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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낙청연의 뒤를 쫓던 낙월영은 떨어진 약상자를 보았다. 그것은 고 신의가 외상을 치료하는 데 쓰라며 준 약이었고 전부 비싼 약초들만 쓰였다. 낙월영은 그 환약을 먹어 얼굴에 흉터가 남지 않게 할 생각이었다.

“어찌 제 약을 훔치십니까?”

낙월영은 낙청연이 자신의 환약을 훔쳐 미천한 노비인 지초에게 주려 한다고 생각했다.

빌어먹을! 내 물건을 감히 노비에게 주려 하다니?

낙청연은 낙월영이 자신의 수를 꿰뚫어 보자 더욱 당황한 기색을 보이며 다급히 약상자를 들고 앞으로 달려갔고, 낙월영은 이를 악물고 그녀를 뒤쫓았다.

“멈추세요!”

낙청연은 도둑처럼 황급하게 도망갔지만 곧 힘이 빠지고 숨이 차올랐다. 낙월영도 포기하지 않고 그녀를 뒤쫓아 두 사람은 화원에까지 도착하게 됐다.

낙청연은 하마터면 자빠질 뻔하면서 지초의 앞에 당도했다. 그녀는 부랴부랴 약상자를 열면서 조급한 어조로 말했다.

“빨리, 빨리 이 약을 먹거라. 지초야!”

지초는 환약을 받고서는 입을 열어 재빨리 그것을 삼키려 했으나 부리나케 달려온 낙월영이 지초의 뺨을 내리쳤고 그 바람에 지초가 손에 들고 있던 환약이 저 멀리 날아갔다.

바닥에서 나뒹구는 환약을 보고 낙청연은 그것을 잡으려 몸을 날렸지만 낙월영이 잽싸게 환약을 주워 한입에 삼켰다.

“망할, 제 물건을 감히 노비 따위에게 주려 하신 겁니까?”

환약을 삼킨 낙월영은 턱을 쳐들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낙청연은 그녀가 환약을 삼키는 것을 보았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느긋하게 옷매무새를 정리하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낙월영을 보면서 말했다.

“낙월영, 너 혹시 어디 아픈 것이냐?”

낙청연은 소매 안에서 색이 선명한 월계화를 꺼내더니 넘어져서 망가진 꽃잎을 뜯어내며 여유롭게 말했다.

“네 정원에 가서 꽃 한 송이 꺾은 것뿐인데 이렇게 끈질기게 쫓아올 필요가 있었느냐? 게다가 내 계집종의 약까지 빼앗아 먹다니, 낙씨 가문의 둘째 아씨가 언제 이렇게 초라해진 것이냐?”

낙월영은 그 자리에서 몸이 굳었다.

낙청연이 들고 있는 월계화를 바라보며 낙청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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