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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화원에 있던 등 어멈은 넋을 놓았다. 왕비가 말한 방법이란 낙월영이 직접 약을 빼앗아서 먹게 하는 것이었다.

낙월영의 상처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그것은 왕비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낙월영은 사람이 가득한 곳에서 낙청연의 것을 빼앗아 먹었기 때문이다.

자신이 몹시 어려울 거라 생각했던 일을 왕비는 손쉽게 해결했고 낙월영을 골탕 먹이기까지 했다. 목적을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화풀이도 했으니 속이 후련했다.

등 어멈은 왕비를 더욱더 존경하게 됐다. 이곳이 얘기를 나누기 껄끄러운 곳만 아니었다면 그녀는 왕비를 입이 마를 정도로 칭찬했을 것이다.

화원 밖의 복도에서 부운주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고 그의 옆에 있던 서동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저는 왕비 마마께서 둘째 아씨께 쫓기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왕비 마마께서 둘째 아씨를 골탕 먹이신 거군요.”

부운주의 평온하던 눈동자에 파문이 일었고 무언가 그의 눈동자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왕비의 목적은 둘째 아씨를 골탕 먹이는 게 아닐 것이다.”

“남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적녀가 이렇게 많이 변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일입니다.”

너무 많이 변해서 사람을 홀릴 정도였다.

“왕비 마마, 둘째 아씨께서 왕야에게 고자질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지초는 걱정스레 물었고 낙청연은 웃는 얼굴로 과일을 먹으며 대꾸했다.

“그렇게 창피한 일을 당했는데 고자질할 수 있겠느냐? 아마도 지금쯤 방에 숨어서 울고 있을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어쩐지 부진환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하던 모습과 살기를 품은 눈빛을 생각하면 어딘가 이상했다.

하지만 그녀도 눈으로 보기만 했을 뿐 맥을 짚어본 건 아니기에 알 수 없었다.

낙청연은 이런 걸 쓸데없이 걱정하고 싶지 않았다. 부진환이 그녀의 호의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갑자기 등 뒤에서 온화하고 웃음기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요. 오늘 둘째 아씨는 큰 망신을 당했습니다. 궁중연회가 열린 날 밤에 있었던 일의 화풀이를 한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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