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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다만 이 소리를 낸 사람은 차설아가 아니라 이상준이었다.

“뭐... 뭐야?”

이상준의 수하에 있는 똘마니 몇 명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고작 5분 만에 차설아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작은 숲에서 걸어 나왔다.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주먹을 휘둘렀고 머리끝 하나 흐트러지지 않았다.

“해결됐어?”

배경윤이 물었다.

“응. 오래간만에 손 좀 쓰려니 예전 같지 않네, 시간이 꽤 걸렸지?”

“언니, 겸손한 소리 좀 하지 마. 2초 정도 더 걸렸지만 파워는 전보다 10배나 강해졌어. 녀석들이 마치 곧 죽을 돼지들처럼 소리 지르던데, 아직 살아 있는 거지?”

“숨은 붙어 있을 거야.”

차설아는 말을 마치고 서늘한 눈빛으로 죽상이 된 건달들을 쳐다보았다.

“너희 보스에게 장례를 치러주고 싶은 게 아니라면 빨리 병원으로 데리고 가.”

이상준을 따르던 똘마니들은 비록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들 보스의 처참한 울음소리에서 심상치 않은 상황이라는 것을 알아챈 듯싶었다. 그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길로 도망쳤다.

배경윤은 이 상황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당시 그녀가 오빠와 납치되었을 때, 납치범들이 곧 미쳐 날뛰려고 하던 찰나의 순간에 차설아가 나서서 혼자 열댓 명의 납치범을 물리치고 그들을 구출해냈다.

그때 그들은 차설아의 놀라운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되었고 또한 그녀가 단정하고 순한 모습 뒤에 숨긴 이토록 신비로운 신분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당초 그들은 놀라서 눈을 부릅떴고 말문이 막혔었지만 그런 차설아와 지내는 것도 서서히 습관 되어갔다. 지금은 그저 일상이 되어버렸다.

농담이 아니라, 그들의 보스는 차 장군님의 친 외손녀인데, 이 정도 실력은 충분히 타고났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성씨 집안 그 누구도 차설아의 또 다른 면을 발견하지 못했었다. 이 정도면 전부 눈뜬 장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

“설아 언니, 방금까지 언니가 이혼하고 나서 괴롭힘을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어. 언니가 이렇게 오랫동안 순한 양 행세를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언제부터인가 언니의 그런 모습이 본모습이라고 믿게 됐나 봐... 하지만 이제 보니 내가 괜한 걱정을 한 게 틀림없어. 조금 전 모습을 보니 모두를 무릎 꿇리고도 남겠더라고! 이젠 마음이 놓여!”

배경윤은 차설아와 잔을 부딪치며 건배사를 외쳤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자유를 위하여!”

차설아도 담담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자유를 위하여!”

이제부터 성씨 집안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게 될 것이니 그녀도 더 이상 참한 척 행세할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도대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 궁리할 필요도 없게 되었다. 지금부터 그녀는 자신만을 위해 정말 자유롭게 살 것이라 다짐했다.

다음날, 차설아는 일찍이 예약해 둔 개인 병원에 찾아왔다. 이 병원에 소속된 의사 선생님들은 모두 알아주는 실력자들이었다. 이 외에도 이 병원을 찾은 또 다른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환자 정보를 절대 유출하지 않는 아주 프라이빗한 병원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말은 즉, 오늘 그녀가 마음을 먹고 배 속에 있는 이 어린 녀석을 없애기만 하면 이 세상에 그녀가 임신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란 말이었다. 그렇게 되면 뱃속의 작은 생명의 존재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을 수 있었다.

막상 수술하려고 하니, 차설아는 점점 더 긴장되고 초조해졌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은 팽팽하게 굳어버렸다.

‘힘내자, 차설아! 나중에 돌이켜보면 별거 아닌 에피소드일 뿐일 거야. 빨리 해결하고 제자리로 돌아가자!’

그녀는 끊임없이 마음속으로 자신을 격려했다.

“차설아 씨.”

진료실 안에서 의사가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네, 들어가겠습니다.”

차설아는 심호흡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수술 전 보고서를 다 읽었지만 금기사항은 없었어요. 환자분께서 정말로 수술을 원한다면 바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의사가 보고서를 들고 약간 냉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다만 환자분께서 다시 한번 신중하게 고민해 보시길 권고 드립니다. 정말 수술하실 생각인가요?”

“네, 수술하겠습니다!”

“그래요. 그럼, 간호사를 따라가 옷을 갈아입으시고 수술실에 가서 누워있으세요...”

의사가 다시 말을 이었다.

“아쉽게 됐네요. 보고를 보셨다면... 환자분은 특이 케이스이신걸 이미 알고 계신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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