공손하게 차에서 내려 유준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차 안의 남자는 긴 다리를 내디디고 차안에서 내렸다.몸에 맞게 맞춤 제작한 블랙 코트는 그의 존재가치를 극도로 부각시켰다.눈부신 태양아래, 그의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왕자와 같았다. 그의 카리스마는 모든 사람을 주눅 들게 했다.정유준은 희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고는 손에 든 자료를 옆좌석의 하영에게 건네주었다.한순간, 그윽한 눈동자가 살짝 멈추었다.유준은 하영의 꽃잎 같은 핑크색 입술을 오랫동안 쳐다보다가 갑자기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 모서리를 가볍게 문질렀다.“립스틱 제대로 발라.”말이 끝나자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가장자리에 묻은 립스틱을 지워주었다.따뜻하고 가벼운 촉감에 하영의 눈동자는 세차게 흔들렸다.유준의 눈동자 속에 당황해 어쩔 줄 모르는 자신의 모습이 비춰져 있는 것을 보고, 하영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그러고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감사합니다.”심장은 터질 듯 빨리 뛰어도, 하영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게 평온했다.하지만, 정신은 혼미해지는 듯했다…….정유준은 손을 거두고 얇은 입술을 위로 올리며, 몸을 돌려 회사로 향했다.하영은 마음속의 가벼운 설렘을 뒤로하고 아이패드를 열어 신속하게 따라붙었다. 그리고 정유준에게 오늘의 스케줄을 보고했다.“9시에 고위층 회의가 있고…….”“정 사장님!!”하영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낯선 여자의 그림자가 갑자기 다가왔다.여자는 직접적으로 정유준을 향해 달려왔다. 하얀 두 손으로 그의 옷자락을 잡고 애걸복걸했다.“사장님, 제발…… 인사팀에 남게 해주세요.저는 정말 이 직장이 필요합니다. 제발 좀 도와주세요!”정유준의 준엄한 표정엔 짙은 혐오가 떠올랐다.그는 한쪽에 있는 경호원을 향해 눈빛을 보내며 낮은 소리로 명령했다.“끌어내!”경호원이 재빨리 앞으로 나가 여자의 팔을 잡고 회사 밖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